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방해는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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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방해는 하지마라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4.11.1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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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의 죽음만큼 힘들고 가슴 아픈 일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더욱이 그것이 자식의 죽음이라면 그 고통과 아픔은 겪어보지 않은 자는 모를 것이고 겪어본 자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황숙주 군수의 세월호 현수막 관련 발언을 전해들은 유가족은 심정이 어땠을까? 면담을 위해 찾은 자리에서 군 공무원들로부터 폭도나 범죄자 취급받은 유가족의 심정은 어땠을까?
지난 10일 황 군수 발언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린 후의 일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30명 남짓한 참석자 중 그 누구도 군 공무원이나 경찰로부터 폭도나 범죄자 취급을 당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자기 일을 접어두고 참석한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군과 경찰들은 ‘청사 방호’를 외치며 그들을 폭도나 범죄자 취급하며 문을 걸어 잠그고 대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청사 안에서 쳐다보고만 있었다.
취재의사를 밝히며 안으로 들어간 기자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공무원들과 심한 욕설을 해가며 실랑이를 벌였다. 어차피 욕설은 서로 오갔던 거고 피차 사과할 생각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기자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며 “부모도 없냐”는 말에 묻고 싶다. 집에 가족도 없고 자식도 없냐고. 자기 자식, 자기 가족이 그런 사고를 당했다면 과연 그런 태도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무원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주민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합심해서 현수막이며 광고를 통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면서 불의의 사고로 꽃다운 10대의 나이에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아이들과 그 유족들, 그 유족들의 아픔을 나누려는 사람들을 폭도 취급하는 사고방식은 욕을 해서라도 뜯어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기자가 중립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비난한다고 해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기자이기 전에 사람이고 사람으로서 할 말도 못하면서까지 중립을 지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중립을 지켜야할 경찰도 ‘팔은 안으로 굽는’ 행동과 발언을 하는데 기자라고 못할 건 뭐 있겠나.
일이 많아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시는 공무원들이 그날은 왜 그렇게 한가해서 수십명이 청사 현관에 몰려 구경들은 하는지, 그러한 태도가 주민들을 더 자극한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세월호 현수막이 불법인지 합법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인간된 도리로 그 아픔을 잊지 않고, 같은 아픔을 받는 사람이 다시는 없도록 기억하기 위해서 조금 더 지켜볼 수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지역경제 활성화가 안 된다’는 핑계로 철거한 것은 타당성이 없고 지금도 불법으로 붙어있는 현수막들을 모른 척 방치하는 행정의 태도에 비춰볼 때 형평성도 없는 철거였다.
군수든 공무원이든 세월호와 관련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감싸주는 일에 앞장서지 못할 거라면 적어도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 보려고 자기를 희생하는 유가족과 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방해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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