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철부어/ 어려울 땐 제때에 도와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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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철부어/ 어려울 땐 제때에 도와줘야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5.01.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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涸 물마를 학 轍 수레바퀴 철 鮒 붕어 부 魚 물고기 어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96

2011년 여름, 서울에 장대비가 쏟아져 큰 물난리가 났다. 산사태가 크게 나 주택가를 덮쳐 많은 사람이 죽고 재산피해도 컸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티브이(TV)가 예전에 비해 피해상황을 크게 다루지 않는 것이었다. 이재민들이 학교나 공공시설에 모여 구호를 기다리는 가련한 모습도, 정부를 세게 몰아치는 모습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피해주민들이 그리 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집값이 떨어진다.’ 는 것이다. 또 구청에서 공공시설에 잠자리를 마련해주더라도 아마 자기 돈을 들여 호텔로 갔을 것이라는 말도 맞는 것 같다. 게다가 다른 지역 사람들이 ‘그 사람들은 도와주지 않아도 다 살아갈 수 있다’하여 쳐다보지도 않는데, 굳이 티브이가 골든타임을 여기에 할애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도 들렸다.
 비록 부유층이지만 이처럼 일시적이나마 학철부어(涸轍鮒魚)를 당했는데도 남의 일처럼 외면하는 것은 옳은 처사가 아니라고 본다. 이웃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제때에 손을 잡아주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을 보여 줘야 하지 않을까?

《장자ㆍ외물편(莊子ㆍ外物篇)》에 나오는 비유다. 유중도이호자, 주고시거철중, 유부어언(有中道而呼者, 周顧視車轍中, 有鮒魚焉) : 길가에서 부르는 자가 있어 보니 수레바퀴자국 밑에 붕어가 있더이다.
어느 날 장자(莊子)가 매우 가난하여 밥 지을 쌀이 없었다. 위(魏)나라 문후(文侯)를 찾아가 양식을 빌려 달라고 청하였다.
“꾸어드릴 수는 있는데 지금은 여유양식이 없으니 수확하여 세금을 거두어들인 후 300냥을 드리면 어떻겠소?”
장자가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 얼굴빛을 달리하였다가 다시 미소를 짓고 하나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는데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리기에 보니 붕어가 마른 수레바퀴 자국 속에서 숨이 간들간들하고 있었습니다.
“네가 어디서 왔으며 여기에서 뭐하는 것이냐.”
“나는 원래 동해에 살고 있었는데 홍수가 나 여기까지 떠밀려 왔습니다. 물이 빠질 때 같이 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여기에 남아 이제 말라 죽게 생겼습니다. 제발 물 한 통을 가져와 저를 구해 주십시오.”
“좋다. 내가 마침 남쪽에 가 몇 분의 왕을 뵙게 되어 있다. 거기에는 물이 많으니 내가 그 곳에서 일을 보고 오는 길에 강물을 퍼와 너를 구해주마.”
“당신이 지금 당장 물 한통만 주면 나는 바로 살아 날 수 있는데…, 당신 말대로 하면 어물전에서 나를 찾느니만 못합니다.”
문후가 듣고 장자가 자기를 풍자하여 말한 것임을 알고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물 마른 수레바퀴 자국 속의 붕어’ 라는 뜻으로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가 매우 위급한 경우에 처했거나 몹시 고단하고 옹색하게 된 형상을 표현한 것이다. ‘멀리 있는 물은 가까운 곳의 불을 끄지 못 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의 처지가 매우 어려워 급하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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