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48)/ 오메, 서울떽 얼굴에 단풍 들어 부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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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48)/ 오메, 서울떽 얼굴에 단풍 들어 부렀네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09.05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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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48

오메! 단풍 들것네
-김영랑

“오-메,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메,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 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네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메, 단풍 들것네.”

오-메.
서울떽 얼굴에 단풍들어 부렀네요. 강천산 애기 단풍 만은 못하지만 뽈갛게 물든 것은 지가 시방 한바탕 일 저질렀기 때문이구만요.
시상에 하나뿐인 서방님께 야그도 안해불고 떠억하니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교실에 학상으로 등록했거든요. 몇 년동안을 기웃기웃 험시롱 첫사랑 고백허는 아그처럼 망설였는디 배우고 자픈건 워쩔수가 없는지 가심이 통개통개헌게 기분이 좋아부러요.
요런 지 꼬라지 다아 들어주는 울 냄편이 겁나게 오지고 멋져 보이네요.
구산리가서 찐 빠지게 배추 밭 비니루 씌우고 있는디 뜬금없이 전화혀서 오늘까지 돈 넣어야 헌다고 뻥까지 깠어요. 실은 내일까지만 넣어도 목요일부터 수업하는디 지장은 없다고 혔는디도 오지게 밀어붙이는 거제라.
실은 지가 요새 몸이 말이 아니였어라. 한 2주간을 정말 정신없이 뛰어 다니다 보니 윗입술, 아랫입술에는 큰 수포들과 자잘한 수포들이 아예 마을을 이뤄서 살구요. 일에 지쳐선지 아침마다 얼굴은 부어 있는디, 저녁 때가 되어도 가라앉을 줄을 모르구만요. 아죠 우스워불제라. 거기다가 50 평생 되도록 요로코롬 목이 쉰적이 없었는디 뭣할라고 허스키허게 내리 깔려 소리가 나옹게 보는 사람마다 걱정해주구만요. 어저께 학원 아그들은 때는 이때다 허고 지 생각해서 “선생님 힘등게 오늘 쉬어요” 라고 아우성인디 “아! 긍께 선생님 소리 안지르게 말 좀 들어줘라”맞받아 침서도 내 몸을 내가 챙겨야지 허는 생각이 간절했다니까요.
매주 수요일 어메들과 허는 수업을 주관하는 단체에서 잘 허고 있나 보러 오신다고 혀도 지가 쥐뿔나게 준비허는 것도 없어라. 쬐까 마음은 졸였었도 기냥 평상시 대로 똑같이 혔는디도 뭐 그런거 있잖에라. 괜시리 가슴이 두방망이질 허는 것, 다행히도 좋으신 선생님과 수업 끝나고 허심 탄회하게 이야그험서 좋았구만요. 아이구메. 전북 도민일보에 ‘순창 구림면의 한글 공부하는 할매들’이라고 명필로 써 내려 가주신 글이 8월 28일 자에 올라왔구만요.  좋은 일 하드라고 워쪘든 찾아서 읽어 보씨요. 잉!  

금요일날은 중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전라북도로 끌어 오기 위해 중국의 티비와 여행 잡지사에서  순창 고추장  취재를 왔는디 지가 해설이었거든요. 시집 갈 때 말고는 돈 주고 드라이 한 적이 별로 없는디 요날 만큼은 꽃 단장허고 입술도 뽈갛게 칠하고 혔어도 별 티가 안났어라. 외국 티비랑 하도 많이 인터뷰 하셔선지 명인 고추장 사장님께서는 실수도 없이 딱딱 아귀 맞추어 하시는디 워낙 고우신데다가 말씀도 잘하셔서 특별히 할 것도 없었제요. 회문산 만일사 고추장 시원지에 가서도 솔찬히 아고똥허신 울 스님께서도 인터뷰 베테랑이시다 봉께 지는 몇 가지만 추가로 알려드리면 되었구요. 해맑게 웃으심서 잘 하시더랑께요. 근디 하도 찾아 강게 귀찮기도 하시겄어라. 강천산 가서 물속에서 노는 아이들과 엄마들 섭외하는거야 식은 죽 먹기인데다 병풍폭포 전설이야그 헌 것 밖에 없는디, 왜 피곤한지 이해가 안되부러요. 신평가든에서 가지 따다가 중국 취재진들  멕이고 연기 나는 솥단지 열어서 촌 닭 사진 찍게 험서 분위기 띄워놓고 맛나게 이성계비빔밥을 먹어준 것 밖에 참말로 없는디라. 지 옆에서 먹는 사진기자와 카메라 기자분들은 두그릇씩 드셨당께요. 헌것도 없는디 그체라.
아니면 혹시 요것 땜시 스트레스 받았을까라?
결혼 이주민들에게 허는 순창 외국어 문화 해설가 양성 과정에 지가 강의 허는게 있었는디요. 순창 음식문화에 대한 강의를 맡았는디 준비허는 동안은 음식에 관한 책도 보고 순창 음식에 대해 귀동냥도 허고 책도 읽고 인터넷도 다 뒤지고 혔어도 참말로 가심이 콩알만허지게 쫄아부렀는디요. 나이 들어강께 간도 작아지고 늙어가나봐요. 아니면 실력도 없는 것이 강의 헌다고 헐까봐 가심을 졸였나? 아무튼 긴장 백배 였어라!
근디 참말로 오져 분 일이 생겼는디 참석한 학상들이 지허고 인연이 있는 사람이 절반이 넘드라구요. 3년전에 순창 공공 도서관에서 허는 ‘다문화 이주여성들과 함께 하는 동화 여행’ 프로그램에서 만났었던 친구들인거예요.
너무 반가워서 아조 즐겁게 강의했지요. 점심때는 그 친구들이 준비해 온 비빔밥까지 허벌나게 먹고 왔답니다. 그러고 봉께 거시기허게 스트레스 받응게 아니고 기운을 받았는디 왜 맥을 못 출까라?
아! 벌초도 허러 앞산 뒷산, 시제산, 풍산까정 다녔고 밤나무산 풀치는데 밥해주고 물 갔다 주러 오르락 내리락 허고 이장단 단합대회에 총무 각시 노릇도 허고 해남까정 견학도 갔다오고 탄저병 걸린 고추도 따고 알밤도 줍고 워메 일이 많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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