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추수철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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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 추수철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0.11.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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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자의 부모님은 김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고랭지 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김장철은 아니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배추가격이 내려가더라도 ‘금추’라는 별명을 벗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반찬의 기본은 김치인데 김장을 못하니 “네 아버지 식사는 어떻하냐”며 한숨을 내쉬는 어머니의 물가 하소연은 텔레비전과 신문에서 떠드는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치 대신 깍두기라도 하면 어떠냐고 물으니 부재료 값들이 너무 올라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답이다. 연초 한 단에 1500원 하던 대파 한 단의 가격이 지금 1만원을 웃돈다고 한다. 부추와 고춧가루, 마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농민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농작물 값을 못 받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기형적인 유통구조 때문에 농민들은 밭떼기로 넘기면서 인건비조차 못 챙기고, 소비자는 비용 때문에 김장을 포기하는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배추가 8~10포기가량 들어가는 20킬로그램(kg)들이 한 상자에 2만원씩 받던 괴산 절임배추가 가격을 5000원~1만원까지 올렸는데도 모든 물량이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민 입장에서는 배추 한 포기당 3000원 정도로 받으면 어느 정도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좋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간 유통을 배재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만큼 싼 가격에 김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 유통구조가 문제라면 직거래를 활성화함으로써 유통상들이 자구책을 내놓도록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작황이 지난해와 마찬가지일 것 같아 미리 서명한 ‘밭떼기거래’ 계약서가 농민들의 발목을 잡으니 상인으로서는 물에 잠겨 배추가 물러지지 않는 한 이번 수해가 오히려 대목을 안겨준 셈이 됐다.

“열심히 일해도 잘 살 수 없었다”는 어느 농민의 한숨은 올해 배추 값과 20년이 넘도록 별 차이 없는 추곡수매가가 증명한다. 평생을 땅을 가꾸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책 몇 권 글자 몇 자 더 배웠다는 이유로 경제논리를 들이대는 이 나라의 현실이다. 20년 동안 배추 값, 쌀 값 하나 안정적으로 조정하지 못한 정부가 하는 소리니 그것보다 더 무식한 일이 또 있을까.

어쨌거나 부쩍 오른 채소와 과일가격 덕분에 집에 있는 냉장고는 그 속이 이미 텅 빌 정도로 심한 살빼기를 했다. 과일 좋아하는 기자로서는 올 겨울 감, 귤도 마음 놓고 못 먹을까봐 벌써부터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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