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예산 21억과 도왕마을 6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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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예산 21억과 도왕마을 640만원
  • 우기철 기자
  • 승인 2010.11.1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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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제보를 받으면 궂은 일, 좋은 일을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얼마 전 본사로 여러 통의 제보가 들어 왔다. 7가구 10명이 사는 적성면 석산리 도왕마을 주민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지표수를 받아서 먹고 산다는 것이다. 지난 7월 9일 요즈음 어떤 세상인데 정말 그런 마을이 있을까 하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도왕 마을을 찾아 갔다. 도왕마을을 알리는 이정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마을로 진입하는 2킬로미터(km)의 길은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콘크리트 농로여서 찾아가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렇게 어렵사리 간 수원지 현장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동물의 배설물이 여기저기 있었고 정체모를 계곡수가 마을 수원지로 그대로 섞이는,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해준 주민들의 성명을 묻자 정작 고충을 토로하던 이들은 손사래를 치며 알려주지 않았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듯 했다.

이후 ‘본보 7월 15일자’ 1면에 도왕마을 실상을 공개했다. 다음날 주민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본인들 처지가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보도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적성면을 찾아가 도왕마을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당시 적성면 관계자는 “눈이 잘 녹도록 기존 콘크리트도로에 아스콘으로 깔아주고 차가 비낄 수 있는 공간을 10여 곳 만들어주며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려고 군에 건의했다”고 밝혔었다.

그리고 두달 후 상황을 알고 싶어 적성면사무소를 찾았다. 면 관계자는 최근에 인사이동으로 이곳에 와서 진행상황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군청을 찾았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타당성이 없다. 안 된다. 어렵다. 힘들다. 계획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겨울에 마을이 고립되고 배설물이 섞였을지도 모르는 물을 마시면서 살아가는 도왕마을 사람들에 대한 군의 처사는 달랑 640만 원짜리 수원지 보수공사뿐이었다.

그런데 군은 지난 7월에 받은 전라북도 감사에서 63건의 위법ㆍ부당한 사항이 무더기 적발 되면서 21억 6300만원을 회수ㆍ감액ㆍ추징 처분을 받았다. 도왕마을 주민을 위한 정당한 예산 640만원과 부당한 예산 21억원.

이제 예산집행의 타당성을 따지는 그들이 가진 기준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질문의 중심은 철저히 주민들의 삶이 기준되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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