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57)/ 독사 친구들 부부동반 여행 갔다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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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57)/ 독사 친구들 부부동반 여행 갔다왔어라!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5.01.16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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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57

농촌 아이의 달력                / 안도현

1월은 유리창에 낀 성에 긁는 달
2월은 저수지 얼음장 위에 돌 던지는 달
3월은 학교 담장 밑에서 햇볕 쬐는 달
4월은 앞산 진달래꽃 따먹는 달
5월은 올챙이 뒷다리 나오는 것 지켜보는 달
6월은 아버지 종아리에 거머리가 붙는 달
7월은 매미 잡으러 감나무에 오르는 달
8월은 고추밭에 가기 싫은 달
9월은 풀숲 방아깨비 허리 통통해지는 달
10월은 감나무 밑에서 홍시 조심해야 하는 달
11월은 엄마가 장롱에서 털장갑 꺼내는 달
12월은 눈사람 만들어 놓고 발로 한 번 차 보는 달

이 시 읽다봉께 시상에는 별의별 달력들이 다 있어부네 싶제라.
요것이 쬐꼬만 아그들의 12개월 달력이라는디 농사짓는 엄니들의 12개월 달력을 시로 쓰면 아조 재밋을것 같구만요. 지가 올 한해 써볼까라잉.
쪄그 인디언의 달력을 보믄 참말로 좋은 말들이 나오는디라.
1월을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 -아리카라족, 나뭇가지가 눈송이에 뚝뚝 부러지는 달 -주니족, 바람속 영혼들처럼 눈이 흩날리는 달 -북부 아라파호족, 짐승들 살 빠지는 달 -피마족 이라고 했다는디 지의 1월은 독사들과 바닷가 갔다 온 달로 혀야겄구만요.

지난주에 지는 아조 오지게 여행을 잠 다녀왔는디라. 재작년 뱀띠 해에 썼던 독사친구들 이야그 생각 나실려나 모르겄는디라. 지가 태어난 해가 뱀띠 핸디요. 구림면에 사는 비암띠 다섯명이 ‘울덜도 한번 독허게 살아보자’라고 험서 이름도 거창한 독사회를 맹글었거랑요. 첫 눈이 싸목사목 내리는 날 농사짓던 것 다아 때려치고 여수 바닷가로 기차타고 놀러가자라고 했었제라. 호강에 복 받쳐보자 라고라. 흐흐흐. 
근디 다들 5-6월 독사들인데다가 7월 독사까지 있어 농게 너무 바쁜거예요. 바닥을 기어다님서 월매나 일을 하던지 허리 펼새도 없는거여라. 2002년에 맹글어 놓고 죽어도 못가는 거제요. 지는 생긴것 맹키로 순한 12월 독사라 겨울잠 자야 된디도 썩을놈의 친구들 땜시 항꾼에 바빠버렸제라. 갑자기 ‘보고싶다’라고 혀야 만날 수 있었제요.
근디 사단이 났어라. 아이고메 울 냄편이 말타박을 허기 시작허는거여라. 몇 년이 지나도 여행을 못갔더니 ‘독사는 무신 얼어 죽을 독사들이여. 따악 물뱀이구만’ 험시롱 친구들이 만나는 약속을 헐 때마다 헛웃음을 웃는 거여요. 참말로 배시식 속 터지게 말허는디 구림 어느 도로를 가다가 갑자기 비암이닷 하고 소리치면 지는 정말로 어디! 어디! 허고 쳐다보거든요. 피식 웃음시롱 구산리 물뱀이 지나간다고 허는디 워메! 복창터지제라. 그란디도 이 친구들이 하도 바쁜게 가끔 만나기도 쉽지가 않은 나날들이 계속되자 다시 울덜 이름이 쩌어그 밑으로 내려 갔어라. 일명 ‘지렁이’라고요. 앗따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한달에 월매씩이라도 거둬서 우릴 타박 허는 남정네들허고 부부 동반 여행을 가자고 했지요. 큭큭큭  그려서 2년 전 충남 대천으로 하루 여행 다녀왔어라. 다들 하우스들을 하니까 집 비우기가 쉽지가 않았거든요. 참나, 고래서 겨우 물뱀으로 다시 올라갔고 지난 주 금요일날 1박 2일로 부부동반 여행 다녀왔당께요. 워쪄요. 징헌 독사같제라. 다들 딸기 농사들을 지으니까 오전에 딸기 따고 일을 한 다음 가기로 하고 그 다음날도 낮 시간에 도착해서 일을 할 수 있게 하기로 했었죠.
겁나게 모이기도 힘든 부부들 여행가면서 봉게 시상에나 성씨들도 다 제 각각인거 있제요. 황, 류, 추, 설, 우, 진, 오, 최, 이, 김씨들인디 이 이야그 험서도 웃고 차안에서 홀가분허게 술 한잔 허면서도 꺄르르 웃고, 허벌나게 웃음꽃이 펴 버렸어라. 근심 걱정 다 잊어뿔고 맛있는 음식도 묵고 바닷가에서 불꽃놀이 험서 아그들처럼 박장대소도 해보고 7080 라이브 까페가서 오랜만에 들어보는 노래와 춤에도 취해보고 혔습니다. 아무렇게나 웃고 울어도 흉 안 잡히고 껄쩍지근헌 이야그도 퉁치게 되는 친구들이 있어 참 좋았었제요. 친구란 그런것 아닐까라.
영국의 한 방송국에서 퀴즈를 냈는데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의 여행을 단시간에 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였는데 고것은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오는 것이었다죠. 그라제라. 참말로 맞당께요.
새벽녘까지 술 마시면서도 즐거울 수 있었고 다음날 자갈치 시장에 가서도 먹고픈 것 다먹었제라. 옛날 국화빵도 만원어치를 밥 먹고도 먹어버릴 만큼  깊고 넓은 위대한 위장들을 자랑했응게요.  아마 편안하고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여서 그랬을 겁니다.
인디언 속담에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는 뜻이다”라는 속담이 있는데요. 순창에서 구림에서 살아가면서 항꾸네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고 자픈 독사 친구들과의 여행이었답니다. 부러우시제라. 부러우면 지는 거다는디 우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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