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단학보/ 남의 흉내나 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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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단학보/ 남의 흉내나 내다가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08.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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邯 땅이름 한 鄲 조나라 도읍 단 學 배울 학 步 걸음 보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86

「장자ㆍ추수편(莊子ㆍ秋水篇)」에 나온다. 미득국능, 우실기고행의, 직포복이귀이(未得國能, 又失故行矣, 直匍匐而歸耳) : 아직 그 나라의 걸음걸이도 능하지 못하였는데, 자기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려 기어서 돌아왔을 뿐일세.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공손룡(公孫龍)이 조(趙)나라에서 사상가로서는 자신의 학문과 변론이 당대 최고라고 여기고 있었다. 하루는 자신을 장자(莊子)와 견주어보려는 생각으로 위(魏)나라의 공자 위모(魏牟)에게 장자의 도(道)를 알고 싶다고 청했다. 그의 의중을 알아챈 위모가 한숨을 쉬고 하늘을 우러러 웃으면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한단(邯鄲)은 전국(戰國)시대 조(趙)나라의 수도로서 그 곳에 갔다 온 사람들은 모두 한단 사람들의 보행이 나긋나긋하고 유연하여 자태가 매우 보기 좋다고 말하였다. 또 주위 나라 사람들도 이를 무척 부러워하여 그 걷는 모양을 흉내 내고 싶어 했다. 
이웃 연(燕)나라 수릉(壽陵)에 사는 한 젊은이가 자기의 걷는 자세가 보기에 좋지 않다고 여겨 단지 조나라 사람의 걸음걸이를 배우기 위해 한단으로 여행을 갔다. 한단에 도착한 후 매일 길가에 서서 내왕하는 행인의 걸음걸이를 보고 그들의 걸음걸이를 반복하여 열심히 흉내를 내었으나 노력한 만큼 잘되지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자신의 걸음걸이에서 조나라 사람들처럼 자세가 나오지 않게 되자 결국 배우기를 포기하고 연나라로 돌아왔다. 그런데 조나라 사람들의 보행을 열심히 배우는 중에 그만 자기가 원래 걸었던 자세를 잊어버려 거리를 걸을 때 어떻게 걸어야 좋을지 모르게 되었다. 결국 마치 거북이가 걷는 것처럼 기어 다니게 되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처럼 ‘우물 안의 개구리가 밖의 세상을 어찌 볼 수 있겠는가. 결국 가느다란 대롱구멍으로 하늘을 보고, 송곳을 땅에 꽂아 그 깊이를 재는 꼴’ 이라고 비유한 것이다. 그는 다시 충고의 말을 이었다. 
“지금 자네도 장자에 이끌려 여기를 떠나지 않고 있다가는 그것을 배우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자네 본래의 지혜를 잊어버리고 자네의 본분마저 잃게 될 걸세.”
이 말을 듣고 공손룡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물러났다.
이 고사성어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배울 때는 자기가 원래 갖고 있던 것을 버리지 말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재주 피우다 일을 망치는 결과(弄巧成拙, 농교성졸)를 가져와 당초 의도하였던 ‘장점을 취하여 단점을 보충’ 하려는 뜻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자기의 본분을 잊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면 제 재간까지 다 잃는다’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다리가 찢어지다’는 얘기가 있다. 자신의 처지와 능력을 살피지 않고 무조건 남의 것을 따라하다가는 무리가 생긴다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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