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40)/ 노오란 리본들과 아이들의 글들이 나부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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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40)/ 노오란 리본들과 아이들의 글들이 나부끼네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05.02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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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40
비가 내려도 촛불을 들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제라.

너를 기다린다             -최정란

이렇게 잔인한 날이 다 있구나
 이렇게 믿을 수 없는 날이 다 있구나
내 심장 같은 딸아. 얼마나 무서웠니?
 내 목숨 같은 아들아. 얼마나 추웠니?

기울어진 배의 멈춰 선 기관을 믿고
안개 낀 거친 바다, 삼각파도 속으로
죄 없는 순결한 너를 보내다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식탁의 네 빈 자리에
밥과 국을 놓는다
너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는다
네 빈 숟가락 위에
네가 좋아하는 생선구이
가시를 발라 얹는다

못 잊을 추억 만들겠다고
한 달 전부터 들떠 있더니
오랜만에 갑갑한 교실 벗어나
걷고 뛰고 춤추겠다고
새 옷과 새 운동화를 사더니

안개 낀 바다 사진을 전송하고
괜찮다, 더니 
구명조끼 입었다, 더니
걱정말라, 더니
나중에 말하지 못할까봐 지금 남긴다는
그 말 사랑한다, 는 그 말
아직도 선명한데
왜, 더 이상 말이 없는거니.

무언가 더 말 할 것 같아
뚫어져라 카톡 화면을 쳐다본다
뭐라고 말 좀 해봐
딸아, 어서 돌아오렴
이미 세상을 충분히 배웠으니
아들아, 어서 엄마 옆으로 돌아와서
네 밥그릇의 밥을 비워주렴

사랑하는 딸아, 너를 기다린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를 기다린다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이라고 함민복 시인이 세월호에 대한 추모시를 읊었는디 첫 구절이 시방도 지 가슴을 애통 터지게 하는구만요.
서럽다, 원통하다, 애통하다, 복창 터진다, 애달프다는 거시기허게 이삔 말들도 있지만 지 맴속에선 이런 우라질 놈들, 썩어빠진 것들, 이 ××같은 놈들, 짐승만도 못한 놈들 허고 마구마구 욕이 나오네요. 비까정 추적추적 내링게 온 몸이 끝도 가도 없이 물을 빨아들여설랑 무겁기만 헝게 어른들 말 맹키나 삭신이 다 아파부네요. 생떼 같은 아이들 한명도 구조 못하고 수장시키는 이 나라의 어른이라는게 미안하고 또 미안혀서 울고 잡고요. 금방 뻔히 보이는 거짓뿌렁으로 국민들 빙신 맹그는 이놈의 정부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분노하고요. 내가 별로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침울하구요. 겁나게 울음이 삐직삐직 새어 나오네요. 시도 때도 없이...

하다 못혀서 지가 지난주에 350년 전 원이 엄마의 편지글을 괜히 썼다냐 싶기도 하구요. 별스럽게 생각할려고 헌게 그란지 몰라도 괜시리 죄책감이 들더라구요. 긍께 그 글을 화요일날 오후에 썼걸랑요. 그 세월호 사건이 터진 수요일 날, 부산에서 오시는 기차여행 관광객들 모시러 갈려고 순천역으로 가려고 주섬주섬 준비허느라 새복부터 설레발 치고 다녔거들랑요. 표고버섯도 따고 하필 그날따라 고추장도 항아리에 퍼 담아야 혀설랑 디지게 바빴구만요. 다음날 비 온당께 정신 없었제요. 된장도 갈라 놔야 되는 40일 이 되어 설라므네 기냥 허는 김에 된장 까정 간장과 갈라 놓고 씻고 준비허느라 티비나 핸드폰은 쳐다 볼 새도 없었제요. 
이상하게 그날따라 아는 언니네 피로연이 있어서 남은 시간마저 거기에 있다 봉께 순천역으로 출발하는 고속버스에서야 그 소식을 본거예요. 참말로 다 구조 되었다고 나옹께 별 생각이 없었제라. 하루 종일 버스 안에서 해설하고 강천사 걷기도 허고 고추장 체험도 허면서 가끔 들리는 소식에 기막혀만 했었지라. 한 명도 구조 못하고 거짓꼴로 조명탄이네, 잠수사 투입이네 헐 때도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혔제라.
아이구메, 기가 차고 똥이 차서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요로코롬 벌어질 수 있구나,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침서도 문득문득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중간고사 준비에 바쁜 울딸들에게 문자라도 한번 더 하고 먹고 싶다는 것도 팍팍 사주게 되더라구요. 같은 고등학교 2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닝께 세월호 참사로 자식 잃은 부모님들 속을 쬐까라도 알 순 있거든요. 아그들 한나한나가 모다 소중해 보여서 더 눈물 나제라. 집이들도 그러시제요.

그러고는 이틀 후엔가는 정말로 지가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의 남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구만요. 혹여 거짓뿌렁일까봐 확인을 혀봐도 맞더라구요. 돌아가신분이 저랑 비암띠 같은 나이라고 항상 만나면 손을 잡고 흔들기도 허고 쏘주 한잔 걸치기도 혔는데 말이죠. 참말로 따스한 사람이었거든요. 열심히 농사지으며 시부모 모시고  모든 일에 모범적으로 사는 부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사람이었어요. 대회나 집회에서 보면 우리○○이 라고 하며 뿌듯해 했었는데, 순박한 미소가 최고였는데, 장례식장 가서도 할말이 없더랑께요. 괜시리 지 글 탓만 혀봤어요. 하도 안타까워서요.
지금 글을 쓰는 화요일밤 9시 jtbc뉴스를 보다가 또 울컥 하네요. 한 아이가 마지막 9시 40분경 기록한 동영상을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여성의 글이 50만건 조회수를 기록했다네요.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글인데 첫번째, 대통령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뭔지 몰랐다. 두번째, 사람을 살리는 데 아무짝에 쓸모없는 정부는 필요 없다. 세번째,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순창 분향소에도 노오란 리본들과 아이들의 글들이 나부끼네요. 비가 내려도 촛불을 들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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