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만 모른다. 조합장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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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만 모른다. 조합장도 모른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4.04.0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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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우시장 건축 방관 지도자는 물러가라”-옥천 1ㆍ2ㆍ3ㆍ4 마을주민 일동, “축협장은 순창주민 살인행위 즉각 중단하라”-순창읍민 일동.
군청 앞 도로와 비교적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터미널 화장실 벽에 붙어있던 펼침막 문구다. 군청 앞 펼침막은 군이 ‘일제정비’를 앞세워 철거했고, 터미널에 걸린 펼침막은 “나는 반대 안했다”며 ‘순창읍민 일동’은 부당하다는 한 주민의 고발로 철거되었다고 한다. 며칠 더 붙어 있다가 주말에 열리는 ‘옥천골 벚꽃축제’에 나들이 나온 군민들의 여론을 지켜보는 방법도 있었는데 안타깝다.
이런 사태를 전해 듣거나 관심있는 사람들은 요즘, 옮겨갈 축협 우시장과 지금 한창 공사 중인 보건의료원의 위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읍내 한 목사님은 “의료원은 공기 맑고 전망 좋고 필요하면 넓힐 수도 있고 건강을 위해 산책로 등을 설치할 수 있는 넓은 지역을 선택해야 했고, 우시장은 상류지역보다는 하류지역, 눈에 잘 띠는 위치보다는 한적한 곳이 좋다면 위치가 바뀌었다”며 행정의 근시안과 성의 부족을 지적했다. 남원의료원 위치가 좋은 사례라는 친절한 조언도 덧붙였다고 한다. 지당하고 의미심장한 말씀이다. 주민은 금방 알아듣는데 왜 높은 양반들은 모를까?
굴삭기가 터를 고르고 레미콘 트럭이 드나들자 우시장 이전사업을 알게 된 주민들의 분위기는 사뭇 험악하다. 이전 부지에 인접한 “옥천동 사람들은 바보들만 모였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뒤늦게 주민들의 울화통을 발견한 이장님이 펼침막을 걸었더니, 행정과 축협이 이장회의 등에 나타나 유화책을 쓰고, 강경했던 몇몇 사람들은 은근슬쩍 뒷걸음을 친다. 더구나 펼침막 문구를 들어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법 없이 잘 살아온’ 주민들의 순진한 마음이 위축되고 심란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맞고 틀림에 앞서 다양한 의견을 압살하는 강압적 행위는 온당하지 않다.
요즘의 사태를 보면서 수년전의 경험이 생각난다. “기업 유치를 방해하는 사람들은 이장들이 나서서 박살을 내야합니다” 2007년, 도지사가 이장 200여명을 모아놓고 한 말이다. 당시 도와 군이 추진했던 사업(골프클러스트)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반발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파장이 컸다. 그때도 주민들은 행정의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행태를 비난하며 계획 철회를 요구했으나 군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며 반대하는 주민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오늘날 순창에서 ‘익산 웅포골프장’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그때 주민들의 반대운동 덕이라 할 수 있다.
행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정책(입안) 잘못 여부는 검토조차 않고 “반대만 일삼으면 발전하지 못한다”며 ‘지역경제활성화’ 논리를 앞세운다. 그들은 당장 생기는 현금만 볼 뿐 미래세대가 부담할 생태 사회적 비용은 보지 못한다. 백번을 양보해 단기적인 효과가 있다 손 치더라도 미래가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절차에 위법이 없다’며 주민 정서와 민원을 무시한다. 두 번에 걸친 ‘경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에 150억 원을 들이고 이를 치적으로 선전하더니 그 경천 윗머리에 ‘우시장’을 이전하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경제를 살리자’는 낡아 빠진 구호를 앞세우며 “이장들이 나서서 박살내라”는 선동을 서슴없이 해대던 행정이 이장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은 행정 경험과 절차만을 앞세우는 오만 때문이다. 군수와 군수 참모를 포함한 간부들의 편향성은 실무자들의 자율성과 책임 의식을 말살한다. 단체장의 무성의와 억지는 닫힌 사회를 부추기며 아무도 책임 짓는 자 없이, 지역사회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애잔한 지역주민의 폐해만 확산시킨다. 경제를 살린다며 오만가지 짓들을 다해놓고도 그 경제를 죽인 것이 누구인가?
많은 주민들은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을 높은 사람만 몰랐다”고 한다며 “경천 윗머리에 우시장이 생기면 좋아할 사람보다 싫어할 사람이 많을 것”을 “군수만 모르고 조합장만 몰랐다”며  조소를 숨기지 않는다. 공직사회는 절차적 합법과 구조적 관행이라고 항변하지만 사실상 주민 정서를 묵살한 공범 관계와 다를 바 없다. 공직사회의 구조적 비리와 부실을 없애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군정을 이끌 것인가 전략과 지혜를 짜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정치영역이다. 그러나 지금의 군정에는 장래를 위한 무수한 말은 있되, 주민이 공감하는 비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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