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존대/ 혼자 잘난 체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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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존대/ 혼자 잘난 체나 하고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06.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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妄 망령될 망 自 스스로 자 尊 높일 존 大 큰 대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82

‘제 잘난 멋에 산다’, 즉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더 잘난 척하다가 죽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는 말이 있지만 우리 주위에는 터무니도 없이 우쭐대면서 앞뒤 생각도 없이 잘난 체하는 사람이 꽤나 많다.

범엽(范曄)의 「후한서ㆍ마원열전(後漢書ㆍ馬援列傳」에 나온다. 자양정저와이, 요망자존대(子陽井底蛙耳, 要妄自尊大) : 자양은 우물 안 개구리로 망령되게 자기를 높이기나 하고.
 외척 왕망(王莽)이 서한(西漢, BC206-25)을 망하게 하고 신(新)나라를 세웠으나 얼마 후 세력이 약해지니 여러 곳에서 군웅들이 들고 일어났다. 여러 번의 전쟁을 치른 끝에 마지막으로 외효(隗囂), 공손술(公孫述), 유수(劉秀) 세 사람이 천하를 놓고 다투게 되었다. 그중 외효가 다른 군웅들의 병력상황을 알아보기 위하여 그의 심복대장인 마원(馬援, 훗날 유수에게 의탁하여 동한(東漢)의 공신이 됨)을 촉지(蜀地)로 보내어 공손술의 허실을 알아보게 하였다.
마원은 공손술이 한 고향사람이므로 ‘이번에 만나게 되면 옛날처럼 편안하고 친절하게 대하며 한담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마원이 도착하니 공손술이 수많은 시위무사들을 시켜 마원일행의 숙소 주위를 지키게 하더니 마원에게는 옷을 갈아입고 기다리라고만 하였다. 며칠이 지나 공손술의 수하들이 마원일행을 궁으로 데리고 와 공손술을 만나게 하였다. 그가 보니 공손술이 윗자리 정중앙에 앉아 마치 제왕이 백관을 거느리는 것처럼 황제행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백관대열에 서도록 하더니 갑자기 제후작위를 수여하는 것이었다.
동행한 휘하 중 일부가 이러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동요되어 차라리 여기에 그냥 눌러앉는 게 좋겠다고 권하였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고개를 흔들고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사실 누가 천하의 주인이 될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다. 공손술이 천하를 잡으려면 지금이라도 바쁘게 또 적극적으로 각지를 방문하여 호걸명사들을 모아 자기를 돕도록 해도 모자랄 판인데, 벌써 자기가 황제가 된 것처럼 이처럼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데 누가 그를 충심으로 따르려 하겠는가?”
마원이 공손술의 호의를 완곡히 거절하고 돌아와 외효에게 보고하였다.
“공손술은 식견이 아주 좁아 마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위인에 불과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오히려 함부로 잘난 체하고 거만하게 굴며 마치 자기가 무슨 큰 인물인양 거들먹거리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그쪽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온 힘을 다해 유수만 잘 대처하시면 되겠습니다.”
훗날 이처럼 망자존대하였던 공손술은 과연 전쟁에서 연패하더니 화병으로 죽었으며, 천하는 결국 겸손하고 사람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유수가 차지하여 동한(東漢)시대가 시작되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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