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102) 첫 마음 변하지 않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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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102) 첫 마음 변하지 않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4.09.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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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한비야 저. 「바람의 딸, 우리땅에 서다」

장구목이라 부르기도 하고, 장군목으로도 부르는데 왜 대표지명을 장군목으로 삼았을까? 둘째가 그곳으로 자전거 여행을 나섰다가 비를 만났기에 마중 나가면서 이정표를 보니 오래전부터 가졌던 의문이 생각났다.
적성면 입구에서 왼쪽으로 꺾어 길을 안내하던 이정표는 정작 분기점에서 안내의 끈을 놓아버렸다. 처음 장구목을 찾는 여행자라면 ‘이거 뭐지’라며 당황스러울 상황이 되었다.
흔들림 없는 위엄으로 자리한 용궐산, 거세지는 빗방울마저 물안개로 감싸 안는 섬진강, 닳아서 맨살로 옹이진 강가의 바위 들, 사연 많은 요강바위 까지... 순창의 소중한 자연이다. 크게 이름나지는 않았지만 와서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난다는 이곳을 인터넷으로 찾다보니 “장군 대좌의 형상을 하고 있는 용궐산의 장군이 마주하는 적장을 참두사하여 머리가 떨어진 곳”이어서 ‘장군목’이라고 전한다. 식자들의 이치와 견해가 있었을 것이나, 지형이 장구의 목처럼 잘록해서 이름 지워진 ‘장구목’이 주는 따뜻하고 친근함에 비하면 장군목은 거칠고 두려운 이름이고 발음하기조차 어렵다. 지명이지만 참두사해서 머리가 떨어진 곳에서 우리는 여행객을 맞는다.
 바람의 딸, 오지 여행가 한비야.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35살의 늦은 나이에 6년에 걸쳐 지구를 세 바퀴 반 일주한 그녀다. “얼마나 순수하고 강렬한 에너지를 얻게 될까, 어떤 만남과 깨달음이 펼쳐질까, 도대체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세계 일주를 마치고나서 해남 땅 끝에서 민통선까지 그녀는 우리의 땅을 걸었다. 금성면 가로수를 지나서 순창읍 백야리 강수덕 할머니 댁에서는 하루를 묵으며 우리의 곁을 지나갔다.
여행은 ‘돈, 시간, 체력, 호기심’의 4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여행은 또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자신을 만나는 일이라고 한다. 특히 걸으며 여행하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발걸음은 무거워져도 마음은 점점 가벼워지는 것이며, 오감 만족의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귀로 듣고, 발로 느끼는 여행일 뿐 아니라,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어서는 “머리가 맑아지고 좋은 생각이 떠 오른다”는 것이다.
국토 종단의 경험은 그동안의 생각, 다짐, 기쁨, 설렘, 외로움, 안타까움과 눈물까지도 모두가 그녀의 스승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녀에게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은 역시 ‘사람’이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난초 키우는 일과 같아서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만큼 아름다운 꽃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의 한비야 난초론을 소개한다. 49일간의 국토 종단경험을 통해서 그녀가 얻은 가장 소중한 깨달음은 “첫 마음 변치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가다보면 너무 거창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 일도 끝내는 바라던대로 성취할 수 있다”는 ‘한 걸음의 철학’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도 유명인이 되어 버렸다. ‘전문적으로 잘 놀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마다 제한적인 경험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전문가의 가치를 인정하고 귀를 기울이는 사회가 된 것이다. 바람처럼 자유로운 그녀에게서는 오히려 강철보다 강한 기운이 있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는 죽을힘을 다 한다’는 치열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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