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38)/ 느릿느릿 험서도 항꾸네 인생을 즐기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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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38)/ 느릿느릿 험서도 항꾸네 인생을 즐기는 맛!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04.04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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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38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그체라! 징허게도 요 놈의 시가 좋아서 환장해 버릴 때가 시상 살다 보면 있구만요. 가심이 콩당콩당 뛰어불게 맹근 사람이 눈앞에서 아른아른 거림서 고놈의 맴을 줄랑말랑 헐 때 어쩌겄어라잉! 시방보다 어렸던 꽃피는 시절 겁나게도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달라’고 꼬장부렸었지라.
아이구메! 시방은 쬐까 사양하고 시푸구만요. 표고버섯들이 지 이름들 불러 달라고 아우성이지요. 당산 밭에서도 주인네가 빨랑와서 즈그들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씨앗 넣어달라고 하제라. 봉투 속에 있는 씨앗들은 빨랑 나가서 꽃 피우고 싶다고 안달복달, 안골 여그저그서 꽃 피움시롱 워멘진 어맨지 모르는 코맹맹이 소리로 흐옇고 분홍 꽃을 피우는 놈들 땜시 하수상헌 시절이제라.
감자도 울 딸 들 맥일 만큼만 두 상자 심어 놨고, 밤나무 묘목하려고 밭두덕 만들어 심어 놨제라, 마늘밭 풀도 뽑아 불고 블루베리 밭 완전 다 죽어 가도 대충 숨 쉬게만 해준게 그려도 밭 같아졌제라. 안골을 흘러가는 냇가 가상에다가 구절초도 심어놓고 아그들 따 묵을 수 있게 쬐까 빈 언덕빼기 자투리 땅에다가 복분자도 심었구만요. 이잉 거시기헐라구 모시도 심어 놨구요. 서울떽네 황홀 농장에 들어오는 입구에 이팝나무도 심었구만요. 도라지꽃 보려구 헌 콤바인 타이어에다 흙 담가서 심었구요. 맨날 표고버섯 땄다고 엿 늘이드끼 늘여 논게 했던 일이 허벌나게 많은 것 같은디...
근디 지가 올해 엄청나게 꽃 귀경을 다녔구만요. 자랑칠려는디 일도 안허고 다녔다고 뭔 소리 들을 까봐 디지게 일할 건 다 했다고 미리 새살거린거여라, 지맴 이해허시지요.
왼 산과 왼 들판이 다~아 노오랗게 물들어 부림서 맴을 홀려 버리는 구례 산수유 꽃 보러 갔다 왔더니 어질어질 해부네요. 지리산과 섬진강가에서 시를 읊고 수필을 쓰는 문학인들의 모임이 일 년에 몇 번 있는디 바로 요때여라. 지리산 섬진강 문학 연대라고 혀서 임실, 순창, 곡성, 구례, 하동, 산청의 시인들이 모이는데 지가 시를 잘 써서 간게 아니고 순창문학회 사무국장으로 시인들 모시고 갔다 왔구만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헌게 산수유 꽃도 활짝 펴불더라구요. 깔깔깔거림서 산수유 꽃 이름 엄청 불러 줬더니 지가 산수유꽃이 되어 버렸단께요. 참말이여라.
그리고 울 큰 딸 대학교 졸업식허는데 수업도 땡땡이 치고 수원까지 갔다 왔제요. 땡땡이 잘 쳤다고 개나리랑 목련꽃이 뻥~ 뻥튀기 통에서 꽃 튀밥을 튀어줘서 자알 묵고 왔제요. 이제 막 사회에 나가는 학생들이 질루 이쁜 사람꽃이라는 것 알겄드라구요.
글구 9남매계에서 꽃 귀경을 토요일부터 2박 3일간 다녀왔어라. 저희 7남매와 작은 집 2남매 가족까정 자그만치 9남매끼리 재미지게 놀고 오는 꽃귀경 길인디 워쪘을까라, 요 글 읽고 샘나믄 안되는디, 고렇다고 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근디 안 쓸 수도 없고 가재미 눈 되지 마씨요잉.
2년에 한번씩 관광버스 불러서 핑허니 댕겨오는디 이번에는 바다도 실컷 보고 그 지역에서 가장 맛난 음식으로 꽃 귀경가자라고 했지요. 첫날은 비가 비실비실거리고 오는디도 하회탈 공연도 보고 하회마을도 귀경헐려고 했는디 다 취소 해불고 안동찜닭허고 막걸리만 먹고 왔제요. 울진으로 가는 길, 지가 그려도 관광 해설사라고 맨 앞에 앉아 갖꼬는 “행님들, 오른쪽으로 똘복숭 꽃이 피었네요. 워메 왼쪽으로는 진달래꽃이 흐드러져 부렀네요. 워쩐댜냐, 행님들 저 앞에 멋진 남자가 있어 분디” 밖이 잘 안 보이는 행님들을 위해 실시간 방송을 해부렀더니 웃음꽃 피웠답니다.
울진 허면 또 대게가 아닌가요. 요새는 홍게가 제철이고 살이 통통허다고 혀서 시키고 간재미랑 농어랑도 함께 불러서 맛나게 놀았지요. 쫀득쫀득헌  물미역처럼 9남매의 웃음소리도 한결 높아졌을 거라는 것은 말 안해도 아시제요. 백암 온천 노래방에서 2시간 동안 항꾸네 노래를 부르는디, 핸드폰으로 조카들 다 초대해 놓고 아조 실시간 방송을 해준게 아그들마다, 엄마, 아빠 노래 부르고 춤추는 사진들에 댓글 달고 난리가 났어요.
다행히 아조 화창했어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개나리꽃, 싸리꽃, 똘복숭꽃, 벚꽃들이 꽃 대궐을 이루는 꼬불꼬불 길이었은게 월매나 좋았겄어요. 울진 성류굴도 귀경허고 강구항도 보고 포항 호미곶에서 사진도 찍고 느릿느릿 험서도 항꾸네 인생을 즐기는 맛을 알았제요.
경주에서 새벽녘 떠 오른 해를 봄시롱 울 형님들 ‘산나물들 지천으로 날 때 친정 갈도 될랑가.’ ‘ 두말 허면 잔소리제라. 근디 지가 바쁜게 알아서 챙겨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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