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효빈/ 남의 결점을 좋은 줄 알고 본뜨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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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효빈/ 남의 결점을 좋은 줄 알고 본뜨다가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03.1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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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 동녘 동 施 베풀 시 效 본받을 효 顰 찡그릴 빈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76

타이완 시절, 중국어를 좀 더 잘해 볼까 하고 연속극을 자주 보게 되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 케이블 티비(TV)에서도 방영된 바 있는 연속극 <煙雨蒙蒙(연우몽몽 : 안개비연가)>이다. 아내가 특히 즐겨 봤는데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 여자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귀여우면서도 통통하고 아담한 모습을 갖춘 미인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와 함께 타이완 티비방송이 주최하는 ‘미인대회’ 를 보고 크게 실망하였다. 연속극에 나올 만한 미인은 하나도 없고, 키가 크고 날씬하기는 하나 외모가 대체로 별로인 아가씨들이 상을 휩쓸어 가는 것이었다. 이튿날 같은 반 친구들이 말했다. 
“그게 모델선발대회이지 무슨 미인대회야! 키 큰 여자만 찾다보니 타이완고유의 미인, 그러니까 좀 통통하고 아담한 미녀는 다 어디가고 없더라고!”
“근데, 이런 경우 적당한 사자성어는 뭐라고 할 수 있겠나?”
“글쎄, 동시효빈(東施效顰)이라고나 할까?”
그 프로그램은 많은 비판을 받더니 어느 날 ‘모델선발대회’ 로 바뀌어 있었다.

장자(莊子)「천운편(天運篇)」에 나오는 우화다.
서시(西施)는 중국 역사상 유명한 미녀였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심장이 좋지 않아 병이 발작할 때면 가슴을 부여안고 미간을 찌푸리며 고통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곤 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가슴의 고통이 심해 미간을 찌푸리는 그녀를 보고도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칭찬하였다. 고통이 없을 때도 여전히 아름다웠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심취하여 바라보는 대상이 된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서시와 같은 동네 동쪽에 동시(東施)라는 여자가 살고 있었는데 매우 못생긴 여자이었다. 마을에서 미인으로 인정받던 서시를 보고 오로지 서시처럼 되기 위해 서시의 옷을 따라 입고 머리 모양도 흉내 냈다. 특히 서시가 가끔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이 매우 우아하고 멋있다며 이를 흉내 내어 가슴을 쥐어뜯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온 동네를 돌아다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 고사는 남의 결점을 장점인 줄 알고 본뜨다가 더 나빠지거나 맥락도 모르고 덩달아 흉내 내는 경우를 비유한 것으로, 훗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따라하는 맹목적인 행동을 나무랄 때 쓰는 말로 사용하였다.
이와 유사한 성어로 화호류견(畵虎類犬)이 있다. ‘범을 그리려다 개를 그리다’ 즉 ‘너무 고상하고 원대한 것만 추구하다가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도리어 웃음거리가 되다’는 의미다.   
한편,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에 등장하는 서시(西施)는 ‘미인계’의 대명사다. 월(越)나라 왕 구천(句踐)이 서시를 발탁하여 훈련을 시켜서 오(吳)왕 부차(夫差)의 왕비로 가게 하여 오나라를 무너뜨리는 주요 역할을 하였다. 이후 서시는 하(夏)나라의 말희(妺喜), 은(殷)나라의 달기(妲己), 주(周)나라의 포사(褒似)처럼 나라를 망하게 한 경국지색(傾國之色)이 되어 ‘미인을 경계하라’는 교훈으로 자주 언급되는 오명을 얻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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