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47)/ “나 보구 시 쓰라고, 워메 미쳤는 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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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47)/ “나 보구 시 쓰라고, 워메 미쳤는 갑다.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08.22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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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47
나는 못혀야”하시던 어메들 솜씨 볼랑가요

 

인터넷에서 아조 겁나게 인기가 많은  할머니 시인데 귀엽제라. 크흐흐
시방 지가 허벌나게 고민허고 또 고민허면서도 재미난 수업이 하나 있는디라. 꽃 피는 춘삼월부터 했던 어메들과의 만남이구만요. 순창문화원에서 ‘지역특성화 문화예술 지원 교육’이라는 겁나게 거창한 사업에 응모를 혀서 떠억허니 따냈는디요. 지가 허는 교육 이름은 ‘부뚜막에서 싸목 싸목 읊다’ 당께요.
긍께 책놀이 자격증 2급을 가진 미모의 순창여인네들이 뭉쳐부렸어라. 구림면에 사는 할머니들과 그림책도 싸목 싸목 읽어주고 책놀이도 재미지게 한바탕 놀아분 다음 가심을 환장허게 만들어 버리는 시도 낭송하면서 거시기허게 놀자구요. 아이구메! 계획안 내느라 준비험서도 엄청 행복해 험시롱 무얼할까? 워찌케 재미지게 헐까? 고민했어라. 처음 해보는 건게 더 글제라. ‘어메들 맴이 내맴이고 내맴이 어메들 맴이겄제, 아! 다 내가 아는 사람들인디 별일 있겄어!’라고 터무니없이 들떠 있었당께요. 울 친정엄마도 계셨당께요.
「책 읽어 주는 할머니」그림책부터 시작혀서 「신선바위 똥바위」등 한 주마다 그림책 한 가지씩 읽고 거기에 나온 글자 익히고 책놀이도 허면서 나름 재미지게 혔고만요. 진달래 화전도 만들고 만두도 빚고 요구르트 볼링도 치고 말이제라.
나태주의 ‘풀꽃’이란 시도 읽고 원태연의 ‘알아’ 라는 시처럼 짧고도 좋은 시들도 매주 두편씩 함께 읽고요.
근디 어메들이 너무너무 한글공부를 하고 싶었던거예요. 기냥 단어 하나라도 더 공부허고 싶어서 일 허다가도 책가방 챙겨서 오고, 졸린 눈 부릅뜨고 밤 10시까정 공부하시는디 우리가 놀자고 헝께 쌍수 들어 반대허시는 분들이 있는 거예요. 한글공부만 쭈욱 허자고.
워메 머리 터지게 고민허고 또 고민허다가, “그랴 어메들 뜻대로 하되, 우리가 하고자 했던것도 한 시간, 어메들 공부도 한 시간 험서 난중에라도 우리의 뜻을 알아주면 바꿔보드라고 잉!” 험서 더 준비혔지라.
매주 수요일마다 준비해 간 책 이름도 참말로 많제라. 옛날 옛날 호랭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그부텀, 이순구의 웃는 얼굴까정 사연도 많고 웃음도 많고 하루하루가 즐겁제요. 처음에 나눠드린 파일에 좋은 시들과 어메들이 따라서 쓴 글자들이 이제는 많이 모였제요. 무신 붓글씨 쓰드끼 한자 한자 따라서 쓰시는 어메 손이 하도 이뻐서 사진도 찍어 놨는데 지가 보기엔 작품이구만요.
혹시라도 딸내미 같은 선생님들께 책 잡힐까봐 크게 크게 쓰시느라 시간이 아까워불고 겹받침이 있는 글자를 뒷글자부텀 쓰심서 쑥쓰럽게 웃어불고 고럼서 정도 많이 들었제요. 제일 처음에 시들을 낭송해드릴 땐 너무 우리식에 맞춰서 어려운건 아닌가 라고 생각 했는데 난중에 난중 수업시간에 혹시 기억나시나 물어보면 워메!! 술술술 읊어 버리싱게 박수치고 좋아라 험서 춤췄당께요.
요구르트병으로 볼링 게임할 땐 워찌케나 거기에 빠지셔서 응원을 허시던지 왕중왕전까지 해부렀어라. 「무지개 물고기」수업험서 완성된 큰 그림에는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나눠 주고픈 맴들이 가득 가득 담겨있구요, 진달래화전 할 때는 표정들도 진달래 빛이 되셨고  만두를 빚으실 때는 처음 만들어 본다는 분들도 꽤 되시더라구요. 오물오물 만두 드심서 또박 또박 글 쓰는 표정들도 핸드폰으로 찍고 웃음치료 선생님과 함께 한 풍선 놀이도 재미있어 하심서 핸드폰에 담았더니 사진으로 꽉 차버렸당께요. 같이 하시는 선생님들의 아이들이 「봉구야 목욕하자」라는 그림책을 마당극처럼 꾸며서 공연을 하니까 어메들 손주들 보는 것 맹키로 박수침서 이뻐해 주시구요.
아! 근디 워쪄다 봉께 가을에 하려던 시 쓰기 작업을 6월에 하게 되었어요. 어메들마다 미쳐버리실려구 한당께요. “나 보구 시 쓰라고, 워메 미쳤는 갑다. 나는 못혀야”라고 허실 것 같아 미리미리 선수를 쳤지라. 시 쓰는 것 아조 쉽다고 뻥을 까고 한글문해학교에서 나온 할머니 시들을 보여 줬제요. 하도 오지게 공감이 가는 글들이라 다들 함박웃음 터트렸어라. 윗글을 제일로 재미져라 하셨제요.
글구는 ‘( )는 너무 길다’라는 문장을 주고 ( )안에 들어 갈 적당한 말을 찾으라고 말씀 드렸더니, 크하하하. 인생, 지렁이, 내 똥, 우리 집 논, 복분자 밭, 밭고랑, 가로수, 강천산길, 고생길, 내 다리, 사모님의 사랑 등이 나왔어요. 그래서 “이것도 한줄 시예요”하면서 “어메들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고 조그만 느낌 한나 한나가 시가 되거든요”라고 혔습니다. 실상 지는 시도 못 씀시롱 말로만 했지만 이해해 주실거제요,
근디 다음 시간에 시들을 써 오신 거예요. 고것도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시들로만, 월매나 좋아혔을지 상상이 가시제요. 한번 보여드릴께라.
어메들 웃는 얼굴도 보여드리고 싶지만 미리 허락을 안 맡아서 못 보여드리는디 난중에 한번 꼬셔놓고 올려 볼께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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