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서숙/ 둘 다 가지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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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서숙/ 둘 다 가지면 안 되나요?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04.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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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 동녘 동 食 먹을 식 西 서녘 서 宿 잠잘 숙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78

요사이 딸을 시집보내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고 부럽기만 하다. 나이가 찬 정도가 아니고 한참 지난 나이에도 시집 갈 생각도 안 하는 딸이 밉기만 하다. ‘그래도 아무한테나 갈 수는 없지 않느냐?’ 는 딸의 말에 더 할 말이 없다. 필(feel)이 뭔지, 조건은 왜 이리 서로 안 맞는지…. 딸이 또 말한다.
‘괜찮다 싶어 관심을 가져 보지만 기혼이거나 골키퍼가 이미 지키고 있고, 나는 관심도 없는데 대시해 오는 사람을 보면 거절하기가 민망하다.’
아비로서 더 할 말이 없다. 자기 인생인데 억지로 붙일 수도 없다. 아! 후회된다. 대학 때 연애나 잘하라고 격려하지 못하고 보수적인 부모가 된 것을 탓할 뿐이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제(齊)나라에 매우 예쁜 한 처녀가 있었다. 나이가 들자 부근의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고 매파를 세워 혼인을 청해왔다. 일이 이상하게 꼬이려는지 어느 날 그녀의 좌우 양쪽 이웃집에서 동시에 중매가 들어왔다. 그런데 동쪽 집은 큰 재산가로 부자이긴 하나 사람이 생긴 것이 추하고 볼품이 없었다. 그러나 서쪽 집은 글을 읽는 사람으로 잘생겨 전도가 좋아 보였으나 너무 가난한 것이 문제였다.
처녀 집안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잘 선택하는 것인지를 놓고 매우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결국 딸의 의견을 들어 보기로 하였다. 딸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모는 딸이 부끄럽고 미안한 생각이 들어 말을 못하는 것으로 보고 또 물었다.
“이렇게 하자구나. 네가 대놓고 말하기 곤란하면 손을 들어 표시해라. 동쪽이 좋으면 왼손을 들고 서쪽이 좋으면 오른손을 올려라.”
누가 어찌 그럴 줄 알았겠는가? 딸이 두 손을 모두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 부모는 깜짝 놀라 이게 무슨 뜻이냐 급히 물었다.
“동쪽은 돈이 많은 부자이긴 하나 생긴 것이 그렇고, 서쪽은 가난하기 하나 잘생긴 사람이지 않습니까? 저는 동쪽에 시집가서 밥을 먹고 서쪽에 시집가서 잠을 자고 싶습니다. 정말 좋은 방법이지 않습니까?”
 동쪽의 부잣집 추남과 서쪽의 가난한 집 미남을 두고, 시집갈 딸의 대답이 ‘동쪽에서 먹고 서쪽에서 자겠다’고 대답했다는 것으로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의 줄임 말이다. 원래 자기 잇속을 차리느라 절개도 없이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걸 비유하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얻어먹고 지내는 일이나 사람, 또 주소가 일정하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좀 더 나아가 탐욕에 눈이 어두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을 비유하기도 하였다.
이와 유사한 고사성어로는 유리시도(唯利是圖)가 있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이익만을 도모하다’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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