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살기 좋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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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살기 좋은 세상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5.01.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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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입니다. 순하고 포근한 양 띠 해가 밝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의 고통, 슬픔, 충격을 쉬 잊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와 함께 차디찬 바다에서 죽음을 당한 어린 학생들의 절규가 아직도 귓전에 맴돕니다. 끔찍한 병영 참사, ‘땅콩 회항’, 오체투지에 나선 비정규직, 고공농성을 멈출 수 없는 해고 노동자들의 고단하고 억울함이 아직도 우리 삶 속에 널려있습니다.
원망도 못하고 성실하게 일만하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 되어 고루 잘사는 행복한 나라”를 꿈꿉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바람과는 사뭇 다릅니다. 남북 대치는 갈수록 험악해지고, 민주주의는 유신시대로 퇴행하고, 이념 대립은 도에 지나쳐 보입니다. 계층간 격차는 날로 커져 가고 나라꼴이 말이 아닙니다. 정권을 잡은 자들의 무능보다는 정직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희망이 무너진 사회는 강자에게는 좋은 세상이지만 약자에게는 나쁜 세상입니다. 사람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고, 부자는 갈수록 더 부자가 되고, 서민은 갈수록 더 가난해지는 사회는 희망이 없습니다. 사는 게 아무리 어려워도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그 고통을 참아낼 수 있습니다. 보통사람들이 땀과 눈물로 일군 희망을 나라가 앗아가면 안 됩니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낡은 것을 옹립하고, 기득권과 특권을 동원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자치는 자치가 아닙니다. 자치는 ‘주민을 다스리는 기술’이 아니라 ‘주민을 사랑하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이 전과 같지 않더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민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주민의 고통과 슬픔이 보이고, 그 고통과 슬픔을 풀어줄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이 다시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마치 유신시대로 퇴행하고 있는 듯 민주주의의 참혹한 현장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선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이 버젓이 선거에 개입했고, 최근에는 임명직 재판관들이 선출직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했습니다. 서울 도심에 7-80년대를 방불케 하는 반정부 유인물이 뿌려지는 현실은 오늘날 우리 사회 민주주의 퇴행의 상징입니다.
민주주의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도 가진 자나 못 가진 자의 전유물도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의 생각과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런 다양성이 제도적 장치를 통해 반영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민주적 가치들을 억압하고 훼손하려는 부당한 권력에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끝까지 저항해야 합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할 정치가 과거에 얽매여 역주행하고 사회통합을 이끌어내야 할 정치적 역량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습니다. 통합이란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 공정한 규칙과 경쟁에 의해 공존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차이는 아주 작고 우리의 같음은 너무나 큽니다.” 지난 대선 때 한 후보의 연설 내용입니다. 정치권력과 시민사회가 함께 톺아보아야 할 말입니다.
지역사회 구성원의 화합과 통합을 이루는 길은 ‘힘’이나 ‘돈’이 아닙니다. 바르고(正) 착한(善) 기준을 제시하고 권력과 부를 독점한 기득권의 일부라도 내려놓고 화해와 협력을 요구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만들려는 주민사회를 인정해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합니다. 물론 기득권층이 인정할만한 주민사회의 역량이 축적되어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새해 벽두, 참 살기 좋은 세상은 어떤 곳일까? 궁금해집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사계절이 뚜렷해서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엉뚱합니다만 부지런하면 살기 좋아지고, 이 지구상에 사계절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한 곳 뿐인지 알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국가에는 충성해야 하고 공직자의 말은 모두 정당하다고 교육 받기도 했습니다. ‘설마 나라가 우릴 속이겠어?’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압니다. 얼마나 모순이고, 얼마나 거짓인지를.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역시 낙선한 대통령 후보의 약속입니다. 우리 자식들은 그런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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