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51)/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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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51)/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10.24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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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51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중략)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시월의 강천산이 사람 가슴을 들었다 놨다 하는 계절인디 다녀 오셨능게라.
노오랗게 물이 들고 볼그스레한 빛으로 물들어 붕게 우리 아이들 마악 목욕하고 나왔을 때의 볼따구마냥 반짝반짝 해붕게 확 끌어안고 뽀뽀해 주고 싶어 진당께요. 워메! 황홀한 여름빛을 간직한 초록색도 있고 잘 익은 홍시마냥 주황빛으로 빛나는 때깔 좋은 잎들이 바람에 펄럭이면 환장, 된장하게 몸살나게 이뻐부요. 아예 낭구 한나가 일곱가지 빛깔을 가져분디 나도 저렇게 물들고 싶단 생각이 마구 들어버려요.
시방 지가 아조 재미진 책을 편집하고 있는디라. 우리 책놀이허는 엄니들 이야그를 풀어놓고 있는디 향기가 미쳐불게 퍼지는 디다가 엄니들이 가진 여러 가지 빛깔땜시 황홀경에 빠져서 허우적 대고 있어 부요.
우리 차나락과 메나락 베어 나가는 중에도 울 큰 딸에게 몽땅 맡겨 불고 한나도 안 도와주고 문화원으로 내뺐당께요. 새벽부터 깜부기 많은 나락들 베고 건조기에 말리고 허느라 시꺼멓게 생긴 울 서방님께 무지하게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지만 지가 워쩔꺼예요. 디지게 미울꺼구만요.
‘공부만이 정말 내 싸랑인데’ 라는 제목이여라.
10개월 공부하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록하는 일이제요.
우리가 함께 읽었던 책들과 한주에 읊었던 시들도 기록하구요.

각각의 어머님들의 웃는 사진과 함께 자랑하고픈 나의 매력과 앞으로의 인생에서 꼭 하고 싶은 것, 그리고 일 년 배운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과 시를 써서 한 페이지를 만들었는디 각자의 매력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다봉께 아조 매력 덩어리들이세요. 궁금하제라.
앞으로의 인생에서 꼭 하고 자픈 것에는 참말로 눈물 나게 허는 것들이 겁나게 많았어라. 그동안 까막눈이어서 어디를 혼자 가고 싶어도 버스를 못 탔었던게 한이 됐던지 나홀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한당께요. 내가 글자만 배워 똑 소리 나게 쓸 줄 알면 이장도 하고 면장도 하고 조합장도 하겠다는 포부도 나오고요. 글씨를 잘 쓰면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편지도 마음대로 쓰고 싶다는 말도 통통하게 많이 나왔어요. 하지만 공통적으로 많이 나온 말은 한글 공부를 끝까지 하고 싶다는 포부였답니다. 어디 면사무소나 조합에라도 가서 서류에 글씨 쓰라고 할 때가 가장 곤혹스러웠는디 당당하게 써 낼 수 있을 때 까정 공부혀서 굽이굽이 인생길들을 책으로도 내고 싶다고 하시네요.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는 높으신 분들께서는 한번 문화사업으로 추진해 보심이 어떠신지요. 할머니 할아버지 한 분들이 다 걸어 다니는 박물관잉께요. 요새는 사람책 읽는 사업도 도서관에서 벌어지던디요.
하이고메! 근디 함께 하는 선생님들 눈시울 훔치게도 허고 참말로 이 사업 잘했다고 자긍심을 가지게 만들어준 페이지가 있는데요. 바로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들, 딸들에게 편지를 쓰게 했던 거제요. ‘안 쓰신다면 어떡하지’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어라! 쬐까 머뭇거리다가 바로 쓰시는 거예요. 순박하고 아름다운 이 가을 편지들을 고대로 책에 넣을 겁니다. 오지게도 좋은 일이 이 편지를 아들, 딸, 손주들에게 전달혀서 답장을 받았는데 손 편지로 온 집도 있고, 손 편지 써 놓은 걸 그대로 찍어 카톡으로 보내기도 혔는데 참말로 눈물 납니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엄마로부터 처음으로 손 편지를 받았는데 얼마나 감격하겠어요. 마음 가는 대로 편지들을 보내줬는데 이 글들을 읽다가 선생님들이 자기 친정엄마들께 다시 전화하고 안부 묻고 일부러 집에 가서 엄마 옆에서 자고 오는 가슴 찡한 현상이 벌어졌당께요.
책놀이 수업하면서 우리들을 철들게 하시는 엄니들과 걸판지게 책꺼리까지 하기로 혔습니다. 11월 5일날, 수요일 저녁에 하죠. 책 읽어주는 할머니에 맞게 그림책도 읽어주고 이쁜 드레스 입고  본인의 시낭송도 하고 ‘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이웃집 순이’ 노래 합창도 하고 시화 전시회도 허고 사진 전시회도 하려고 해요. 서울떽 잘살고 있죠. 잉! 시간되면 놀러 오씨요. 환영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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