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110) 삶과 불행. 죽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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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110) 삶과 불행. 죽음을 생각한다
  • 박재근 고문
  • 승인 2014.10.17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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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채종진을 보내면서

2014년 10월 7일 오후 55분경 집 앞 논에서 콤바인으로 벼 수확을 하다가 1톤 트럭이 빠져 곤경에 처한 것을 본 채종진은 “여보 나 도와주고 올게” 하면서 트랙터를 몰고 나가더니 트랙터가 전복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다. 그토록 사랑했던 부인과 지극한 효성을 다 했던 부모님, 아직은 돌봐 주어야할 사랑스러운 아들들을 뒤로하고 손수지어 그의 숨결과 손때가 배인 따뜻한 가정을 떠나 만날 수 없는 이별을 위해 적막한 산중의 때 집으로 이사 하던 날, 부인은 통곡한다. 도움이 끝났으면 어서 돌아오라고.

2012년 봄, 귀농하여 흑염소 사육을 시작한 그들 부부는 남다른 부부금슬과 남이 따를 수 없는 탁월한 성실성으로 성공적인 귀농인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천성적으로 남을 돕기를 즐기는 그이기에 주변의 도움과 사랑 또한 많이 받았으며 금년에는 축사를 짓다 지은 빚도 일부 갚으면서 행복한 미래를 향해 탄탄대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목숨을 앗아가고 온 가족을 슬픔에 빠뜨린 것은 생명도 지능도 없는 그래서 인간에게 조종당하는 기계이다.

우리 인간은 날마다 능력의 우열과 가진 것과 못 가진 것의 우열의 키 재기를 하면서 일희일비하며 살아가지만 사람에게서 행운을 불운으로 바꾸는 것은 능력도 의식도 없는 것이거나 의식은 있어도 하찮은 미물일 경우가 많다. 모든 사람이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을, 모르는 것 보다는 아는 것을 좋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번의 트랙터 사고는 있는 것이 없는 것만 못한 것이었으며 트랙터 운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운전할 줄 모르는 것만 못한 것이었다. 유능하다고 해서 자부심을 가질 이유가 없으며 무능하다고 풀죽을 이유 또한 없다.

행복을 불행으로 바꾸는 것이 트랙터뿐이랴. 우연히 떨어지는 죽은 나무 가지, 돌멩이, 풀 밑에 숨어있는 독사, 무심히 지나치는 자동차 등 지능이 없는 것이 지능이 있는 것을 해코지하며 생명 없는 것이 생명 있는 것을 상하게 하며 무능이 유능을 심판하며 무지가 지혜를 제압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재능의 교만을 경고하고 겸손을 가르친다. 사람은 능력으로 만물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우연과 지극히 미미하고 하찮은 것에 의해 사람의 운명은 수시로 바뀐다.
 
몸이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파하게 되면 모든 욕심이 헛것임을 알게 되어 그 마음을 항상 비울 수 있고 마음을 비우면 옳고 바른 도리가 마음에 살게 되며 마음목숨이 참 나인 것을 인식하게 되면 마음은 부족함이 없이 꽉 차며 마음이 꽉 차있게 되면 사물에 대한 욕심이 들어오지 않는다. <채근담>
사람의 목숨은 몸의 목숨과 마음의 목숨이 있다. 몸이 가진 생명력이란 거품처럼 쉽게 꺼지며 유리그릇처럼 잘 부서짐에도 어리석은 사람들은 몸을 위한 욕망에 매달리면서 악을 생산하며 인생을 고해로 만든다. 인류 중 최선의 지혜에 도달한 기념비적 스승들은 몸의 목숨에 미련을 버리고 마음의 목숨을 위해 살라고 권고한다. 마음목숨으로 사는 사람은 몸은 죽어도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가기 때문이다.

진정한 나는 도둑맞지 않고 잃어버리지 않으며 손상되지 않는 영혼이며 몸은 영혼의 껍데기이자 도구일 뿐이다. 영혼이 진정한 사람일 수 있는 것은 영혼 속에는 신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영혼이 없는 몸은 짐승일 뿐이다. 더 나은 자기를 위하며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은 몸을 위해 호화로운 저택을 마련하는 것도 최고급 승용차를 가지는 것도 최고급 옷을 입는 것도 지위와 명예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것들은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고 돈에 대한 욕심은 악을 만들고 악은 신을 모독하고 신은 악을 거부한다. 때문에 신이 살아있는 영혼은 돈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

글 : 박재근 전북흑염소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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