서울떽(36)/ 당게당게허다능게 뭔줄 아신당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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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36)/ 당게당게허다능게 뭔줄 아신당가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03.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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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36

섬진강길                                -복효근
어머니가 빚어 띄운 메주짝
잘 마른 고추 부대 싣고
가난한 큰누나
찾아가는 섬진강길
양지바른 모랫벌에
해묵은 가난 이야기랑 서러운
누나의 첫사랑 이야기를
한 짐씩 풀어놓고 가다보면
강물도 목이 메는지
저기 저 압록이나 구례구
쉬었다가 흐르는 강물에선
메주 뜨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슬픔인 듯 설움인 듯
가슴엣 것들이 썩고 또 삭아서
가난해서 죄없던 시절은
드맑은 눈물로 괴는가
도른도른 강물은
어머니 띄운 장 빛깔로
굽이굽이 또
천리를 돌아가고 있었다

 

서울떽이 지난 2주동안 아조 휘모리 장단 두드려대듯 바빴어라. 기냥 바쁜디끼 너스레 떠능게 아니고, 겁나게 바빴당께요. 서울떽이 쬐까 데면데면 해졌다고 서운해 하시는디요. 아! 톡 까놓고 말혀서 시상에나 지가 뭐시기 잘난게 있다고 그라겄어요. 이삐길 허요. TV에 나오는 여시코빼기 같이 몸매가 쥑이길 허당가요. 아즉도 생각해보면  제대로 된 농사꾼도 아니고라. 고렇다고 맴씨라도 강천산에 내려와서 목욕허는 선녀같길 허당가요. 아모것도 없어라. 다~아 묵고 살기에 하냥 애롭고 바쁜디다가 아즉도 공부하고 자픈게 들판에 피어나는 잡초들맹키 쌔고 쌔버렸응게 그랑갑다 허고 이삐게 봐 주씨씨요잉.
앗따! 가을에 짐장 담그는 것과 함께 따땃한 봄이 되기 전에 꼭 해부러야 되는 일이 간장, 고추장 담그는 날 아니랑가요. 월매나 중요허믄 어메들 속담에 장에 관한 거시기가 참으로 쌔버렸잖애요. “뚝배기보다 장맛이 좋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 듣지 않는다.”, “2월에 장을 담그면 조상이 제사를 받지 않는다.”, “며느리가 잘 들어오면 장맛도 좋아진다.”
후후, 지도 그래서 정월 맨 마지막 날 장 담그기를 했네요. 초겨울에 5말 정도의 콩을 솥단지 세 개 걸고 그득그득 삶아냈지라. 한 닷되 가량은 청국장으로 띄우고 나머지는 토실토실한 메주를 만들어 띄워갖고는 짚을 넣어서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었제요. 냄시가 나도 부엌문 닫고 꾸욱~꾹 참다가 어느 정도 띄워진게 밖에다 놔두었구만요.
말날 전에 씻어서 꾸덕꾸덕 말려갖고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놓은 다음 간수 잘 빠진 소금을 체에 받쳐서 물을 받아 놓제라. 조곤조곤 얌전허게 웃물을 떠서 항아리에 퍼 담그고는 이글이글 불타는 참숯덩어리 집어넣고 고추도 집어넣고 허는디 지는 요번에는 옻나무도 넣어 봤구만요. 하도 좋다고 헝께 따라해봤지라.

작년부터 요 일 맹큼은 지 혼자 독단적으로 허구만요. 내년에는 콩 삶고 메주 만드는 일도 혼자 해볼라구요.
그리고 3월 2일날 력사적인 고추장도 만들었는디, 궁금 안혀도 요 글맹이라도 지맘대로 쓸수 있능겅게 기냥 봐주씨요.
새벽부터 찹살 서말을 씻어서 불려 놨다가 쪄야 되는디 지가 비도 내리고 몸 아프다고 안해버렸다가 모정떽 엄니헌테 혼났제라. 얼릉얼릉 불 피워서 펄펄 끓이다가 씻은 쌀을 넣는디 물을 쬐까 넉넉하게 넣어서 바닥에 눌러 붙지 않고 잘 퍼지게 계속 저어줘야 된당께요. 골고루 한나도 타지 않게 잘 저어줘야 낸내가 안나거든요.
밥이 잘 퍼지면 엿기름을 11되에서 12되 정도 넣고 본격적으로 삭히는 작업인디 끓어버리게 뜨끈허면 안됭게 손가락을 넣어봄서 불을 빼고 넣고 허는 조절을 기가 멕히게 잘혀야 헌당께요. 아시제라, 엄니들은 기냥 손끝으로 아신다는디 서울떽은 고것이 겁나게 힘들구만요. 한 네시간 정도 뭉근허게 잘 삭혀지면 밥알이 똥그르르 허게 말려지거든요. 된잔된잔 놀다봉게 일찍 삭아가지고 쌀 푸대자루에 넣고 짭니다. 힘은 장사인 서울떽이 꽉꽉 짜고 비틀어 짜고 눌러 짜고 혀서 두 솥단지 그득 담아서 불을 때기 시작허는디 이때부터 절반 넘게 쫄여야 되거든요. 이미 맛난 냄시가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안골 국바우에서 씨게 바람이 몰아쳐도 솥단지 앞을 떠나지 못하고 불조절을 해야 되능게 넘치면 안되걸랑요.
도란도란 이야그들을 허면서 고구마도 구워묵으면 맛난 풍경이 되지라.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슴프레해지면 엿기름 삭힌 물이 절반 넘게 쫄아들어도 냉큼 퍼불믄 안되라. 울 모정떽 엄니 말쌈이 “ 너무 달아져도 안되고, 안달아져도 안되제.  당게당게 혀질때까정 지둘리능게 중요혀.” 인생에도 당게당게허다는게 뭔지 알믄 참말로 좋겄어라. 옆에 서서 계속 식혀서 묵어보고 험서야 쬐까 몸으로 터득했구만요.
우짜요? 인자 서울떽이 순창떽 증말로 되버렸지라.
뜨거운 김이 다 식은 후 고춧가루랑 고추장메주랑 넣고 잘 저어주면 되는디. 소금도 맞추고 걸쭉헌지 안헌지 봄서 재료들을 더 넣어서 고추장을 익히면 되구만요. 안 식히면 꺼매징게 조심혀야 허구요.
고추장 단지가 열둘이라도 서방님 비위를 못 맞춘다는 말도 있지만 서울떽은 고추장 된장 담가놨응게 발 쭉 뻗고 웃을라요. 흐흐흐,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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