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시민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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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 시민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04.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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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특화된 조직이 있다. 아니, 특화됐다기 보다 부조리를 깨고 권리를 얻기 위해 쟁의하는 일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회 전문가가 됐다고 보는 게 맞겠다. 그들의 위력은 대단하다. 경찰력이 아무리 막아서도 뚫고 이겨낼 힘과 전술을 갖추고 있다. 약한 곳을 찾아내 뚫어내고 경찰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 무슨 효과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시민의 분노, 탄압을 뚫고 일어설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저항의 대상에게는 꽤 큰 정신적 타격을 입힌다.
4월 11일과 18일 광화문. 물 샐 틈 없이 3면이 막힌 차벽 한가운데로 집회는 남의 일인 줄 알았던 사람들, 세월호 유가족이 들어왔다. 노조원 등 집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뒤에 두고 청와대를 가려다 막혔다. 자신들을 위해 달려와 준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아 유가족들이 나섰단다. 자식을 잃었는데 그 원인은 감추려 했고 왜 사람들이 배에서 못 나왔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감추려 하는지 제대로 속 시원한 설명이 없어 거리로 나온 그들이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허수아비 정권의 나팔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유가족을 좌익= 종북 프레임에 가두고 돈이나 밝히는 파렴치로 몰아갔다.
“물포! 11시 방향 조준! 직접 쏴!”, “물포 2호 1시 방향 조준! 쏘세요!” “미신고된 불법 집회니 채증하고 전원 연행하세요!” “캡사이신 준비해!”
직접 들은 경찰의 명령이다. 사고였던 세월호 참사는 구조하지 않고 숨기기 바쁜 뒤처리로 인해 성격이 학살로 바뀌었다. 살인자가 피해 유가족에게 불법 집회로 연행할 것이고 해산하라고 외친다. 3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진상규명을 외치며 광화문에 모이도록 하는 그 뻔뻔함에 부아가 치민다. 거꾸로 광화문의 함성은 이성을 잃어버린 사회에 대한 자성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명박산성 이후 차벽이 뚫린 것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기저에 깔린 분노는 그렇게 표출되곤 한다. 순창에서 세월호 1주기에 참가한 사람은 꽤 많았다. 전주에서도 1000명이 넘는 시민이 모였다. 대책위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었다. 알면서 모른 척, 민주사회에 어울리지 않게 통치를 좋아하는 뭇 권력은 피난 가듯 해외로 나갔다. 자체적으로 추모식을 진행한 전북도청, 행사 시작부터 거리행진까지 내내 함께 한 전주시장과 대조적으로 군에서는 지역사회를 이끄는 인사들 대부분이 1주기 행사에 나오지 않았다. 현직 군수를 비롯해 군의원, 최근 지역 주민(조합원) 투표로 당선된 조합장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슬픔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는데 인색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때다.
혹자는 왜, 언제까지 세월호에 매달릴 거냐 묻는다. 구조적이고 악의적으로 생명을 경시하는 못된 생각들이 고쳐질 때까지 유가족과 시민들은 거리에 나올 것이다. 국가 기관에 기대했던 과오를 딛고 참사 국가 오명을 스스로 벗어내겠다고 다짐한 시민의 힘을 기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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