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기양/ 우쭐거리고 잘난 체하다가
상태바
지고기양/ 우쭐거리고 잘난 체하다가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07.24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趾 발 지 高 높을 고 氣 기운 기 揚 오를 양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85

같이 일했던 S는 평소 예의가 밝고 겸손하여 윗사람들의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나보다 두 살 위였지만 나를 상급자로 깍듯이 대하였으므로 나도 사람들에게 ‘괜찮은 사람’ 이라고 칭찬해주었다. 그가 주요 부서를 거치더니 다른 선배마저 제치고 동기 중에서 제일 먼저 사무관이 되었다. 그런데 발령장을 받고 각 방을 돌며 인사를 다니는데 그의 모습이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겸손하던 발걸음은 어디 가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고개도 많이 들고 뻣뻣한 자세로 축하를 받는 것이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내가 따로 축하자리를 만들어 성어 지고기양(趾高氣揚)을 써 ‘잘난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우둔한 자’ 라고 충고하였다. 하지만 그는 아예 들으려 하지 않고 올챙이 적 생각을 완전히 잊은 듯 나에게 반 벙거지로 말하는 것이었다.

《춘추좌전(春秋左傳》에 나온다. 막오필패, 거지고, 심불고의(莫敖必敗, 擧趾高, 心不固矣): 막오관(굴하)이 패하겠구나. 행동거지가 거만하고 마음이 침착하지 못하니.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초(楚)나라 무왕(武王)에게 굴하(屈瑕)라는 아들이 있었다. 재능이 대단하지 않았으나 운이 좋아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적이 있었다. 이에 굴하는 매우 자만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에 무왕이 이웃 나(羅)나라를 칠 준비를 하고 또 그에게 군사를 주어 출전하게 하면서 대부 투백비(鬪伯比)에게 전송하게 하였다. 굴하가 멀리 출발한 것을 보고 돌아오던 투백비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마부에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 굴하가 이번 전쟁에서는 어쩐지 질것 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너도 봤지, 굴하장군이 걷는 모양을…, 다리를 그렇게 많이 올려 걷는 것은 경솔하다는 것을 뜻하지 않으냐? 이런 자세로 전쟁에 임하여 어찌 적을 이길 수 있겠는가?”
집에 돌아 온 후 생각할수록 걱정이 커진 투백비가 이른 아침 바로 궁으로 들어가 왕을 알현하여 말했다.
“빨리 군사를 보내 굴하를 지원하십시오. 굴하장군이 위험합니다.”
“지난 번 전쟁에서 굴하가 크게 이기고 와 지금 사기가 크게 오르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란 말인가.”
저녁에 왕이 왕후에게 지나가는 말로 대수롭지 않은 듯 얘기하자 그녀가 바로 사색이 되어 투백비를 두둔했다.
“그 사람 말이 맞습니다. 굴하는 지난 번 승전으로 우쭐한 마음이 있었는데 또 신임을 받아 출병하게 되니 어느 누구도 안중에 없을 것입니다. 너무 경솔하여 전쟁에 패할까 두렵습니다. 빨리 지원군을 보내십시오.”
왕이 그녀의 말을 듣고 그제야 걱정이 되어 서둘러 추가로 지원 병력을 보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구원병이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전쟁에 져 있었고 굴하는 목매어 죽어 있었다.
훗날 사람들은 굴하의 이러한 걸음걸이를 성어를 만들어 오만하여 우쭐거리며 잘난 체하는 모양을 비유하였다. ‘의기양양하다. 득의양양하다. 우쭐거리다. 잘난 체하다’등의 뜻을 갖는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