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래지식/ 제발 와서 먹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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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래지식/ 제발 와서 먹어줘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12.1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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嗟 탄식할 차 來 올 래 之 어조사 지 食 먹을 식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94

일본 동북부 해안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많은 사람이 죽고 재산피해도 컸다. 수많은 나라에서 구호품을 보내겠다고 하여 나섰지만, 일본정부가 ‘성금은 받되 물품은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매우 의아해 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자기네 관련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참 무서운 나라다. 제때에 물품이 도착하지 않아 피해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참담해졌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정부를 비판하지 못하도록 훈련이 되어 있던 탓인지, 이재민들은 이러한 정부에 대해 원망도 하지 않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었다.
일본이 세계 경제대국으로서 체면을 깎인 것에 자존심이 상해 嗟來之食(차래지식)을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선 이재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챙겨주어 급한 불부터 끄고 나서 나라의 체면을 세우는 것이 순서가 아니었겠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민이 무슨 죄가 있나!
「예기ㆍ단궁편(禮記ㆍ檀弓篇)」에 나온다. 여불식차래지식, 이지어사야(予不食嗟來之食 以至於斯也) : 이따위 남을 업신여기며 던져주는 음식을 먹지 않아 이 지경이 되었소.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어느 해, 제(齊)나라에 대기근이 발생하여 이재민이 크게 늘어나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검오(黔敖)라고 하는 한 부자가 이러한 상황에 맞춰 베푸는 모습으로 자기의 이름을 날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길가에 많은 먹을 것과 물을 내놓고 이재민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때 매우 남루한 옷을 입은 한 이재민이 허기진 모습으로 멀리에서 천천히 오고 있었다. 부자가 보니 며칠 굶은 모습인지라 바로 먹을 것을 들고 가 소리쳐 말했다.
“여기 먹을 것이 있다네!”
그 부자는 그 이재민이 당연히 허겁지겁 다가와서 음식물을 움켜쥘 줄 알았으나 전혀 듣는 척도 않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부자가 다시 음식과 물을 들고 가 소리쳐 불렀다. 
“어이, 여기 먹을 것이 있다니까!”
이재민이 먹을 것에는 눈길 하나도 주지 않고 천천히 머리를 들고 한참 동안 검오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난 당신처럼 사람대접을 하지 않으면서 주는 보시를 받고 싶지 않소. 당신이 먹을 것을 조금 나눠주며 오만방자하게 구니 정말 보기가 역겹소. 먹을 것을 얻으려고 사람의 자존심까지 버릴 수는 없지요. 당신이 ‘옛다’ 하고 던져주며 모욕적으로 베푸는 것을 받을 수는 없단 말이오!”
말을 마친 그 이재민은 허리를 꼿꼿이 하여 가던 길을 갔다. 며칠 후 사람들이 그 이재민을 보지 못했다. 
 ‘야! 하고 부르면 가서 먹는 음식, 즉 모욕적인 베풂’ 을 뜻하는 이 성어는 훗날 사람들에 의해 이처럼 불순한 의도를 갖고 불경한 태도로 보시를 하는 사람을 비판하는데 사용되었다. 또한 기개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처럼 ‘옛다’ 하고 던져 주는 것을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만약 받아들인다면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겠느냐고 가르쳤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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