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민 아빠’로 널리 알려진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가 참사 이후 고통과 회한, 다짐을 담은 책 <못난 아빠가>(부엔리브로ㆍ사진)를 냈다.
김씨는 4월16일 참사 당일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 못하며 정신없이 팽목항으로 달려가던 기억에서부터 책을 시작한다. 어선을 빌려 찾아간 참사 현장에서는 그 누구도 구조 활동에 나서지 않았다. 김씨가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서 확인한 것은 정부의 무능과 언론의 왜곡뿐이었다.
“정부든 해경이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고, 다들 얼이라도 빠진 듯 무의미하게 우왕좌왕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틀 뒤에도 ‘구조 중’이라는 뉴스 내용을 보고 “이른바 ‘팩트’가 있는 그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책은 유민양을 향한 미안함과 그리움, 뉘우침으로 가득하다. 김씨는 “평소 먹고사는 데 허덕이기만 했지, 무언가를 주장하고 요구하는 일은 다 남의 일로 봤다. 당장의 돈벌이, 빚을 갚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라며 “(아이를 잃고 나서야) 집회도 하고 시위도 하고 단식도 한다”고 말했다. “세상 일에 대한 무관심이 얼마나 잘못된 건지, 마흔이 넘어서야 깨달았습니다. 참으로 못난 철부지 아비입니다. 그래서 저는 죄인입니다.”
김씨는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에 들어간 이유, 시민들의 응원과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에 얽힌 이야기를 담담하게, 때로 절절하게 풀어냈다. 농성장 앞에서 단식농성을 조롱한 일베 회원들의 ‘폭식 투쟁’에 관한 생각도 적었다. 김씨는 단식 회복을 한 뒤 회사로 돌아갔다. 그는 요즘에도 “유민이가 컴컴한 배 안에서 살려달라고 악을 쓰고 몸부림을 치는 게 보인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이 안 일어나는 안전한 나라 만들기가 “억울하게 죽은 유민이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고 포기할 수 없는 꿈”인 이유다.
그는 “아무리 못난 아비더라도 자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싶어 하는 것은 친부의 권리”라며 안전한 나라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경향신문 2014년 11월 25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