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39)/ 하나 둘 잎 피워내는 산 더덕은 아조 쥑이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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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39)/ 하나 둘 잎 피워내는 산 더덕은 아조 쥑이제라~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04.17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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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39

 

원이 아버지께           -430년전 원이 엄마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 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나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중략)
당신은 한갖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시상에나 요렇게 절절하게 가심 미어지는 편지가 430년 전에 쓰여졌다는디 혹시 아신당가요. 꽃비 내리드끼 이별의 정한이 뚝뚝 떨어지는 요 편지는 1998년 4월 요맘때 경북 안동시에서 야산에 비석도 없이 있는 묘지를 이장허다가 발견해 뿌렀는디요. 아이구메! 1586년 31세의 나이로 죽은 이응태라는 사람껀디 그 미이라 가심에 한지로 쓴 편지가 고웁게 덮여져 있었다는구만요. 가로 58㎝, 세로 34㎝의 한지 오른쪽 끝에서부터 한글로 고웁게 써내려간 편지는 마지막 왼쪽 끝까지도 가득 채우고 모자라서 빈 공간이 있는 곳이면 쓰고 또 쓰면서 다시 눈물로 이어졌구만요.
그란디도 모자라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나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원이 아버지께 라고 쓰여진 글 첫머리 쪽 여백에 거꾸로 씌어 놓았다네요. 시방 말로 옮겨 놓았는디도 아즉도 한쪽 가심이 애리고 슬퍼오지라. 안그요잉
아메도 허벌나게 사랑허던 두 부부에겐 원이라는 아그가 한나 있고 뱃속에 아그도 있는디, 염병할 전염병 땜시 남편이 저승으로 갔나 보제요. 편지에도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웬만큼 고운정이 붙지 않고서야 간살시럽게 요런 말을 헐수가 없제라. 자꼬 나이 들수록 미운정이 더 붙는 것 같은디,,(아니. 내가 그렇다는게 아니고 딴 사람들 보믄 고래보인다는 거제. 알제 서방님)
근디 거그다가 아내의 머리카락과 짚을 엮어서 한올한올 삼은 마투리도 나왔당께, 월메나  월메나 울음이 미어 터졌겠어라! 지고지순한 부부의 사랑이 스며드는 봄날 슬그머니 내랑 항꾸네 살고 있는 웬수겉은 냄편이든, 하나 이삘 것도 없지만 뚜벅뚜벅 밭일도 잘하고 아그들도 잘 키워 낸 아내가 옆에 있거든 한 번 기냥 팍 안아줘보씨요. 토닥토닥 사랑헌더고도 허고 좀 맛난 것 묵으러 갈까 하고 꼬셔도 보고라잉.
산마다 산벚꽃들이 겁나게 피어나는 날 아니여라. 싸리꽃, 살구나무꽃. 똘복숭아꽃들이 얼레리 꼴레리 하겄어라. 즈그들 먹고 살기도 바빠서 저리도 빨리 꽃을 피워내부렀는디요. 내는 몰레라, 기냥 웃은죄 밖에 고럼서 꽃 피우네요.
시방 서울떽이 사는 황홀농장은 거짓뿌렁 한나도 안보태고 완전 황홀해뿌런당께요. 똘복숭아꽃들이 환장해불게 만등께 4월은 어떤 시인 말 만큼이나 바람나버리고 잡당께요. 봄 바람 흘끗 흘끗 봄시롱 고사리가 삐죽삐죽 솟아나고 고비들은 지 몸을 동그랗게 만들어 부끄러워 하구만요. 따땃한 산 언덕배기마다 산 취나물들이 “저요, 저요” 하고 손 드는 아그들 같은게 이뻐 죽겄어라. 숨어서 하나 둘씩 잎을 피워내는 산 더덕은 아조 쥑이제라. 요맛에 산다니께요.
밤나무 산 길따라 쭈욱 심궈 논 두릅들이 꼭 지 안주인 택해 갖꼬 토실토실허게 살이 쪄 농게 따는 재미가 옹골지네요. 앗따! 때 맞춰서 서울에 사시는 최 이사장님께서 고향 농산물을 팔아 주신다고 귀헌 맴을 먹어주신게 얼싸 좋~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네요. 아즘찮고 또 아즘찮이지요.
그란디 성질 나게 허는게 있어라. 새벽에라도 고사리도 끓으러 가고 취나물도 뜯고 싶은디 뭔일인가 멧돼지들이 왼 산을 점령해 부렀네요. 지난 겨울부터는 아예 집허고 100m도 안떨어진 밤나무 산까정 어슬렁 거림서 내려오질 않나! 새끼들까정 데꼬 다님서 왼산의 산더덕이랑 둥글레랑 먹느라 파헤쳐 놓는디 무서바서 혼자 다니질 못허겄네요. 노지 표고버섯 세워 놓은 언덕에 산더덕 밭이 있는데 이미 싹쓸이 허고 있당께요. 미쳐불겄어라. 지도 월메나 배가 고프믄 그럴까 험서도 농작물 심어봤자. 멧되야지 농사가 될까봐 무섭고 산중에 있는 우리집 까정 올까봐 더 무섭당께요. 되야지허고 맞짱 뜨는 법을 배우등가 해야지 안그려도 게으른 농사꾼 핑계 꺼리 생겨서 더 일 안하게 생겼어라. 워쩐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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