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62)/ 꾸척시럽게 아양을 떨면서 땅들 곁으로 가야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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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62)/ 꾸척시럽게 아양을 떨면서 땅들 곁으로 가야겄지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5.03.31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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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62
시방 지 본업은 농새꾼잉게요!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잇슬테요

모란이 뚝뚝 떠러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로 무덥든 날
떠러져 누운 꼿닢마져 시드러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업서지고
뻐처오르든 내 보람 서운케 믄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잇슬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그랑께 3월 마지막 주 토요일날이 울 시아버님 지삿날이였지라.
옛말에 미운 며느리가 지삿날 병난다고 허등만 지는 참한 며느린가 폴 다리 쌩쌩혀갖고 장날에 돌아다녔구만요. 하이고메! 순창 5일장에 갔더니 완전 봄천지여라. 달롱개와 나숭개같은 봄나물들이 겁나게 나왔드만요. 쑥쑥쑥 쑥들도 아짐씨들 귀경 하느라 쪼굴치고 앉아서 흐흐흐 웃고 있고 쬐꼬만 머우들도 앙팡지게 앉아서 몬네몬네 유혹허등만요. 겁나게 오지고 푸지게 봄날은 뽀작뽀작 울 덜 곁으로 와 쌌는디 주머니속엔 한겨울 찬바람만 쌩허니 불고대닝게 마음까정 얼어붙는 것 같아라.
옛날 이야그에 나오는 도깨비가 농사꾼헌티 3푼 빌리고는 맨날 저녁마다 서푼씩 갖다 바치는데 고것도 귀찮아진 농사꾼이 말의 피를 발라농게 화딱지가 나서 농새꾼이 제일로 싫어 헌다는 돈벼락을 뿌려댔다든디 요새 같으믄 고런 도깨비 한나 키우고 싶어라. 참말로요.
그려도 지가 아숩드라도 헐 도리는 허고 살아야 헝게 제사 준비 음식들도 사러 다님시롱 순대국밥도 먹어붕께 봄볕마저 따땃해지드랑께요.

형제가 모테서 오순도순 앙거서 노는걸 유독 좋아하셨던 시부모님이시다봉께 술안주감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지만 싸목싸목 장보는 가심도 통개통개해지제요. 아! 지는 전라도 말 중 이 통개통개라는 말이 참말로 좋아버린당께요. 겁나게 오지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죽을때까정 가심이 통개통개하면서 살고 싶당께요. 으짜꺼나 실덕벌덕허지 않고 각단심있게 살다보면 그리 되겄지라잉! 서울떽은 오뚝이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웃을 수 있음 좋겄어요.
아침 일찍부텀 식혜를 끓이고 울 딸들이랑 막 따온 표고버섯전도 부치고, 소고기 돼지고기 산적도 허고 병어와 조기도 쪄서 이쁘게 참깨와 실파와 실고추도 얹어서 샥시처럼 꾸며 놓고 낙지도 돌돌 말아서 찌고, 고사리, 취, 숙주 등 다섯가지 나물도 험서 숨가쁘게 혔지라.
형님들이랑 아주버님들이 점심 무렵에나 도착하셔서 푸진가리로 상추와 쌈채소 씻어서 된장 고추장에 맛나게 드시고 지리산으로 꽃 귀경 떠나셨제요. 몇 년 전 시어머님 제삿날, 지가 오전에 후다닥 음식을 해놨길래 단비아빠헌티 형님들 모시고 지리산이나 한 바퀴 돌고 올까 하고 제안을 혔제라. 음력 9월 하순이라 단풍 끝 무렵이었어도 지리산은 겁나게 이뻐붕게 워메! 울 형님들 그날 처음 지리산 갔던거라 소녀들처럼 좋아라 박수 치시더라구요. 이쁜 샥시겉은 섬진강에 가서는 아조 까무라치셔요. 후후 그 다음해 부터는 시부모님 제삿날에는 오시자마자 등 떠밀어 불죠, 오붓허니 애들과 함께 제사음식 준비허능게 속 편하고 따땃하기도 허고라.
저녁 무렵 지리산 귀경 하시고 온 행님들과 광주와 전주에서 온 조카네 식구들과 삼겹살 구워 묵음서 항꾸네 오징어도 구워 먹음시롱 식혜와 잡채도 먹고 웃음꽃도 피웠어라. 37명 정도 되는 대식구가 밤에 빙 둘러 앉아서 아버님과 어머님 비교험시롱 흉도 보고 덕분에 단비아빠의 흉도 보았제요. 고모들과 사촌 언니들 헌테서 듣는 아빠의 어린시절 이야기들 땜시 울 딸들 꺄르륵 웃어댔구요. 밤마당 안 씻는다고 호랭이 누나랑 깐깐한 막내 누나에게 덜미 잡혀 “꼬랑내 난게 시암에 핑 가서 발목뎅이 닦고 오란 말이다.” 호통에 시암 가서 씻고 오던 야그도 있고, 소죽 푸라고 혔드니 하기 싫어서 큰 조카 데리고 갔다가 손목에 화상 입혀 놓고 홍시로 무마하려던 이야그 험서 웃었네요.
아하! 글구 울 아버님이 겁나게 좋아했던 장손이 떡두꺼비 겉은 증손자와 손주 며느리를 데리고 제사에 참석했으니 아매도 쪄그 하늘나라에서 웃음이 멈추지 않으셨을 꺼구만요. 울 딸들이 다 도와 주는 바람에 한결 편해 졌건만 샥신이 쑤시는 통에 딸들에게서 발 맛사지랑 손 맛사지 받고 곯아 떨어졌당께요. 나이가 들어가긴 가나봐요, 후후
상치는 뽀짝 뽀짝 숨궈도 무시는 널쭉 널쭉 숭궈야 헌다고 혀서 텃밭에 심궈 놓고 기둘리듯이 농삿일이 복창터져 죽는지 뻔히 암시랑도 꾸척시럽게 아양을 떨면서 땅들 곁으로 가야겄지요. 시방 지 본업은 농새꾼잉게요.
가실 볕은 딸네미에게 쏘이고 봄볕은 메누리를 쏘인다는 야그도 있고 봄볕에 끄슬리면 보던 님도 몰라분다는디 각단지게 피부 신경 쓰이소. 열린순창의 행님들, 동상들도 모다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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