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지교/ 생사를 같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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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지교/ 생사를 같이 하는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5.04.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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刎 목찌를 문 頸 목 경 之 갈이 지 交 사귈 교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02

사마천(司馬遷)의 사기ㆍ염파인상여열전(史記ㆍ廉頗藺相如列傳)에 나온다. 육단부형, 인빈객지인상여문사죄, 졸상여환, 위문경지교(肉袒負荊, 因賓客至藺相如門謝罪, 卒相與驩, 爲刎頸之交) : 염파가 가시나무를 등에 지고 인상여에게 사죄하니 마침내 서로 기뻐하며 문경지교의 사이가 되었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인상여(藺相如)는 진(秦)나라에 빼앗길 뻔했던 천하 명옥인 화씨벽(和氏璧)을 원상태로 가지고 돌아온 공을 세우고, 그 외에도 몇 가지 커다란 외교적 성과를 거둠으로서 왕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재상의 지위에 오르게 한 사람이었다.
한편, 당시 명장이었던 염파(廉頗)는 평소 별 볼일 없다고 여긴 인상여의 관직이 자기보다 높은 것에 대하여 불만이 많았다.
이는 곧 인상여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 후, 그는 가능하면 염파를 피해 다니며, 염파가 조정에 나온다는 것을 알면 병이나 다른 개인적인 핑계를 대어 조정에 나가지 않기도 하였다.
하루는 인상여가 외출하였다가 멀리에서 염파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바로 골목으로 들어가 피했다. 이런 모습을 본 한 문객이 비분강개하며 그를 더 이상 따를 수 없다고 작별인사를 하였다.
“우리들이 재상을 따르는 것은 당신의 숭고한 인격과 능력을 높게 사 숭모하였기 때문입니다. 관직이 높은 당신이 염 장군이 하는 모욕적인 말을 이토록 무서워하시니 정말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그간 우리가 이처럼 나약한 사람을 모시고 살아 온 것이 억울할 뿐입니다. 저희는 다른 곳으로 가겠습니다.”
인상여가 문객들을 제지하며 물었다.
“묻겠습니다. 염 장군이 진(秦)왕보다 권세가 높다고 보십니까?”
“여기에서 왜 진왕이 나옵니까? 당연히 진왕이 높지요.”
“권세와 무력이 그처럼 높은 진나라 왕이지만 나는 진나라 궁중에서 그를 앞에다 놓고 큰소리로 질책하고, 그의 신하들에게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모욕을 주고도 살아 돌아 온 사람입니다. 그럴진대 제가 무엇이 두려워 염파 장군을 피해 다니겠습니까? 내가 염 장군을 무서워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좀 더 주위를 둘러보시오. 진나라가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조나라의 털끝도 만지지 못하는 것은 왜입니까? 염파 장군과 내가 이곳 조나라에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 둘이 자기의 체면과 권세를 위해 다투게 되면, 두 사람 다 상처를 입을 뿐만 아니라 진나라로서는 얼씨구나 하고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나라의 안위를 위해서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여러분에게 이러한 나약한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염파가 크게 감동하고 뉘우치며, 바로 웃옷을 벗고 등에 가시나무를 짊어진 채로 인상여의 집 앞에 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여 말했다.
이후부터 두 사람은 생사를 같이하는 친구가 되기로 맹세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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