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98) 나는 어떤 사람으로, 또 무엇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상태바
내책(98) 나는 어떤 사람으로, 또 무엇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4.07.18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정진홍 저.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3」

매년 이맘때마다 아침 일찍 만나는 친구는 눈부시게 노란 달맞이꽃이다. 자전거를 세우며 안녕~ 하고 다가가보니 표정은 반가운데 예년의 느낌이 아니다. 달맞이꽃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들에게 절망한 듯 세월호 참사의 노랑 리본이 되어 서있었다.
‘일상의 소소한 삶을 인문하라’는 이 책 제3권’은 만남, 불안, 의지, 역설, 결정, 실패, 유머, 아부, 제가, 딜레마, 유언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위하여 인용된 참고도서만 200권이 넘을 정도로 저자는 열정과 문학적 감수성으로 자신의 사유구조를 이 책에다 쏟아놓았다. 1999년에는 문화관광부 우수 사회과학 도서상을 수상한 저력도 있는 책이다.
그런데 ‘저자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는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펼쳐놓은 인문의 숲에서는 구하기 힘들고 필요한 자양분을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성찬도 준비했지만, 고구마 밭처럼 무성하게 얽힌 넝쿨의 문장 속에는 5ㆍ16은 혁명으로, 이성계의 회군은 쿠데타로 말하고, 인간의 본성에는 싸움의 디엔에이(DNA)가 있으며, 삶은 원래가 공정하지 않다고 앞서 말하는 등 역사인식의 왜곡을 보이고, 일부의 인간사회 현상은 보이는 모습으로만 재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에서는 오히려 “모든 인문학은 그 태동에 있어서 비판적이고, 인문의 정신은 다분히 반역적이다”라며 주장하였고, “모든 인문학은 관학일 수 없고 지배자의 논리가 아닌 피지배, 탈지배의 논리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며 지배자의 논리로 말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던가. ‘역설’에서도 그는 모든 사물과 사회는 정면이 아닌 반면에서 뒤집어 보라고 설명했던 참이다. ‘5ㆍ16은 혁명이냐 쿠데타냐’라는 질문이 돌발하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청문회가 생각나서 잠시 책을 놓고 당황스러워졌다. 
책 3권의 마무리는 우리 생의 마지막 연서라고 소개한 ‘유언’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역사속의 명사들이 남긴 유언들을 소개하며 “지금 우리가 유언을 통해 생의 끝을 생각하는 것은 현재를 더 잘 살아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어영부영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버나드쇼의 묘비명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는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의 소개는 삶에 대한 역설이 절묘하다.
제 팔자는 제가 꼰다는 말이 있다. 족적을 남긴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역사의 눈으로 판명이 나는 법이지만, 평범한 우리들은 ‘어떤 사람으로, 또 무엇으로’ 기억되는 것이 좋을까? 나의 좁은 생각이지만 그것은 향기가 나는 삶이다. 나만이 아니라 남도 돌아보는 삶이고, 후회 없이 노력하고 쓰러져도 일어나는 삶이다. 배움으로 끝까지 변화하며 웃는 삶이다. 저자는 “삶은 한권의 책과 같으니 나의 책갈피를 한 장씩 넘길 때 마다 나만의 향기가 배어날 수 있도록, 그리고 마지막장을 넘기고 나서는 그 향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살아가라”고 당부한다. 입신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수신을 위한 공부가 인문학의 골간이라고 말하는 그는 “소소한 일상이 인문을 키우는 거대한 자연”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소한 일상이 의지와 맞닿으면 힘이 되고 거대해지며 위대해 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고 한다. 노란리본으로 매듭지어진 달맞이꽃에 가까이 가보니 그 향기도 형언 할 길이 없다. 사람의 향기만은 못해도 아침 일찍 달려 나온 그들의 노란 행렬은 벌써 잊어버리지 말라는 세월호 참사의 슬픈 고혹의 자태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고창인 조합장 징역 2년 구형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순창읍 관북2마을 주민들 티비엔 '웰컴투 불로촌' 촬영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