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거불피수/ 이토록 공정무사 하시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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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거불피수/ 이토록 공정무사 하시다면야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5.05.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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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 밖 외 擧 들 거 不 아니 불 避 피할 피 讐 원수 수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05

좌구명(左丘明)이 쓴《좌전ㆍ양공(左傳ㆍ襄公)》에 나온다. 기대부외거불기수, 내거불실친(祁大夫外擧不棄讐, 內擧不失親) : 기 대부는 밖에서는 원수를 배척하지 않고 안으로는 자식을 기피하지 않으며….
기해(祁奚)는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진(晉)나라 도공(悼公)의 신하였는데 매우 공정하고 강직한 사람이었다. 나이가 많아져 이제 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사직을 청했다. 도공이 더 이상 만류할 수가 없음을 알고 다음과 같이 간청하였다.
“이렇게 강경하게 사직을 원하시니 과인이 더 이상 붙잡을 수가 없군요. 다만 가시더라도 과인을 위해 당신을 대신할만한 사람을 뽑아놓고 가셔야 할 게 아니겠소?”
기해가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하였다.
“제가 보기에 해호(解狐)가 제일 적합합니다. 재간이 좋아 틀림없이 제가 하던 임무를 잘 수행할 것입니다.”
도공이 듣고 깜짝 놀라 바로 물었다.
“당신과는 원수지간이라던데 어찌 그를 추천한단 말이요?”
“왕께서는 방금 어떤 인물이 적절하냐고 물으셨지 해호가 저의 원수인지 아닌지를 물으신 것은 아니잖습니까?”
이리하여 왕은 기해의 추천을 받아들여 해호를 임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 발령을 내었는데 공교롭게도 해호가 갑자기 중병이 들어 죽어버렸다. 왕이 다시 기해를 불러 의견을 내도록 청했다. 기해가 전혀 거리낌이 없이 대답하였다.
“제 아들 기오가 적임자입니다.”
왕이 또 놀라 재차 물었다.
“아니 자기 친 자식을…, 사람들의 뒷소리가 겁나지 않소?”
“왕께서 저에게 누가 이 직분을 맡는 것이 좋으냐고 물으셔서 있는 대로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기오가 제 아들이라는 것에 개의할 게 뭐 있습니까? 여럿 중 객관적으로 봐도 제일 능력이 많으면 기오가 비록 제 아들이라도 추천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왕은 기해가 정말 공정무사한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마음을 놓고 기오를 임명하였다. 얼마 되지 않아 이 사실은 바로 여러 사람의 입으로 사방에 알려졌다.
도공에 이어 평공(平公)이 왕위에 있을 때, 숙향(叔向)이라는 신하가 어떤 일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숙향의 절친한 친구가 구명에 나섰다. 
“당장 내가 직접 왕을 배알하여 억울한 자네의 전후사정을 말씀드리면 왕께서 자네를 빼내 주실 것이네.”
“아닐세. 오히려 기해에게 사정을 말하여 도와달라고 청하게.”
“왜 꼭 그분이어야 하는가?”
“기해 대부는 사람을 기용할 때 밖으로는 원수를 배척하지 않고 안으로는 친자식을 기피하지 않을 정도로 공정하고 강직하신 분이시네. 그 분의 도움을 받아야만 내가 풀려날 것이네.” 
과연 숙향은 기해의 도움으로 억울한 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원래 외거불피수, 내거불실친(內擧不失親)이던 것을 앞부분만으로 성어로 삼은 것이다. 내거(內擧)는 일가친척을 관리로 등용하는 것을 말하고 외거(外擧)는 아무 연고 없는 사람을 관리로 등용하는 일을 말한다. 관가에서 사람을 등용할 때 자기의 친족이라고 해서 양보할 필요도 없고, 원수라 해서 피할 필요도 없으며, 적절한 인재를 적절한 자리에 등용한다면 거리낄 게 없다는 의미로 쓰게 된 말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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