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대고축/ 빚이 많아 갚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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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대고축/ 빚이 많아 갚지 못하고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12.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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債 빚 채 臺 대 대 高 높을 고 築 쌓을 축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95

중국 칭다오(靑島)는 우리 투자기업이 제일 많은 도시이다. 그런데 2000년 대 초부터 그 곳에서 가끔 우리 기업인의 ‘야반도주사건’ 이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90년대 초부터 불붙기 시작한 대중국 투자열풍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산둥(山東)반도의 칭다오(靑島)에 많이 몰려 왔다. 투자 초기에는 중국 정부가 세금을 감면해주고 토지임대료를 낮게 해주어 투자분위기를 돋우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특혜를 거두어들이고 인건비가 높아지고 각종 보험료가 생기면서 새로운 비용이 늘어 기업의 순익이 줄어들었다. 이에 맞추어 조기에 경영효율화에 관심을 갖지 않은 기업은 빚이 늘어나 결국 파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양심적이지 못한 사장, 결국 파산을 숨길대로 숨기고 챙길 수 있는 것 모두 챙기고는 야반도주하여 버리는 최악의 선택을 하였다. 그는 숨어 채대고축(債臺高築)하여 일시적인 자유를 가졌을지 모르지만, 우리 기업인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되고 견실한 기업들도 의심받아 밤낮으로 감시를 받아 연금 아닌 연금이 되어 지내는 일이 생긴 것이다.
「한서ㆍ제후왕표서(漢書ㆍ諸侯王表序)」에 나온다. 무이귀지, 주박책, 내도차대(無以歸之, 主迫責, 乃逃此臺) : 빚을 갚지 못하니 독촉이 심해 이 누대로 피하였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주(周)나라 천자는 모든 제후국을 다스리는 왕이기는 하였지만, 명의만 그럴 뿐 실제로는 다른 제후들을 통제하거나 관리할 능력을 갖지 못했다. 게다가 난왕(赧王) 자신이 나약하고 무능하여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니 국고가 낭비되어 바닥이 나고 있었다.
어느 해에 초(楚)나라 왕이 각 제후국들과 동맹하여 진(秦)나라를 멸망시킬 요량으로, 우선 주 천자에게 진나라를 치도록 하는 조서를 내려주도록 요청하였다. 난왕도 진나라의 야심이 커 언젠가는 진이 주나라를 쳐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초왕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전쟁을 하려면 막대한 물자와 인원이 필요한데 주나라 재정이 워낙 형편이 없는지라 우선 주위 호족들에게 돈을 빌렸다. 차용증을 써 주고 전쟁에 이기면 이자를 보태어 갚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벌명령이 하달된 후, 초나라와 연(燕)나라는 군대를 동원하여 출발하였으나, 다른 나라들은 석 달이 지나도록 파병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기세등등하던 ‘정벌계획’ 은 중간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운이 억세게 없게 된 사람은 바로 난왕이었다. 정벌을 해보지도 못하고 빌려온 돈을 이미 다 써 버렸으니 갚을 길이 없게 된 것이었다. 돈을 빌려줬으나 받지 못하게 된 호족들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매일 차용증을 들고 궁문 앞으로 와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였지만, 난왕은 할 수 없이 궁 안의 높은 장소에 숨어 나오지 않고 오로지 근심과 두려움 속에 지냈다. 사람들이 이를 알고 왕이 숨어 지내던 이곳을 피채대(避債臺)라고 비웃어 불렀다.
이 고사의 유래로 빚이 산더미 같다. 빚이 갚을 길이 없을 정도로 많은 상태를 뜻하는 성어가 나왔다. 훗날 사람들이 빚이 많아 갚을 수가 없는 것을 형용할 때 이 성어를 사용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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