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풀뿌리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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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풀뿌리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4.05.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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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라.” 대통령을 엄호하는 이들이 보수매체를 통해 줄기차게 해대는 말이다. 그동안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들에게 보수 세력은 ‘정치적 의도’라며 ‘불순하다’고 수없이 공격해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해를 달성하기 위해서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와 의견을 ‘정치적’이라고 폄하한다.
“우시장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 군정 책임자의 발언이다. 우시장 이전부지 위치를 놓고 자발적으로 일어난 주민들의 재고 요구에 대해 “지방선거 영향을 노린 정치적 의도”라며 “할 테면 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인허가를 포함한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주민 정서를 감안해 달라는 요구를 ‘불순’하게 치부한 것이다.
주민은 지역사회의 고객이 아니고 주인이다. 주인인 주민이 정치·사회적 쟁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배제될 때 ‘세월호’나 ‘우시장’ 같은 일들이 반복된다. 정치는 주민생활과 밀접하고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정치는 의원이나 행정가들만 하는 일이 되어 버렸고 주인인 주민은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6ㆍ4 지방선거 열전 13일이 시작됐다. 1960년대 이후 주민운동, 빈민운동 등을 근간으로 한 지역운동은 1995년 지방자치 전면실시를 이뤄냈다. 하지만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은 아직 요원하다. 제도정치는 아직도 부패한 세상에 애써 눈감고 스스로 위안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속이며 그들만의 정치를 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머슴을 자처하는 정치인들이 넘실대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선다. 주민들은 정치인이 주민의 뜻을 전혀 대변하지 않아도, 지역사회의 이권을 독식해도 안주거리는 삼아도 현실정치의 의제로 삼지는 않는다. 민주적으로 살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배반한다.
주민들은 센 놈만 살아남는 사회, 센 놈이 모든 걸 다 가지는 사회, 1등만 기억하는 사회, 입바른 소리를 하면 빨갱이 아님 베짱이라며 입을 틀어막는 사회에서 내 한 몸 건사하려면 참아야 한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보며 배워왔다. 한국사회는 ‘풀뿌리’들을 이렇게 비굴하고 모순된 존재로 만들어 왔다.
지금 ‘민주주의’라는 말이 식상한가. 아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을 따르며 함께 썩어가는 자도 풀뿌리이고 썩어버린 정치를 갈아엎고 희망의 씨앗을 심는 자도 풀뿌리”라면 “풀뿌리민주주의는 부패한 세상에 눈감아 왔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며 조금씩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민주주의”이다.
지금 풀뿌리민주주의를 말하는 건 떳떳한 인간으로, 올바른 시민으로 살기 위해서다. 풀뿌리민주주의는 진실한 삶을 살기 위해 용기를 내어 거짓된 삶을 거부하자는 결심이다. 한 방에 강자를 쓰러뜨리지는 못하겠지만 억척스럽게 요구하고 바로잡아 주민을 만만하게 보지 못하게 하자는 적극적인 노력이다.
풀뿌리민주주의는 잘못된 권력이나 집단이 주민을 겁박하고 갈아엎으려 해도 잡초처럼 끈질기게 버텨내며 함께 살아보자는 ‘생활의 전략’이다. 따라서 주민들이 풀뿌리 운동의 가치와 삶을 이해하고 서로 연대하며 받쳐주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풀뿌리민주주의는 변화의 과정이면서 그 자체가 변화의 목표이다.
삶의 터전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것은 정치인이나 행정가가 아니라 주민이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고 풀뿌리민주주의 없이 민주주의는 실현되지 못한다. 주민이 정치적 주체가 아니라 고객이 될 때 정치인과 행정가들은 주민을 거래 또는 관리 대상으로 생각한다.
이제 주민을 대신해 우리 고을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할 정치인을 뽑는 날이 12일 남았다.
주민이 정치적이어야 안전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주민이 나서야 지역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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