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59)/ 엄니들의 은공을 워치코롬 갚은당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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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59)/ 엄니들의 은공을 워치코롬 갚은당가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5.02.13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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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59

친정엄마

농촌에 시집간다 말리시던 울엄마
오랜만에 달려온 딸 맨발로 반기네
뱃속아가 건강하냐 시집살이 편하냐
정신없이 물어보다 목 메이시네
나 이제 알겠어 울 엄마의 그 마음
남모르게 아파하며 긴긴밤을 보냈지
울 엄마 그 마음 천번 만번 알겠어  
해질녘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올 때
동구 밖 엄마 모습 두 눈에 선하네
주섬주섬 챙겨주는 울 엄마의 그 사랑
어서 가라 손짓하다 목 메이시네
- 청보리 사랑 노래단 제2집 앨범 중

 

▲지난 봄, 섬진강 벚꽃구경.

여자들에게 친정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음사 열분이라도 행복해 불지라. 친정엄마란 존재는 내 사는게 힘들어 질수록, 외로와 질수록 자꼬만 뽀짝뽀짝 다가가게 되거들랑요. 딸네미들이 “엄마 때문에 못살아!”라고 투덜투덜대면 엄마들은 “난 너 때문에 산다”라며 웃어붕게요.
“내가 힘들어 할 때마다 엄마는 늘 말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면 엄마는 피눈물이 나고, 내 속이 상하면 엄마 속은 썩어 문드러진다고. 그게 엄마와 딸 사이라고….” -영화 친정엄마에서
하이구메! 근디 지는 항상 우리 엄마의 골칫거리 였당께요. 하라는 공부도 안해, 지 잘났다고 혼자 시골 가서 농사 짓겄댜그랴. 아무것도 없고 할 일만 많은 곳으로 시집 가겄댜. 허는 일마다 엄마와 아부지 속을 시꺼멓게 태웠응께요. 시방은 거시기허게 이쁜 딸네미들이라도 네명을 낳아 줘서 효도 했다는 소리를 듣지 참말로 불효녀중의 불효녀 였응께요. 톡 까놓고 새살을 떨자문 지는 친정엄마를 모시고 사는 게 아니라 친정 엄마가 바쁜 지를 데꼬 사는 형국인디라. 딸들과 싸우고 나서 하믄 안 되는 말이 있잖아라.
“너도 따악 너 쏙 빼 닮은 딸 낳아서 키워봐라”라고 허나봐요. 흐흐흐
지가 순창으로 시집옴서부터 아조 찰떡같이 맺은 인연들이 있는디라. 기냥 기냥 못 생기고 잘하는 것도 없는 서울떽을 무신 시상에는 없는 보물단지 여기듯이 이뻐해주셔갖고 지가 친정엄마라고 부르는 분들이 있구만요. 
첫 번째로는 오정자 마을에서 삼시롱 지가 못나서 사람 노릇 못할 때도 어김없이 챙겨주시고 털털해서 못하는 일, 어려운 일, 집안의 크고 작은 일에 시도 때도 없이 손 내밀면 친정 엄마처럼 발 벗고 나서주시는 안골 엄니가 계시는디요. 이름은 김 형자님인디 워찌나 손도 크신지 못하시는 일이 없구요.지의 눈물 콧물이 원제 흘렀는지도 훤하게 아실꺼구만요. 손맛이 짱이제라.
둘째는 윗동네 닭사래 사시는 엄니신디요. 지가 순창에 와서 여성농민 교육하러 간다고 뻔질나게 드나들던 마을이제라. 어쩌다 버스라도 함게 타믄 반가워서 어쩔줄 몰라 하시제라. 추석때가 다가오면 모싯잎 베어다가 아예 몽땅 삶아서 두고두고 먹으라고 준비해놓고 전화 주시제라. 설날을 앞두고는 ‘도토리 묵 쬐까 써 놨응께 얼렁 댕겨 가그라’허십니다. 검정 땅콩도 슬그머니 담겨오고 팥 한되박도 금시 옵니다. 어쪄다 지가 가져가는 과일 박스는 엄청 커 보이시고 엄니가 주시는 마음은 작다고 허시는디 지가 뭐라고요  그체라 잉!
그라고 지가 허구헌 날 야그 하는 모정떽엄니인디요. 연산에 사시는디 우리 막둥이 갓낭쟁이때 뜸 모하러 오셨던 인연 이구만요. 단비아빠의 중핵교 동창이 한명 있는디 기냥 시도 때도 없이 우리 집 놀러와서 자기 집 같이 지내는 거여요. 오죽허믄 명절날도 차례만 지내믄 우리집으로 와서 논당께요. 괜시리 파마하러 간다고 혀 놓고 냄편이랑 총각 차 타고 여수로 놀러 가 불고 허구헌 날 코란도 차 뒤에 이불깔고 왼 식구들이 꼬불쳐 앉아서 부안 바닷가로 쭈꾸미 묵으러가서 사진 찍었당께요. 조개 캐러 김제 바닷가에 가서는 우리는 조개 캐느라 나오지도 않는데 아그들은 추위에 떨다 저 체온증 걸려서 119 아저씨들이 삐융삐융 거리며 왔었던 추억도 있고요. 그때 우리 집 차가 없어서 기사노릇까정 험서 하냥 식구였제라. 인연이 될라고 그랬던지 어쩌고 저쩌고 허다봉께 조카사위가 되버린 거제라.
참말로 이미 엄마랑 딸 허자고 혔는디 바로 사둔이 되버렸제요. 노총각 장개 보내 농게 떡 두꺼비 같은 손주도 둘이나 낳아줬제. 보기만 해도 이삔 손녀 딸 낳아줬제, 그래농께 월매나 지헌테 잘해주시겄어요. 가남떡 엄니랑 옥과떡 엄니도 친정엄마제라. 하나라도 더 해주고자서 허신게요.
다음이 오룡에 사시는 엄닌디요. 몇 년전까지만 혀도 시장통에서 건어물 장사를 허셨는디 “이번 장에 안나오믄 인연 끓어 불랑게”허심서 협박을 허십니다. 우리 아그들도 데꼬 와라 잉 허시는디 갈때마다 실갱이를 벌이제라. 지는 김이랑 미역이 필요 해서 돈을 드리면 그 봉투에다가 몰래 다시 돈을 넣어 놓고 멸치 한박스, 다시마 한 통이 따라옵니다. 지발 그러지 말라고 통사정을 해도 소용없고 우리 아그들이 갈때 마다 아이스크림 사먹으라고 용돈이 따라 옵니다. 인자는 장사를 안허싱게 실갱이를 못허는디 기력이 떨어지신 것 같아 아쉽제요.
아이고 올 설날에는 엄니들의 은공을 워치코롬 갚을지 막막허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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