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80
「전국책ㆍ제책(戰國策ㆍ齊策)」에 나온다. 내좌수지, 우수화사왈, 오능위지족(乃左手持, 右手畵蛇曰, 吾能爲之足), 손으로 술잔을 잡고 오른손으로 다리를 그리며 나는 다리도 그렸다고 말했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초(楚)나라 회(懷)왕 때 장수 소양(昭陽)이 위(魏)나라를 들이쳐 많은 성을 차지하여 대승리를 거뒀다. 소는 이 기세를 이용해 제(齊)나라마저 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마침 초나라에 사신으로 와 있던 진(晉)나라 세객 진진(陳軫)이 소양에게 충고하여 말했다.
“이번 승리로서 만족하시오. 제나라를 쳤다가 만에 하나 실수하면 마치 뱀을 그린 다음 쓸데없이 다리를 그려 넣는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 까닥 잘못하면 이미 이룩해 놓은 공로까지 다 잃게 될 것입니다.”
결국 소양이 진진의 말을 옳게 여기고 그 길로 퇴군하였다.
초(楚)나라 때 어떤 인색한 사람이 제사를 지낸 뒤, 여러 하인들 앞에 술 한 병을 내놓으면서 나누어 마시라고 했다. 그 중 한 사람이 술 한 병을 여러 사람이 나눠 마시는 것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이 되어 한 의견을 내었다.
“술 한 병을 같이 나눠 마시는 것은 그저 입만 댔다 마는 것과 같다. 차라리 한 사람이 다 마시는 것이 좋지 않겠나?”
모두들 듣고 맞는 얘기라고 말하면서 누가 혼자 마실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가 뱀을 잘 그리는 자에게 술병을 주기로 결정하였다.
시작 소리와 함께 각자 나뭇가지를 들고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뱀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중 한 사람이 재빨리 뱀을 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술병을 추켜들고 마시려고 하던 차에 얼핏 보니 다른 사람들이 아직도 다 그리지 못하고 낑낑거리는 지라 회심의 미소를 짓고 다시 나뭇가지를 들어 이미 그려진 뱀에다가 다리를 그려 놓고 우쭐거리고 뽐내며 말했다.
“다들 보아라, 나에겐 아직도 뱀 다리를 그릴 시간이 있노라.”
그 때 다른 한 사람이 뱀을 다 그리고 나더니 아무 거리낌 없이 술병을 낚아채고는 술을 마시면서 말했다.
“뱀이 어디에 다리가 있단 말이냐? 없는 다리를 왜 괜히 그려 넣어!”
술잔을 빼앗긴 사람이 공연히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후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남이 술 마시는 것을 그저 멍청히 바라볼 뿐이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 고사를 인용하여 ‘어떤 일에 쓸데없이 넘치게 하는 행위나 말을 더 하는 것은 무익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손해가 된다는 것’ 을 가르치는 성어로 사용하였다. 즉 쓸데없는 짓을 하여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흔히 쓰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