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고황/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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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인고황/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10.3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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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 병 병 人 사람 인 膏 기름 고 명치 황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91

2005년 여름 모대사관에서 근무하던 H모씨가 갑자기 배탈이 나 병원에 갔다가 두 시간도 안 되어 주검으로 변해 나왔다.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일이었다. 그런대로 큰 병원이라는데도 의사가 잘못 판단하고 처치과정도 너무 허술하여 그리 된 것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가들은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이 간 병원이 이처럼 허술할 진대 우리 같은 사람이 만약에 갑자기 병이 생기면 어떡하느냐며 크게 걱정하였다. 병이 나면 무조건 서울행 비행기를 타겠다며 항공사에 당일 표 몇 장은 남겨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하였다.
어쨌거나 중국에서 병이 생기면 난감할 때가 많다. 의사소통도 문제려니와 의술에 대한 신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거 문혁(文革)을 거치는 동안 의술이 단절되고 정체되었기 때문에 큰 병도 아닌데도 때로는 낫지도 못하고 오히려 병을 키우거나 까닥 잘못하면 이처럼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물론 최근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의술도 좋아지고 명의들도 늘어나고 있어 다행한 일이다.
중국에 간 우리 여행객이 가이드가 안내하는 대로 흰 가운을 입은 노인에게 손의 진맥을 맡기고, 약봉지를 들고 가는 것을 보면…, 편작(扁鵲)이 살아 온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잘 사 가지고 가는지….
좌구명(左丘明)이 쓴「좌전성공(左傳成公)」에 나온다. 달지불급, 약불지언, 불가위야(達之不及, 藥不至焉, 不可爲也) : 침이 닿지 못하고 약도 이르지 못하니 고칠 수가 없습니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어느 해, 진(晉)나라 경공(景公)이 중병에 걸려 명의들을 찾아 치료를 받았으나 낫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진(秦)나라에게 명의를 보내 달라고 요청하니 진나라 환공(桓公)이 바로 당시 제일 유명한 명의인 편작(扁鵲)선생을 보냈다.
편작이 도착하기 전에 경공이 꿈을 하나 꾸었는데, 꿈속에서 그의 병이 두  명의 어린 아이로 변하여 그 중 한 아이가 놀라는 모습으로 다른 아이한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진나라에서 명의 편작이 온다는데 그 사람이 우리를 해칠까 두렵다. 빨리 도망치는 게 낫겠다.”
그러나 다른 한 아이는 전혀 놀라지도 않았다.
“너무 조급하게 굴지마라. 나는 심장 밑으로 숨고 네가 횡격막 뒤에 가 숨으면 천하의 편작도 우리를 빼낼 수가 없을 거야.”
편작이 도착하여 한참 진맥하더니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 왕의 병세가 너무 심합니다. 병독이 이미 심장과 횡격막사이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이 지경이 되면 침을 놓아도 찜질을 하거나 약을 쓴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게 됩니다.”
과연 꿈속과 같은지라 경공이 한숨을 길게 쉬며 말했다.
“선생, 정말 신의(神醫)입니다.”
편작에 후한 답례를 하여 돌려보냈다.
고황은 병이 그 속에 들어가면 낫기 어렵다는 부분이다. 훗날 사람들은  ‘병이 중태에 빠져 완치될 가망이 없다. 병이 악화되어 치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어떠한 처방도 소용없게 된 지경’을 이 성어로 비유하였다. 더 나아가 ‘사태가 악화되어 구제할 수 없는 막바지에 이르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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