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41)/ 30년 전 봄날, 눈물 주룩주룩 흘리며 불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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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41)/ 30년 전 봄날, 눈물 주룩주룩 흘리며 불렀던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05.23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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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41
이 노래가 가심 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5월이구만요

초대합니다.
신랑 윤상원 신부 박기순
1982년 2월 20일
신랑도 신부도 끝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이 결혼식은
우리 역사에 한곡의 노래를 남깁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이 결혼식 때 불려졌던 노래가
유명한 5ㆍ18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입니다.


새벽같이 못자리 모판에 물을 주고 두벌 로타리 친 논에 초기 제초제를 하려다가 비가 와부렀네요. 살살 내릴디끼 허다가 쬐까 씨게 내려 버린게 워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30년 전 봄날 눈물 주룩주룩 흘리며 불렀던 이 노래가 지 가심 속에서 소용돌이 치구만요.


아시능가라. 워쪄면 지도 이 노래랑 광주 이야그만 없었으면 서울시 공무원이 되어 있을랑가? 혹시 열심히 공부 혀서 청와대 들어가 고위직이 되어 있을랑가도 모르지라. 제가 댕긴 학교가 쬐까만 노력해도 공무원이 참 되기 쉬운 곳이었걸랑요. 1984년 대학에 들어가서 한달 여 쯤 지나서인 것 같은디라. 몰래 선배가 보여 준 광주 항쟁 때의 참혹한 사진들을 보는 순간 피가 거꾸로 치솟는 느낌, 외신 기자들이 고스란히 찍어낸 참혹함은 국가에 대한 배신감이었어라. 몽둥이를 들고 시민을 때려 치는 진압군, 즐비허게 늘어선 시체들 사이에서 울부짖는 어매들의 모습, 아버지 사진을 가슴에 품은 아이의 모습 등은 겁나게 무섭고 치떨리고 그랬어라. 꿈속에서도 피 흘리는 사진들이 나타나분디 확 외면해버려! 난 모르는 일이야 하고 잡아 떼불까! 가시나 하나 발 벗고 나선다고 뭣이 되겄어, 계란으로 바위치기지. 호숙이 너네 집도 가난헝게 공부해서 공무원 하자고 온거 아녀, 뻘 생각 허지 말고 미친 척하고 외면 해불게. 잉!!
머릿속에 오일장 서분다는 말처럼 뒤죽 박죽하는디 미쳐불겄더라구요.
근디 자꼬 이 노래가 내 머릿속을 꽉! 꽉 ! 채워부는 거예요.
‘1980년 5월 27일 신랑 윤상원 사망’, ‘1978년 12월 27일 신부 박기순 사망’. 암울했던 1970년대 우리 마을 바로 옆에 있는 광주 땅에 살았는디라. ‘들불야학’이라고 허는디서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갔는디 워쪄다가 신부가 불의의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허구만요. 신랑 윤상원은 5ㆍ18민중항쟁 당시 시민군 대변인을 하다가 끝까지 도청을 사수하면서 계엄군의 총을 맞아 사망한 장하디 장한 사람이구만요. 광주라는 이름만 나와도 잡아가던 시절, 그 와중에도 이 둘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주위 사람들이 모여서 영혼결혼식을 올려줬는디 아! 고때 불려진 노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인거죠. 심장에 얼음조각처럼 콕콕 박히게 맹글어 버리고 허구헌 날 젊은 사람들 가심 속에서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는 이 노래의 힘은 바로 여그서 나오는 거제라 잉.
자꼬 무거운 이야그만 허는 것 같은디 워낙 맴 편허게 즐거운 이야그를 할 수가 없는 시절이잖아라. 그래서 데이얀 엉 감독의 ‘버스44’는 11분 분량의 단편 영화 이야그 한판 해불라구허는디 들어보실라요.
빨간 옷을 입은 젊은 여성 운전자가 운전하는 44번 버스가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가 한 남성을 태우구만요. 쬐금 더 가다가 두 명의 남성이 버스에 올라타더니 무서운 강도로 돌변해부는 바람에 얻어터지면서 돈을 빼앗기제요. 썩을 놈들이 여성운전자를 밖으로 끌어내서 성폭행까지 하려고 헝게 운전기사는 도움을 요청하지만 워쪄까라.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어라. 자는 척 하는 사람, 고개 돌려부는 사람, 말리려는 아저씨를 앉혀 놓는 아줌마, 먼데 산만 바라보는 사람. 참말로 우리들 모습 같제라. 그때 아까 처음 탄 승객이 일어나서 구하러 가려고 버스를 휘익 둘러보지만 다들 무심한 척 합니다.하지만 이 승객마저 허벅지에 칼 맞고 쓰러져부는디도 강간 당하는 모습을 승객들은 흥미롭게 쳐다만 봅니다. 버스로 돌아온 기사는 울면서 울면서 결심을 합니다. 바로 아까 허벅지에 칼 맞은 사람보고 내리라고 허등만 짐까지 창밖으로 던져 붑니다. 불의의 상황에선 침묵으로 일관하던 사람들이 지 갈 길 바쁘다공 남자를 강제로 끌어 내리는 추태까지 보이는 거죠.
멍하니 어처구니 없어 하다가 가다 봉께 사고가 낭게 보여분디요 워메. 운전기사가 버스에 탄 사람들과 낭떠러지로 돌진해 버린거지요. 이 영화를 본 사람들마다 저마다 한마디씩 했구만요. “우리 모두 침묵의 살인자가 아닐까”, “수수방관한 우리 모습과 겹쳐진다”, “‘버스44’ 보고나서 부끄러워졌다” 여러분은 아직도 침묵이 금이라고 생각하시남유. 세월호에서 잇달아 터지는 의문점들에 대해 나의 일이라고 생각혀 보셔요.
순창에서도 매주 월요일마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것은 모다 아시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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