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호위/ 낮은 자가 높은 자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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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호위/ 낮은 자가 높은 자 위에서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09.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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狐 여우 호 假 거짓 가 虎 범 호 威 위엄 위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88

유향(劉向)이 정리한「전국책ㆍ초책(戰國策ㆍ楚策)」에 나온다. 호불지수외기이주야, 이위외호야(虎不知獸畏己而走也, 以爲畏狐也), 호랑이는 짐승들이 자기를 보고 도망가는 줄은 모르고 여우를 무서워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초(楚)나라에 왕족이자 재상으로 권세가 높았던 소해휼(昭奚恤)이 있었다. 당시 위(衛)나라 등 북방 나라들이 초나라의 실권을 쥔 소해휼을 몹시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선왕(宣王)이 자신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
“북방 이웃나라들이 왜 소해휼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것인가?”
소해휼을 무서워하던 신하들이 머뭇거리자 평소 소해휼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강일(江一)이 완곡히 대답했다.
“폐하,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어찌 한 나라의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호랑이가 돌아다니다 여우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막 먹으려고 할 때 여우가 오히려 협박하여 말하였습니다.
“네가 감히 나를 먹으려 하다니. 나는 천제의 명으로 온 짐승의 수령이다. 만약 네가 지금 나를 먹으면 바로 천제의 명을 어기는 것과 같은 것이니라. 네가 믿지 못한다면 증명하여 보여주겠다. 내가 네 앞에서 걸어 갈 터이니 너는 내 뒤에서 따라 오너라. 다른 짐승들이 나를 보면 모두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호랑이가 반신반의하며 여우 뒤를 바짝 따라가 보았습니다. 과연 그들이 짐승들 곁으로 걸어가자마자 모두 놀래어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호랑이는 그 짐승들이 자기를 보고 놀라 도망간 것인 줄도 모르고 여우를 보고 도망간 것으로만 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초나라는 매우 강성하여 영토의 길이가 오천리가 넘고 갑옷을 입고 창을 잡은 병사가 백만 명이 넘습니다. 다만, 이러한 모든 군대를 모두 지엄하신 대왕의 명을 받은 소해휼이 통솔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북방의 나라들이 실제로 무서워하는 것은 대장 소해휼이 아니고 바로 왕이십니다.”
강일이 여우를 들어 소해휼을 비판하면서도 은근하게 왕이 호랑이처럼 어리석다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그러나 선왕은 소해휼이 자신을 등에 업고 위세를 부리는 교활한 여우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며, 어찌 되었건 자기보다는 못난 자라고 안도하여 걱정을 덜었다. 하지만 자신이 어리석은 것은 몰랐다. 
이 성어는 훗날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세를 빌려 나쁜 짓을 저지르거나 협박하는 경우’에 비유하여 사용하였다. 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권위를 빌려 허세를 부릴 때 쓰인다.
오늘 날에도 이와 같은 호가호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권력의 핵심에 있는 자를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이거나 공정치 못한 일에 관여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그러한 행각이 일어나는 것을 눈감고 있다거나 알지도 못하는 권력자가 많다는데 있다. 자신의 배경만을 믿고 거만하고 무례하게 행동하여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여우같은 자들이 되지 않도록 어릴 적부터 겸손한 언동과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심성을 갖추게 하는 참된 교육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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