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려기궁/ 더 이상 손 쓸 재주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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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려기궁/ 더 이상 손 쓸 재주가 없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10.02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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黔 검을 검 驢 나귀 려 技 재주 기 窮 다할 궁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89

몇 년 전 모 방송국에서 미혼 남녀 10명을 놓고 짝을 찾는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다. 당사자들은 이 짧은 시간에 각자 자기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단점은 노출시키지 않으려 안간 힘을 쓴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겉만 보고 짝을 고르게 된다. 짝 고르기에 성공한 커플이 과연 결혼까지 골인할까? 기대와는 달리 성사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말이 들려오더니 어느 날 그 프로그램은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모 방송국에서 심야에 보여주는 ‘짝’ 프로그램은 일주일간 합숙을 하니 각자의 장단점과 감정이 나타내어지고 감추고 싶거나 평소 나오지 않던 단점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러므로 정말 훌륭한 자는 처음부터 바로 눈에 띠고 끝까지 그 모습이 유지되어 다수가 그를 차지하려고 경쟁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자는 처음에는 그럴 듯하였으나 나중에는 여러 가지 나쁜 점이 나타나 한 사람도 선택하지 하는 일이 생긴다. 
또 최근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약 20-30%를 더 뽑아 한 달 정도의 합숙을 통해 심층면접을 하는 것이 유행되고 있다. 이 모두가 그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뽑으려 하는 것으로, 비록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좋으나 실제는 아무 쓸모가 없는 검려기궁(黔驪技窮)한 자를 솎아내기 위한 것이다. 
당(唐, 618-907)나라 때의 유명한 문장가인 유종원(柳宗元)이 지은 「삼계(三戒)」에 나오는 말이다.
한 상인이 귀주(貴州)의 한 시골에 당나귀를 팔러 왔으나 이곳 사람들이  당나귀를 어떤 용도로 쓰는지 조차 모르므로 사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하루 종일 서 있었으나 팔리지 않으므로 상인은 팔기를 포기하고 다시 되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다시 집으로 끌고 돌아가는 것도 더 큰일이라 아예 산골짜기에다 내다 버렸다.
고삐가 없게 된 당나귀는 아주 자유롭게 여기저기로 돌아다니며 풀을 뜯어 먹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호랑이가 지나가다가 이 당나귀를 보고 속으로 깜짝 놀랐다. 생전 처음 본 짐승이었기 때문에 겁이 난 것이다. 
이처럼 호랑이가 걱정과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당나귀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호랑이는 또 생전 처음 듣는 소리인지라 또 깜짝 놀라 한 발짝 물러났다. 당나귀가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것을 줄 알고 겁이 나 부들부들 떨었다. 한참이 지난 후, 당나귀가 별 다른 행동을 하지 않자 용기를 내어 천천히 다가가 도대체 어떤 놈인지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나귀 옆으로 가서 이리보고 저리보고 나서 냄새도 맡아보려고 하자 당나귀가 화가 나서 앞발을 들고 뒷발로 흙을 차니 호랑이가 또 깜짝 놀라 또 뒤로 물러났다.
당나귀가 다시 조용하게 풀을 뜯고 있는 동안 다시 시험 삼아 당나귀 옆을 다가갔지만 그저 발을 들어 올리고 소리 지르는 것 외에는 별다르게 무서운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 것이었다. 호랑이가 그제야 별게 아닌 것을 알고 괜히 겁을 먹었다고 자탄하면서 안심하고 바로 당나귀를 덮쳤다.
유사한 성어로 무기가시(無技可施)가 있다. ‘손 쓸 길이 없다.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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