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52)/ 발 좀 삐었다고 알탕갈탕 움직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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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52)/ 발 좀 삐었다고 알탕갈탕 움직여야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11.10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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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52
겁나게 거시기허구만요!

접목   -복효근

늘그막의 두 내외가
손을 잡고 걷는다
손이 맞닿은 자리, 실은
어느 한 쪽은 뿌리를 잘라낸
다른 한 쪽은 뿌리 윗부분을 잘라낸
두 상처가 맞닿은 곳일 지도 몰라
혹은 예리한 칼날이 내고 간 자상에
또 어느 칼날에 도리워진 살점이 옮겨와
서로의 눈이 되었을지 몰라
더듬더듬 허공에 길을 내고
그 불구의 생을 부축하다보니 예까지 왔을 게다
이제는 이녁의 가지 끝에 꽃이 피면
제 뿌리까지 환해지는,
제 발가락이 아플 뿐인데
이녁이 몸살을 앓는,
어디까지가 고욤나무고
어디까지가 수수감나무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접목
대신 살아주는 생이어서
비로소 온전히 일생이 되는


흐흐흐 제 발가락도 아프구만요. 내 발가락이 아프면 시에서는 이녁이 몸살을 앓는다는디 고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헷갈리구만이라.
시방 지가 지난주 목요일날 다리를 접질려서 금이 가서 반 기부스를 했걸랑요. 아! 근디 사람들 반응이 워메! 축하해부러! 라고 허질 않나, 폭소를 터뜨리질 않나, 엄살이 심하다는 둥 놀려먹는 사람들이 많구만요. 진짜 걱정돼서 '잠시 쉬었다 가라'고 했나보네 라는 분도 있고 서울떽 다리 다쳐서 순창이 적막하겠다는 분도 있고 김장 걱정 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셔서 쬐까 위안을 받고 있는디요. 맨날 순창이 좁다고 뒤지게 쏘다니던 사람이 발 좀 삐었다고 알탕갈탕 움직여야 씅게 겁나게 거시기허구만요.
지난주에는 참말로 허벌나게 바빴거든요. 순창 군립 도서관과 순창 문학회가 함께 하는 도서 교환 및 기증행사에 없는 사람 있는 사람 다 불러 모으느라 문자에 왼갖 유혹의 글은 다 써서 날마다 보냈구요. 집에 있는 책 중에서 향토 자료실에 기증할 책과 반환할 책 가져가느라 왼 방안을 다 뒤졌더니 다아 사연이 있고 필요한 책들이라 허벌나게 마음속 싸움을 벌였구만요.
이녁들도 그런 경험 많제라. 특히 독서 논술에 관한 책은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고 싸우며 토론했던 기억들땜시 한나도 교환하러 못 보냈구만요.

그 다음날은 서울떽네 황홀농원의 팜파티가 있었는디라. 농장 파티라고 허는디 지가 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뛰어 다니고 섭외하고 험시롱 오지게 기운을 다 뺐거들랑요. 지가 숫자라든가 서류에 정말 취약해부러서 맨날 허둥대다가 끝내붑니다. 그려도 다들 오정자에 내려서 마을 유래도 듣고 모정 옆 텃밭에 가서 단풍 색으로 물든 상추도 따고 쑥갓도 뜯고 배추도 뽑아서 삼겹살도 구어먹었지요. 월매나 황홀했을랑가 상상이 가시제요. 여기저기 천지 사방에 있는 감나무에서 홍시도 따먹고 가져가서 곳감 깍을 감 따기 체험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다 좋아 했지요. 까치들이 쬐까 시기도 혔을꺼구만요. 산에 가서 둥글레 케기 체험도 헝께 예상외로 다들 좋아하시게요.
그리고 이틀 있다가는 윗 시를 지으신 복효근 시인 초청 특강이 있었어요.
이웃 동네 남원에서 태어나고 선생님을 하고 계신 복효근 시인은 전라북도 작가회의 대표신데요. 중학교 교과서부터 해서 교과서에 수록된 시가 10여개가 될 정도로 대단한 필력을 갖고 계신 분이제요. 일상 생활에서 포착해 내는 깨달음과 삶의 모습들이 참말로  찡허게  만드는디, 나는 왜 저런 시를 못 쓸까? 내년에는 사무국장 자리도 내 놔야겠구나 싶더랑께요. 너무 혈기 왕성하게 돌아다닝게 들여다 보는 시간도 부족하고 지 능력보다 너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단 생각도 들고 그랬걸랑요. 울 순창 문인협회 회원분들과  순창고등학교 문예반 친구들과 신상복 선생님이 자리도 빛내줬구요. 오카리나 연주와 시낭송, 신민호 님의 통기타와 노래로 오래간만에 시와 함께 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짧은 시 한 줄 읊어 드릴까요.
 
어머니의 힘 -복효근

 

어머니 비가 억수로 내려요
냅둬라

냅뒀다
비가 그쳤다

그리고 장류 축제장에서 시화전을 하였는데 전북대 수필 창작반 공부를 하고 집에 와서 고구마 11상자 택배를 보내고 부랴부랴 시화전 장소로 갔더니 너무 고요하고 외진 곳이라 시인들의 작품을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과감히 옮기기로 하고 서둘렀죠. 하도 열심히 일허다가 (옆에 있던 시인은 제가 멋진 남자 보다가 넘어졌다고 헝게)접질린거제요. 기냥 괜찮겄지 허다가 다음날 가니 금이 살짝허니 간 것 갔다고 혀서 반 기부스를 한거지요. 근디 총무도 병인가? 시화전이 비 맞을까 걱정돼서 새벽에 가서 거둬 들이고 다른 곳으로 갔다 놓고 챙기고 허다가 마지막 까지도 남편과 함께 도서관으로 갔다 주는 일까지 마무리 하게 되더라구요. 아조 위험한 병이더라구요. 우리 남편이 병을 키운다고 눈총 꽤나 주면서도 총무 냄편 노릇 하느라 할 건 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접목한 부부인가봐요. 술 먹어 보면 새는지 안 새는지 안다는 말에 홀딱 속아서 막걸리만 마셔부렀당께요. 서울떽 잘했제라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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