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철원 노동당사서 ‘평화’ 향한 웨딩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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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철원 노동당사서 ‘평화’ 향한 웨딩마치
  • 박수혁 기자
  • 승인 2015.03.31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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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이요셉-연극인 최지현의 이색 결혼식

 

▲국군 복장을 한 이요셉씨와 인민군 복장을 한 최지현씨의 이색 웨딩사진. 사진작가 정승익씨.

“결혼식이 분단의 아픔을 딛고 피어난 작은 평화의 꽃이 되길 바랍니다.”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강원 철원군 관전리 노동당사에서 다음달 4일 낮 1시 이요셉(31)씨와 최지현(36)씨가 통일을 기원하는 이색 결혼식을 올린다.
장소뿐 아니라 내용도 눈길을 끈다. 국군 복장을 한 신랑과 인민군 복장을 한 신부가 지역 연극단체 ‘태봉의 후예들’ 단원들과 총알이 빗발치는 한국전쟁을 재연하는 것으로 식이 시작된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 속에서 사랑을 이어가고 결혼하는 과정이 한 편의 연극처럼 펼쳐진다. 식이 무르익으면 배우와 신랑·신부·하객 등은 축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한다. 노동당사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결혼식장 주변엔 두 사람이 철원 곳곳에서 찍은 웨딩사진 전시회도 열린다.
노동당사 결혼식은 극단 ‘태봉의 후예들’ 배우인 신부 최씨가 제안했다. 최씨는 “우리가 사는 분단의 땅 철원에서 통일과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이렇게 몇마디 말로 통일의 물꼬도 트인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당사 관리를 맡고 있는 철원군청의 허가를 받고, 극단이 가세하면서 결혼식은 연극 작품이 됐다.
둘은 2012년 10월 재능기부 활동을 하면서 연을 맺고 철원에 정착했다. 미술가 이씨는 재능기부단체 활동가 최씨와 함께 학교ㆍ군부대 등 지역 곳곳에서 벽화를 그렸다. 무채색 철원을 유채색 벽화로 수놓던 둘은 지난해 3월부터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결혼식 피로연도 철원을 담았다. 철원 오대쌀로 지은 밥, 철원 배추와 고춧가루로 담근 김치, 철원 소로 끓인 갈비탕 등 온통 철원산 식단만으로 음식을 준비했다.
신랑 이씨는 “저는 결혼이 ‘희생’이라고 생각하는데, 신부는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희생과 사랑의 마음이 만나 이뤄진 결혼처럼 이 두 가지만 있으면 통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2015년 3월 26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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