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가족’ ‘참 좋은 신문’
상태바
‘세월’ ‘가족’ ‘참 좋은 신문’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4.05.02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학교 학생 수백 명이 한꺼번에 죽음을 맞는 이 참혹한 현실에 책임질 사람이 없는 나라. “대책본부의 공무원이 실종자 숫자를 바꿔 말한 순간, 살아서 보는 지옥이 시작”된 나라. 겉만 화려하고 속은 위태위태한 모순과 부정에 넘치는 나라. ‘내 탓, 내 책임’을 말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 책임의 꼭대기인 대통령이 ‘참사’ 13일 만에 ‘사과’했으나 국민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나라.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아이들을 살려낼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줄어드는 실종자 수만큼 늘어나는 것은 사망자뿐이었다. 단 한 명도 구조되지 않았다. 정부가 약속한 “가능한 모든 수단”이 이토록 절망스러운 결과로 나타날 줄 정말 몰랐다. 기적은 없었다. 수십 년 쌓여 썩어 문드러진 관행과 불법의 고름 냄새만 진동할 뿐 슬픔이 엄습했다.
우리는 생사의 기로에서 단 한 명의 생명도 건져낼 수 없어서 괴로웠다. 하지만 이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것에 공감해야 하는지 중심이 필요하다. 이 슬픔을 견뎌 살아남은 자들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나라와 우리 모두는 이 슬픔과 분노를 기억해야 한다. ‘언론’은 더더욱 흔들리지 말고 단단하게 눈과 귀의 닻이 되어 지역과 사람을 지켜내야 한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아는가. 가족은 천형(벌)같은 존재다. 내 기원과는 상관없이 구성되었다. 가족은 빚 같은 존재다. 가족은 짐 같은 존재다. 나를 위해 한없이 희생했고 돌려주지 못할 만큼 큰 사랑을 줬다. 가족은 끊을 수 없는 사슬이다. 가족은 나다. 언제나 내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그 가족을 잃은 ‘세월’ 속 참사를 위로할 방도가 없다.
한 방송국의 연속극 <참 좋은 시절>은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어렵던 시절의 오기와 욕망, 죄책감과 부채감, 미움과 갈등을 내려놓고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감정을 표현하게 한다. 드라마 속 ‘참 좋은 시절’은 가족의 소중함을 몰랐던 과거일수도, 화해하고 서로를 알게 한 지금일수도 있다. 드라마는 보통의 삶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한다.
“어딘지 덜 자라고 한 군데씩은 모자라서, 자기들이 하는 게 사랑인지도 모른 채 끌리고 아파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아픔보다 상대의 아픔을 보듬는 모습이 보석처럼 예쁘다.” 드라마 속 인물들에 대한 표현이다. 부족해 보이는 상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상대에 대한 마음 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는 가족, 그 가족을 잃은 슬픔을 표현할 길이 없다.
민주화 이후 26년이 됐지만 아직도 이 땅에는 ‘권언유착’이 넘치고 ‘공작정치’도 살아있다. 민심에 증오와 적의를 품게 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한 줌의 무리가 아니라 부정부패를 덮으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가진 자들이다. 이 나라의 권력과 부자와 못된 언론은 배를 맞추며 보통사람들의 희망을 저 멀리 밀어낸다. 그래서 바른 언론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수백명 희생자들을 구하지 못한 슬픔은 깊고 처절하다. 그 슬픔을 이겨내려는 노력은 ‘세월’의 진실과 ‘관료’의 부패를 양파껍질 베껴내듯 밝혀낸다. 우리는 안다. 민주주의와 민심의 쇠는 순간 휘어질 수는 있지만 두드릴수록 강해지며 그것은 부메랑의 칼이 되어 세상의 부정과 비리를 척결한다는 것과 바른 언론의 사명이자 역할이라는 것을.
진실한 사랑이 슬픔을 이겨낸다. 사랑하는 가족을 대하듯 억울한 이들을 보듬고 위로하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 정부(자치단체)의 무능과 불통을 제대로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언론, 유언비어가 아닌 확인된 의견과 정보는 가장 정확하고 가장 신속하게 공개하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 이런 자세와 용기가 “순창이 참 좋다”는 환호를 넘치게 하고 “<열린순창> 참 좋은 신문”이라는 칭찬과 격려를 가져올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고창인 조합장 징역 2년 구형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순창읍 관북2마을 주민들 티비엔 '웰컴투 불로촌' 촬영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