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50)/ 일년농사 도로아미타불 된다 생각허니 옴팡 눈물이 났네요
상태바
서울떽(50)/ 일년농사 도로아미타불 된다 생각허니 옴팡 눈물이 났네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10.10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50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것을 헤메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헤메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고은 시 이동원 노래

어제는 하루 종일 모정 밭에서 시끌벅적허게 들깨를 털어댔더니 아조 밤새 잠 한번 깰 새도 없이 자부렀는디요. 며칠 전에 들깨를 빌 때도 고 이상 야릇한 향기가 오지게도 사람 맴을 흔들어 노아쌍께 좋더니만 들깨를 털 때도 글더라구요. 향나무는 자기를 베어 넘어뜨리는 도낏날에도 향기를 옮긴담서요? 들깨가 그렁가봐요. 첫 사랑의 냄새 같기도 하고 지가 좋아하는 사람들 헌테서 나는 특유의 냄새 같기도 허당께요. 고 막 나온 토종 닭 알 꺼내서 들지름 반컵에 톡 깨서 먹는 맛 같다고나 할까? 하여튼 지는 요 향기만 맡으면 워디론가 훌쩍 떠나고 자파지던디, 댁들은 안 근다요.
나만을 챙겨주고 좋아해 주는 눈빛을 보내줌서 하나에서 열까지 나를 존중해 주는 사람 하나 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잖아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취향도 맞고 생활의 여유도 있어서 무엇이든 나 하고자 한대로 맞춰 줄 수 있는 사람과 한 일주일 여행 하고 자픈 생각이 워쩌케나 몽실몽실 떠오르는지 몰라라!
그리고 나서 모든 것을 헤맨 마음 편지에 실어서 보내주면 안 될랑가 험서 음흉하게 웃어도 본당께요. 바로 이 노랫말처럼 말이여라. 자꼬만 흥얼 흥얼 하게되네요. 지난 주에 어메들과의 책놀이 수업 때 이 시를 읊어드렸거든요. 그리고 노래로도 가르쳐 드렸는데 한번씩은 들어보셨던 노래이신지 따라 부르시더라구요. 워메, 그 모습이 영락없는 가을 소녀들 같이 이삐던지 어느 선생님이 동영상으로 급히 찍어 놨는데 참말로 두고두고 볼 만하더라구요.
글로 께적잉게 요리도 한가허지 실제로는 디지게 바빠 갖고는 헐레벌떡이며 뛰어 다니느라 바빴네요. 알밤과의 전쟁 같은 십여일을 지내고 났는데 소중하게 저장해둔 밤들이 폭싹 다 썩어서 망할뻔 했네요. 저온 저장고에 영하 1도 정도로 보관을 하는디 돌아가는 소리도 나고 차가운 기운도 있었는디 요것이 작동이 제대로 안 되고 있었던 거여라. 돌려주는 기계 뒤에 얼음이 끼어서 알밤들에 냉기가 안돌았으니 벌레들이 때는 호시절이라며 춤을 춰댄거죠. 택배도 보내놓고 대량으로 알밤을 보내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아버렸으니 그 쪽에선 도저히 작업을 못하겠다고 전화는 와대쌓죠. 저온저장고 안에는 알밤이 쌓여 있죠. 기계는 제상 작업을 거쳐야 헌디 냉동회사에선 오늘은 못 온다고 하죠. 화가 날 대로 난 남편한테 진행여부 물어보면 애꿎은 화만 돌아오죠. 휴즈마저 나갔다고 하는데 수업은 가야죠. 정말 알밤 만드느라 일년간 작업 했던게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순간들이었당께요. 월매나 지 속이 탔겄어요. 품값이라도 건져야 헌디, 또 빚만 몽땅 지는거 아녀! 등 별별 생각만 했지요.
산에 올라다님서 무거운 비료 푸대 짊어지고 알밤 비료 해야죠. 매년마다 알밤 묘목 사서 나이든 밤나무와 죽어버린 밤나무 찾아다님서 심어야죠. 또 풀칠 때의 고통은 장난이 아닙니다. 옛날 옛적 지가 머슴 살러 오정자로 왔을 때는 왼 동네 사람들이 일렬로 쭈욱 서서 낫을 들고 풀을 쳤었지요. 일종의 품앗이죠. 그럼 한사람은 숫돌을 갖고 다니면서 낫을 갈아주고 허는디 처음 해보는 낫질도 서툰디 주인네 머슴이라고 맨 가상에 배치를 혀주면 죽을맛이었죠. 온 팔다리에 가시는 찔리고 밤나무 가지위에 독사가 있을 때도 있었죠. 눈물 뚝뚝 떨어질 정도로 힘든 디 개옻나무 만 스쳐도 옻은 옮아 가지고 왼 팔뚝에서 진물은 뚝뚝뚝 떨어져도 병원비가 비싸서 기냥 참았더랬죠. 그 팔뚝을 하고 새벽마다 냇가에 빨래도 하러갔었고, 우물에 가서 물도 길어 올렸구요. 갑자기 그 옛날 상황들이 연달아서 스쳐가니께 옴팡 눈물이 나네요. 근디 요런 산전 수전 공중전 겪다봉께 요럴 때는 누구 잘못인가 따지면 혈압 올라가고 혈관 좁혀져서 부부가 다 죽어 버린다는 걸 경험으로 안게 꾸욱 다독이며 넘어가야 헙니다. 지 말뜻 아시제라 잉!
다행히 그 다음날은 복구가 되어서 벌레 고르는 작업을 싸목싸목 강단지게 해서 택배 작업을 허는디 그려도 눈을 개리는 뭔가가 있는지 손님들은 벌레가 나온다고 화내십니다. 문자로 저희 알밤은 친환경으로 농사짓고 가려도 벌레가 나올 수 있으니 보관하는 법도 알려 드리고 했더니 훨씬 좋아 하시네요. 농사꾼이 생산에 판매에 가공에 마케팅까지 하라는 것은 참말로 못할 짓입니다. 들깨도 베어서 털었고 메밀도 내일 털고 풍산 고구마도 캐고 나면 팔아먹을 일이 도 다른 농사입니다. 고향 농산물 좀 사주시길 바랍니다. 흐흐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