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90) 동행은 혼자가 아니어서 더욱 행복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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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90) 동행은 혼자가 아니어서 더욱 행복한 것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4.03.21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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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박경철 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풍물 연습실에 악기가 잘 갖춰져 있는데도 처음 시작하는 사람으로부터 “장구 하나 사 달라”는 다소 성급한 부탁을 받게 되면 마음 한 켠에서 불안감이 모락 연기를 피우며 일어난다. 그런 사람 중에는 부단히 노력하여 보는 이가 혀를 내 두를 정도로 장구에 일가를 이루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성급한 요청만큼 그 열정 또한 빨리 식어 버려서 아예 풍물 자체를 그만두어 버린 예를 자주 보기 때문이다.
새로 시작한 설장고 놀이를 멋지게 동행하자고 함께 약속했지만 함성의 메아리가 돌아오기도 전에 두번 참석하고는 사정이 생겨버린 이쁜(?) 사람들이 있다. 봄이 왔으니 어찌 사정을 조금은 모르겠는가마는, 이런 저런 가사 일에 최우선 순위를 놓으며 못나오는 이쁜 사람에게도 안타까움에 마음이 답답하지만 문지기 선생이 그런다고 어찌 할 수 있겠는가. 그냥 여기서 그대로...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사람이건 사물이건 우리가 어떻게 해야만 그들과 처음처럼 변함없이 아름답게 동행 할 수 있을까? 사물과의 동행은 그만 두고라도,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잘 지내던 사이도 자칫하면 위기를 맞지 않던가. 처음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돌출되어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아름다운 동행을 오래 지속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 상대가 나와는 생각도 다르고 가는 길이 달라서 시작부터 동행이 아닌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럴 경우에 내려 본 결론은 적어도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최소한의 선의를 잃지 말고 대해야겠지만 우리는 바보이고 가슴이 좁은 탓에 아마 그런 평행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사고가 났을 때 병원에서는 제일먼저 호흡을 확보하고, 지혈을 시키며, 혈압을 올리고, 마지막으로는 약물을 투여한다고 의사인 저자가 말한다. 행복의 저편 일 것 같은 병원의 사람 사는 이야기는 주로 환자들이어서 생사의 절박함으로 분초를 다투기 마련이다. 거기에는 훈훈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도 숨어있지만, 가난 때문에 독약을 마신 환자가 돈이 없어 치료는 못하고, 의사가 쥐어준 택시비마저 아끼려고 차가운 길로 걸어가는 모습에서는 끝없는 절망의 회한이 쏟아져 내린다.
병원에서는 환자보다 더 아픈 가족의 삶도 있으며, 의사로서 그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고 살아 있어야 할 양심의 이야기들도 이 책에는 녹아 있었다. 병원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한결같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삶에 있어서 건강은 최고의 재산이다”는 것이지만, 그러나 건강제일의 겉옷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 만난 속살에서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서는 항상 누군가의 동행이 필요하다”는 고 김근태 장관의 부치는 글이 속살로 드러나 있었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의사이자 경제 평론가, 칼럼니스트, 방송인, 주식투자 전문가, 연사로 명성을 날리며 새로 출범한 ‘새정치 연합’안철수 위원장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신적 친구로 불리는 박경철의 내면을 여기서 만나보는 것도 책을 읽는 또 하나의 큰 재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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