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업(8)/ 농약보다 싼 비용으로 각종 병원균에 대처하는 방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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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업(8)/ 농약보다 싼 비용으로 각종 병원균에 대처하는 방법(1)
  • 이선형 회장
  • 승인 2010.11.0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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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선형 순창자연농업연구회장

저렴한 비용으로 해충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에 이어 이번호부터는 탄저균이나 괴저바이러스 등 다양한 균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작물재배에 있어서 충에 의한 피해보다 균에 의한 피해가 훨씬 전면적이고 심각하다. 알을 낳아 번식하는 충에 비해 세포증식과정을 통해 번식하는 균들은 조건만 양호하면 단 하루 만에 몇 십만 배로 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충피해를 입은 고추나 벼는  일부라도 수확이 가능하지만 균의 습격으로 초토화된 경작지에서는 거두어들일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고금의 역사 속에서도 전쟁을 통한 인명의 살상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가 페스트(흑사병)나 장티푸스, 독감바이러스 등에 의해 야기되었었다. 각종 병원균에 대한 연구와 치료약이 개발된 현대사회에서도 에이즈나 광우병 등 끊임없이 인류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균, 즉 미생물인 것이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의 활동은 눈에 보이는 해충들보다 훨씬 위협적인 존재라 할 것이다.

이렇듯 위협적인 균들에 대처하는 방식에 있어서, 과거 동양과 서양은 뚜렷한 차이를 보여왔다. 서양의학은 분석적이고 미시적인 접근을 통해 병의 원인을 찾아 그 원인을 제거하고자 하였고, 반면 동양의학은 음양오행설에 입각하여 환자 스스로 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氣)와 혈(血)을 균형상태로 유지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서양의학이 병의 원인을 병원균으로 보았다면 동양에서는 병의 침입을 허락한 인체의 상태로 보고 치료법을 강구한 것이다.

어떠한 접근방식이 보다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필자가 가진 짧은 의학적 상식으로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자타일체(自他一體)의 통합적 관점에서 사람 중심의 균형감을 우선시한 것이 동양의학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동서양의 의학적 접근자세도 많이 변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일반적 감기증상에 대한 국내 모 의료진의 처방전을 유럽과 미국의 의료진에게 보여주었을 때, 항생제 남용에 대해 그들 모두가 적절치 못하고 놀랍기까지 하다는 반응을 국내 텔레비전의 의학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계속 변형되기 때문에, 항생제가 아닌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로 환자의 면역력을 증진시켜 스스로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는 서양의사들의 진단은 과거 동양의학의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의 국민 일인당 항생제 섭취율이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며, 이러한 항생제의 남용이 미래의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의학프로그램의 지적이다.

균에 의한 작물피해에 대해 다루고자 하면서, 생뚱맞게 짧은 상식으로 동서양 의학세계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듯하여 외람되기 짝이 없으나, 이러한 논점은 작물에 대한 균의 침투와 습격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감기바이러스를 같은 공간에서 흡입한 모든 사람이 감기에 걸리지 않듯이, 균의 침투에도 불구하고 전멸하는 경작지가 있고 일부 피해에 그치는 곳이 있는 것이다. 자연농업에서 바라보는 균 피해는 특정한 균이 과도하게 자리를 차지하도록 살균제를 통해 균 다양성을 파괴하였다고 보는 것이고 또한 특정 균의 침투와 확대를 허용한 토양과 작물건강이 문제라는 것이다.

병을 일으키는 균을 죽이기 위해 우리는 무수히 많은 살균제를 뿌려왔고 앞으로도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껏 이러한 진단과 처방이 농부의 몸과 토양과 작물을 함께 병들게 하였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병을 일으키는 특정 균을 죽이기 위해 농약의 독성을 계속 높여가거나, 아니면 다른 새로운 길을 모색하거나,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균에 대한 구체적 대책은 다음 연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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