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말할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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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말할 수 있는 용기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5.05.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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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열린순창> 창간 다섯 돌, ‘광주민중항쟁’ 서른다섯 돌이다.
80년 5월 민중 항쟁을 압살한 신군부는 87년 6월 항쟁에는 항복했으나, ‘양김’의 분열로 차별과 불평등을 혁파할 기회는 무산됐다. 그날 광장을 가득 메운 노동자ㆍ농민ㆍ학생ㆍ지식인ㆍ시장상인ㆍ중소기업인 등은 보수와 진보, 좌와 우, 신분의 높고 낮음과 무관한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과 삶의 질을 보장하라는 지극히 소박한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치인은 그 항쟁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채 삼십 여년을 보내고 있다.
전두환ㆍ노태우ㆍ김영삼이 15년, 군부정권이 뿌리인 보수정당이 10년, 민주화 연합세력이 10년을 통치한 한국사회는 정치ㆍ절차적 민주화에 따른 노동권 신장, 복지예산 증가 등은 어느 정도 실현됐으나 소득ㆍ주택ㆍ교육ㆍ의료 등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절대 빈곤층도 늘었다고 한다. 공동체 유대는 무너지고 계층 간의 갈등이 커졌다는 것이다. 민중 항쟁이 밀어낸 군부 독재의 빈자리를 신자유주의라는 자본과 시장이 차지해 버렸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에 이어 자치단체까지 시장만능을 앞세워 공공성은 무시됐고 사회적 약자를 외면했다. 사회 곳곳에 부조리, 부패, 안전 불감증, 왕따, 줄세우기, 가진 자의 ‘갑질’이 널려 있으나 노동자ㆍ농민ㆍ학생ㆍ지식인들의 연대는 느긋해져 권력의 잘못을 막아낼 힘도, 바로 잡을 역량도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못해 억압당했다”는 민원이 속출해도 아랑곳 않는 자치단체의 독단과 독선은 제어도 견제도 없는 무소불위의 지역 최고 ‘갑질’이 되었다.
‘땅콩’을 봉지째 주었다고 “야! 너 내려!”를 외치는 재벌 총수의 딸과 자신의 기분을 거스르는 말을 전한다고 “다신 오지 말라!”는 고위층 부인은 무엇이 다른가. “유출된 문건은 찌라시”라며 선을 긋는 청와대와 사실을 숨겨주지 않는다며 비판이 지나치다고 “신문 다 끊어!”라는 군청은 어디가 다른가. 인구 3만도 채우지 못하는 작은 군에서 발간하는 주간신문이 처한 형편이야 말 하나 마나지만 신문사 처지가 궁색하다고 압살하려 든다면 비겁하다.
지금은 “회항시키면 회항하고, 내리라면 내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진실은 이것이다”라고 밝히기 위해 정신 줄을 놓지 않겠다. 살아 있는 권력의 요구가 무참해도 묵묵히 오직 진실만을 보고 진리를 말할 수 있도록 참아내겠다. 돈도 사람도 부족하다고 함부로 대하는 권력과 행정에 굴하지 않는 바른 신문이 되기 위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든 진실을 밝히고, 무엇이 바른 지를 알리려는 노력, 인내, 용기를 연마하겠다.
곧은 것을 곧다고, 굽은 것을 굽었다고 말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절감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오로지 하나인 것은 없다. 둘 이상이 어우러지고 합해져 하나를 이루고, 좋고 나쁨, 옳고 그름, 맞고 틀림이 각기 다르지만 함께 스며있는 것이 진리다. 서로 다른 이념, 사상, 종교 가운데 어떤 하나만 완전하고 진리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고 서로 비판이 가능할 때 더 정확한 진실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견해를 표현할 수 없는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다. 자신과 다른 견해를 압박하고 사실을 숨겨주지 않는다고 폭력으로 응징하고 그런 권력의 잘못을 방관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었다고. 악한 사람들의 죄뿐 만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을 뉘우쳐야 한다.”(마틴 루터 킹)
“진리를 말하는 데는 목숨을 걸 정도의 용기 혹은 적어도 남들과의 우호적 관계를 손상시킬 각오가 필요하다.”(미셸 푸코) 뒤집어 보면 많은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은 ‘진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무시무시한 권력이 정의를 대신한 것처럼 보여도 작은 사건이 좁은 틈새를 뚫고 나오는 법. 우리에게는 포기도 자괴감도 필요 없다. 자기 힘만 믿고 함부로 날뛰거나, 남의 힘을 믿고 거들먹거리다 권세의 마지막 날을 맞이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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