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유기표/ 내용은 없고 겉만 번지르르
상태바
허유기표/ 내용은 없고 겉만 번지르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08.29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虛 공허할 허 有 있을 유 其 그 기 表 겉 표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87

‘촌놈이긴 하나 허우대도 크고 그런대로 밉상은 아니어서 또 똑똑해 보이지도 않았지만 착하고 인정이 많아 보여서 남편감으로 정했다’는 아내의 말에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어느 덧 30여년이 흘러 어느 날, 딸의 신랑감을 찾는 조건으로 “키 커 봤자 허리만 아프다고 하고, 키 큰 사람은 크고 싱겁고 굼떠 느리다. 비행기 1등석에 타는 사람치고 키 큰 놈 별로 못 봤다. 작은 사람이 야물지”하는 아내의 말이 들렸다.
혼기가 지났는데도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지며 신랑감을 찾지 못하는 딸을 빨리 시집보내고 싶어 그리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내가 허유기표(虛有其表)한 사람이라서 그리 말한 것인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가 정말 그렇다고 대답해 버리면…, 지난 ‘30여 년간 좋았던 기분’ 이 훅 날아갈까 두렵다. 더 묻지 않는 게 좋겠지?  
「명황잡록(明皇雜錄」에 나온다. 국지진보, 타무경역, 숭기퇴, 상척초어지, 왈, 허유기표야(國之珍寶, 他無更易, 崇旣退. 上擲草於地, 曰, 虛有其表也) : ‘국지진보’ 일뿐 더 바꾸지 않았다. 소숭이 나간 후 황제가 초안을 던지며 ‘유명무실하구나’라고 말했다.
당(唐, 618-907)나라 현종(玄宗) 때 소숭(蕭嵩)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체구가 크고 훤칠한데다 건장하고 풍채가 당당하여 장상(將相)의 풍모를 많이 가진 자였다.
하루는 현종이 소정(      )을 재상으로 임명하기로 결정하고 소숭을 불러 임명장 문안의 초안을 잡아 오게 하였다. 소숭이 나름대로 노력하여 초안을 잡아 현종에게 보도록 하였다. 그런데 원래 문학 수준이 높은 현종은 초안의 수준이 떨어진다 느끼고, 내용 중 ‘국지괴보(          ,국가의 귀중한 보물)에서 괴()자에 대해 한 마디 하였다.
“짐이 알기로 소정의 아버지 이름이 괴(  )인데 이 글자를 피해서 써야 할 것이 아닌가. 다른 글자로 바꾸고 전체를 다시 보게.”
소숭이 매우 창피하기도 하고 긴장이 된 탓인지 더 이상 고치지 못하고 낑낑대다가 어렵사리 붓을 들고 다시 써 올렸다. 소숭이 시간을 들여 열심히 쓴 것 같아 보여 현종은 매우 훌륭한 문장을 만들었으려니 생각하고 초안을 다시 훑어보았다.
그러나 현종이 크게 실망하였다. 현종이 지적한 ‘괴보(  寶)’를 ‘진보(珍寶)’ 로 바꾼 것 외에 다른 부분은 하나도 손을 대지 않은 것이다. 소숭이 나간 후 현종이 매우 화가 나 초안을 내던지며 탄식하여 말했다. “소숭, 이 사람이 풍채에 걸맞지 않게 부족하구나! 정말 겉만 번지르르한 유명무실한 자로다.”
이 성어를 사람들은 ‘겉은 아주 훌륭하지만 내용이 충실하지 못하다. 유명무실하다. 겉만 번지르르하다. 빛 좋은 개살구다’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유사한 성어로 명과기실(名過其實)이 있다. ‘명성이 실제 이상이다. 평판이 지나치다 높게 나와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명불허전(明不虛傳)은 명성과 사실이 부합하다. 즉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
  • 군 전체 초·중·고 학생 2000명대 무너졌다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