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함부로 말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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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함부로 말하면 안 돼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4.11.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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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심리적 공황은 “근거 없는 두려움이나 공포로 갑자기 생기는 심리적 불안 상태”이며 “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이다. 분노가 총알처럼 솟구치는 느낌, 수류탄 파편처럼 글자 하나하나가 가슴에 날아와 박히는 충격, 고통이 생각보다 길어 미칠 듯 괴로워하며 엄습한 죽음에 대항할 수 없는 사태. 세월호가 바로 공황상태다.

경제적 공황은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깨지고 산업이 침체하고 금융 상태가 좋지 않고 파산이 속출하여 인심이 안정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될 때를 말한다. 그렇다면 공업ㆍ농업ㆍ상업ㆍ산업, 금융ㆍ신용ㆍ은행ㆍ증권ㆍ화폐, 안전ㆍ안정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공황을 우리는 연상할 수도 있고 실제로 우리 생활을 엄습할 수도 있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지금이야말로 경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골든타임’이라니 세월호에서의 골든타임은 참사의 시간이었다. 모든 공조직이 동맹한 듯이 모두 손을 놓고 있는 동안 304명이 수장됐고 그중 250명은 열일곱살 꽃다운 아이들이었다.

“10분 정도면 승객 전원이 탈출할 수 있었다”는 수사결과 발표가 무슨 소용인가. 그 몇십배 시간 동안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골든타임은 고통과 회한”이고 영구적인 정신장애를 남기는 충격(트라우마)이다. 아무리 경제가 중요하고 민생을 앞세워도 여기저기 써먹을 단어는 아니며 더구나 대통령이 할 말은 더욱 아니다.

“귀신 붙은 노란 현수막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가 안 된다.” 나랏님이 쓸 말 안 쓸 말 구분을 못하니 고을님도 해선 안 될 말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비유가 강렬하다고 모두 좋은 게 아니다.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생각하고, 여전히 지옥에 있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도의에 어긋난다.

매우 당황스럽다. 세월호의 고통과 구조의 골든타임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더니 경제를 살릴 ‘마지막 골든타임’ 운운하는 대통령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앞세우며 ‘귀신 붙은 노란 현수막’ 탓하는 군수 모두 무례하고 황당하며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자신들에 대한 정당한 비판도 용납하지 못하면서 국민의 정서는 생각지 않나보다.

세월호 유족들은 “미치도록 보고 싶은 마음도 숨이 멎을 것 같은 통증도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줄 알았는데 더 또렷해지니까 당황스럽다”고 호소한다. 그들에겐 세월은 오늘이 아니고 4월16일이다. “세월호 이젠 지겹다.” “경제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 “경제 골든타임” “귀신붙은 노란 현수막” 이 따위 말들은 잔인한 칼질이다.

대통령을 비난하고 군수를 비판하면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며 권력 주변사람까지 나서 감정적인 반응을 드러내며 때론 처벌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말과 행동으로 주민들도 모멸감과 분노를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는 모양이다. 지금 가족들은 끔찍한 고통을 견디고 있다. 아무렇게나 세월호 운운하면 안 된다.

“지겹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자식이 어떻게 지겨울 수 있습니까?” “내 자식이, 내 동생이, 내 조카가, 내 선생님이 차가운 물속에서 마지막 순간을 보냈다고 한번만 생각해 봐 달라.” 그게 공감이다. 그러면 지겨울 수가 없다. 함부로 말할 수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고위 공직자의 수준과 행동은 나라의 앞날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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