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급지어/ 까닭 없이 화를 당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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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급지어/ 까닭 없이 화를 당하니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11.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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殃 재앙 앙 及 미칠 급 池 연못 지 魚 고기 어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93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래, 이른 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시장경제> 를 추진하여 10% 내외의 고속성장을 이뤄내 세계 제 2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농지와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의 애환이 깔려 있다.
세계 3위의 영토면적 960만 ㎢에 세계인구의 20%내외인 13억 5천여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중국! 전체를 놓고 보면 토지와 인구문제가 우리보다는 덜 심각한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동부 연해지역은 고속의 경제발전과 함께 인구쏠림현상이 심해지며 땅의 문제가 여기저기에서 불거지고 있다. 특히 동부지역은 많은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입하거나 세금을 더 많이 받아낼 수 있는 기업과 공장을 유치하느라 어느 날 갑자기 비옥한 농지를 무슨 개발구니 무슨 특구니 하며 강제수용을 하는 바람에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토지 소유권이 없이 겨우 사용권만 갖고 있을 뿐 변변한 재산도 없는 농민들, 게다가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이주대책도 시원찮은 … 결국 앙급지어(殃及池魚)의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농민들의 시위, 지금은 억울한 그들의 심정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지만, 고질적인 도농격차와 지역불균형문제에다가 새로이 노사문제가 더 불거지고 거기에다 정치개혁의 요구도 거세어지면 …, 훗날 역사가들은 ‘개혁개방을 왜 했지?’ 할지도 모른다.
《여씨ㆍ춘추필기편(呂氏ㆍ春秋必己編)》에 나온다. 투지지중, 어시갈지이구지, 무득, 어사언(投之池中, 於是竭池而求之, 無得, 魚死焉) : ‘연못에 던졌습니다.’ 그래서 연못의 물을 퍼냈으나 찾지 못하고 물고기만 죽였다.
춘추(春秋, BC770-BC470)시대 송(宋)나라에 사마환(司馬桓)이라는 사람이 진귀한 보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가야 할 처지가 되어 도망쳤다. 그런데 왕이 사마환이 탐스러운 보석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욕심이 나 즉시 그를 수배하여 잡아들인 후 보석이 어디 있는지를 캐물었다.
“제가 성에서 도망 나올 때 성문 밖에 있는 연못에 버렸습니다.”
보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왕이 연못에 그물을 던졌으나 건지지 못하여 다시 물을 모두 퍼내었으나 결국 찾지 못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연못에 살고 있던 물고기는 죄 없이 애꿎게 죽고 말았다. 보석과 물고기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영문도 모른 채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이 성어는 뜻하지 않은 재앙으로 아무런 죄가 없는 연못 속 고기들이 화를 당한 것처럼 이해 당사자들의 싸움으로 엉뚱한 제 3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를 비유한 것이다. 우리 속담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등은 의미가 비슷하다.    
유사한 성어로 파급무고(波及無辜)가 있다. 물결(水波)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파급이라고 하며, 어떤 일의 여파가 무고한 사람에게까지 미치는 것을 말한다. ‘아무 죄도 없이 연루되다’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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