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시절, 그가 사람들 많은 데에서 한 윗분을 칭송하는 말을 자주 하였다. 들어보면 아부발언인데 필자가 그간 지켜 본 그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 이상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그 아부발언을 듣고 있는 그 윗사람도 공개회의에서 그를 자주 칭찬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임기를 마치고 귀국할 무렵, 그에게 비아냥대며 물었다.
“언제부터 그리 아부를 잘했어?”
“아니야! 그 양반이 아부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나서 그랬지. 존경할만한 사람까지야 아니지만….”
그가 가고 반년 뒤 윗분도 가시게 되어 물었다. “그때 왜 그리 그를 칭찬하셨나요. 답지 않게 말입니다.”
“그가 잘해서가 아니고…, 그에 대해 들으니 자기를 무시하면 말썽을 일으키는 예민한 사람이라고 소문이 나서, 무조건 잘 한다 잘 한다 한 거지.”
‘겉으로는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아니었다는 말씀이신데…, 둘 다 섭공호룡(葉公好龍)한 셈이군.’

유향(劉向)의 신서잡사(新序雜事에 나온다. 어시천룡문이하지, 실기혼백(於是天龍聞而下之, 失其魂魄) : 하늘의 용이 듣고 섭공에게 모습을 보여주니 섭공이 보고 겁에 질려 정신을 잃었다.
노(魯)나라 애공(哀公)이 선비들과 친교 맺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공자(孔子)의 제자 자장(子張)이 길을 떠나 노나라의 수도에 왔다. 성문 앞에서 애공에게 면담을 청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이레가 지났는데도 만나주겠다는 기별이 없어 크게 실망한 자장이 이야기 하나를 글로 써서 애공에게 전달하게 하였다.
종전에 섭공(葉公)이 용(龍)을 지독하게 좋아했습니다. 집안에 있는 모든 물건과 장식품에 모두 용무늬를 붙이거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용을 그려 넣었습니다. 심지어는 입는 옷, 이불과 장막에도 온통 용 무늬와 도안을 수놓았습니다.
하늘에 있던 진짜 용이 이를 알고 크게 감동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용이 손수 땅에 내려와 섭공의 집에 들러 그에게 진짜 용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려고 하였습니다. 섭공이 사는 곳으로 내려와 머리를 창문에, 꼬리는 대청에 둔 채 슬며시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섭공이 진짜 용을 보더니 놀라 혼비백산하여 다리를 덜덜 떨다가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그 후 사람들이 ‘섭공이 좋아한 것은 진정한 용이 아니고 그저 용을 좋아한다는 헛된 명성을 얻으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웃었습니다.
자공이 이 글을 쓴 목적은 애공이 진심으로 선비들과 친교를 맺으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을 풍자한데 있었다. ‘겉으로는 좋아한 것 같으나 실제로는 두려워하다. 말로는 좋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좋아하지 않다’는 뜻으로 훗날 사람들이 이런 행태를 비난하는 말로 사용하였다.
예를 들면, 일부 위정자들이 ‘국민을 섬긴다 위한다 희망을 드린다.’ 고 열변을 토해 놓고 자신의 사욕을 취하는데 급급하고, 또 정작 만나러 오는 사람을 문전박대하거나 뒷문으로 꽁무니를 빼는 모습을 보일 때, 이 성어로 일갈(一喝)한다면 얻고자 하는 결과를 갖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이라도 후련해질 것 같다. 
유사한 성어로 도부허명(徒負虛名)이 있다. ‘쓸데없이 명성만 있을 뿐 실질이 없다. 공연한 빈이름뿐이고 실속이 없다. 즉 유명무실하다’는 말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정문섭 박사 uws1230@hanmail.net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