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허규 저. 「최신 회의진행 교본」
사람을 뽑는 일은 긴장되고 흥미로운 일이다. 출마자는 두려움의 롤러코스트를 타기 마련이다. 해가 바뀌고 시작되는 1월이면 많은 단체들이 정기총회를 갖고 사람을 뽑고 안건도 처리한다. 그런데 전체의 의견을 모으고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거쳐야 할 회의진행은 잘 하고 있을까? 대답은 ‘아니올씨다!’이고 이 책을 찾도록 이유를 주었다. 행정이나 단체를 관할하는 상위조직에서 회의법에 대해 많은 관심과 교양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장(회장, 반장, 위원장...)의 선출은 무기명 다수 득표를 얻은 사람이 임시의장이 되어 진행한다. 의장 후보는 재청 없이 추천만 있으면 가능하다. 여러 명이 나왔을 때는 먼저 추첨순서로 연설을 하고,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로 당선된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때는 2차 투표를 하고, 2차 투표에서도 과반수가 없을 때는 최고 득표자와 차점자에 대해서만 결선투표를 하되 이때는 다수득표자를 당선자로 한다. 전체를 대표하는 의장이기 때문에 최대한 과반수를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 숨어있었다.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 국회법 제 112조에 의거 1차 투표결과 당선자가 없으면 바로 결선투표에 들어가는 것과 비교된다.)
일반적인 회의진행 방법을 보면 의사정족수를 확인하고 개회를 선언한다. 전 회의록을 낭독하고 승인한다. 의장인사, 회무 재정의 보고를 마치면, 오늘 회의의 순서인 의사일정을 결정하고 의안을 심의하여 표결에 이른다.
미리 정하지 않고 의안을 제안하여 채택하기 위해서는 “본 의원은 00을 000하게 할 것을 동의(動議) 합니다”라는 긍정의 형식으로 발의 하여야 한다.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저자는 “동의(同意) 하십니까?”처럼 ‘동의’라는 말은 일체 쓰지 말고 ‘찬성’하십니까? 라고 고쳐서 말 하라고 한다.) ‘저는 회비를 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동의 합니다’라는 원동의가 재청으로 채택되었다면, 상정되어 제안 설명, 질의, 토론이 충분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저는 2만원으로 수정하여 올릴 것을 동의 합니다’라고 수정동의를 제안해서는 안 된다. 원안에 대해서 토론될 기회는 주자는 것이다.
원동의의 토론이 끝나고, 수정동의안이 제안되면 수정동의안에 대해서 다시 제안 설명부터 토론까지 진행된다. 삼 만원으로 회비를 하자는 재수정동의안이 또 제안된다면 마찬가지의 절차를 거친다. 이에 대한 표결은 재수정안에서부터 거꾸로 하되 재수정 안에 대하여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수정안과 원안은 표결 없이 자동으로 폐기가 되고 삼만원으로 회비를 올리자는 결론에 도달한다. 재수정안에 대해서 표결결과 과반수 이상 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의 24개에 이르는 보조동의, 부수동의, 우선동의는 원만하게 회의를 처리하기 위해서 동의의 순서가 정해져 있는 셈이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긴급동의’는 잘못된 표현의 동의라고 말한다. 우선동의 순서 중에서 해당하는 동의를 찾아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회의진행법이란, 일정한 원칙을 바탕으로 다수의 횡포를 예방하고 소수의 독재를 막으면서 합리적으로 결론을 찾아내는 회의 진행법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장은 인사말에서 회의의 바람직한 운영방향을 진술할 뿐이다. 동의를 제안할 수도 없고 토론에 참여하여 자기의견을 발표할 수도 없다. 의장이 참가하고 싶을 때는 의장석에서 물러나서 의원자격으로 하여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려 듯 전횡을 부리는 단체의 의장들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헌법과 국회법을 기초로 로버트식 회의법도 적용된 민주회의 진행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