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63)/ 억장 무너지는 벚꽃잎만 휘리릭 떨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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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63)/ 억장 무너지는 벚꽃잎만 휘리릭 떨어지네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5.04.14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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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63

화인(火印)                       - 도종환

비 올 바람이 숲을 훓고 지나가자
마른 아카시아 꽃잎이 하얗게 떨어져 내렸다
오후에는 먼저 온 빗줄기가
노랑붓꽃 꽃잎 위에 후드득 떨어지고
검은 등 뻐꾸기는 진종일 울었다
사월에서 오월로 건너오는 동안 내내 아팠다
자식 잃은 많은 이들이 바닷가로 몰려가 쓰러지고
그것을 지켜보던 등대도
그들을 부축하던 이들도 슬피 울었다
슬픔에서 벗어나라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
섬 사이를 건너다니던 새들의 울음소리에
찔레꽃도 멍이 들어 하나씩 고개를 떨구고
파도는 손바닥으로 바위를 때리며 슬퍼하였다
잊어야 한다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눈물을 털고 일어서자고 쉽게 말하지 마라
하늘도 알고 바다도 아는 슬픔이었다
남쪽 바다에서 있었던 일을 지켜본 바닷바람이
세상의 모든 숲과 나무와 강물에게 알려준 슬픔이었다
화인처럼 찍혀 평생 남아 있을 아픔이었다
죽어서도 가지고 갈 이별이었다

 

“별이 된 아이들이 묻습니다. 지금은 밝혀졌나요” 활짝 핀 벚꽃 앞에서 왁자지껄 수다 떨며 사진 찍었을 단원고 2학년 아이들은 시방 시상 어디에도 없지라. 잉! 325명중 250명의 아이들이 주검으로 돌아오고 차가운 바다속에 남아 있기도 헌디 무엇하난 밝혀 진 것은 없구 의문만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디요. 삼보일배하는 부모와 형제들의 아픈 마음만 페이스북에서 보면서 동참하지도 못허는 마음만 부글부글혀지걸랑요. 젊었을쩍에기성 세대들 봄시롱  자기 새끼만 워허고 세상일에 나 몰라라허는 쪼잔한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혔는디도 자꼬 핑계만 늘어나구만요.
1년이 지난 단원고등학교 정문 앞에는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펼침막이 있고 교실에는 친구 부모들이 써 놓은 눈물 나게 맹그는 글귀들에 가심이 울컥울컥 혀서 긍가  아이구메, 억장 무너지는 벚꽃닢만 휘리릭 떨어지네요. 촛불집회 허는디라도 도움도 주고 심도 보태고 허야지라. 이녁들도 나와서 심 보태주씨요 잉!
워쨌든 시방 지헌테 소중헌 사람들이 또 생겨부렀네요.
작년에 어메들허고 그림책 읽어 드리고 참말로 가슴을 후벼 파는 시들도 항꾸네 써내려 가면서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낸 책놀이 사업을 또 허기로 혔걸랑요.
허벌나게 섭섭허지만 구림에선 사정상 못허구요, 인계면 세룡마을로 보급자리를 옮겼어라. 그전에 구림 어메들허고 마지막 발표회 때 사진도 갖다 드릴 겸 인사 드리러 갔다가 “워메, 겁나게  보고자플텐디 워쩔까나 잉!” “울덜도 잊지 마셔요 잉!” 험서 부둥켜 안고 콧물 눈물 범벅이 되었제라. 그란뒤에 어메들이 홑바지에 꼼춰 둔 돈을 모아 모아서 딸 같은 선상님들 오리고기도 먹여 줬제요. 참 푸지고 좋은 학상들이었제요.
일년에 돼지 몇 마리 잡아먹을 만큼 마을 사람들도 많고 부녀회도 짱짱허게 움직인다는 세룡마을로 4월 첫 주부터 들어가기 시작했네요.  300년도 넘은당산나무가 아름답게 가지를 뻗어 나감시롱 짱짱허니 마을을 지켜주고 두 개의 입석이 한 번 더 지켜주는 세룡마을은 참말로 역사도 깊응가 뒷산에 옛 절터도 남아있고 불상도 새겨져 있다고 허드라구요. 마을 이름도 상서로운 용이 비를 뿌리는 형상이라고 헝게 월매나  살기 좋겄어요.
 사설이 길믄 재미진 맛이 없다고 헝께 개나리, 벚꽃도 피고 똘 복숭꽃도 피어나는 봄날에 했던 울덜  수업이야그 좀 할께라. 이번주 수업은 [굴러가는 떡 먹기]라는 그림책을 읽고  진달래 화전을 부쳐 먹기였어라. 원첨은 다음주에 할려고 혔는디 꽃이 빨랑빨랑 펴 부리는 통에 땡겨서 했구만요. 첫째는 차들이 다니들 않는 깊고 깊은 산중에 새색시처럼 피어있는 진달래를 따서 흐르는 물에 씻어 놓고라. 쑥들도 찰랑찰랑 씻어 놓제라. 두 번째로는 3시간 정도 불린 찹쌀을 고웁게 빻아서 뜨거운 물로 쬐까씩 넣어서 반죽을 허야지라. 울 부녀회장님께서 아조 찰지게 만들어 주셨제요.
그다음 첫사랑에 빠진 총각마냥 달궈진  후라이팬에 살짝쿵 기름을 두르고는 찹쌀 반죽을 조그맣게 떼어서 판판하게 펴지라. 그 위에 진달래 꽃 닢과 쑥으로 처녀 가슴처럼 이삐게 모양을 맨들고 살짝 뒤집어 주면 끝이여라.
워쪄요, 아조 쉽제라. 처음 해보신 엄니들도 있었는디 잘허시는 모듬 상 준다고 헝께 열심들 하셨어라. 때깔을 이삐게 만드시는 모듬, 쬐까 꼬들꼬들허게 헝게 잘 떨어지고 더 맛나다는 모듬, 말씀들도 당당하게 잘하셔요.
심사위원이신 이장님과 노인회 총무님이 때깔 편을 들어 주셨지만 지가 만든 똘복숭아 엑기스로 모다 건배를 외쳤답니다. 김용택 시인의 ‘다 당신입니다’라는 시를 울 조분님 학상께서  읽어주시는디 흐미 감동 묵었제라. 연필로 글자도 써보는디 다들 잘쓰시더라구요. 서울떽 올해도 일 낼지도 몰릉께 힘내라! 힘! 해주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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