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66)/ 오동나무가 허허 웃다가 보라색이 되어부렀나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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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66)/ 오동나무가 허허 웃다가 보라색이 되어부렀나보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5.05.27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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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66

금과 들소리 중 모심기 소리
 
앞소리 : 여보소, 농부님네들!
뒷소리 : 예!

앞소리 : 오뉴월이 당도허여 우리농군 시절 도로 와버렸네 그려
모를 심으면서 상사소리를 해보세!
뒷소리 : 그러세!
 
메) 여 여허 ~ ~여 ~ 여허루 ~ 상사뒤이 ~ 여
받) 여 여허 ~ ~여 ~ 여허루 ~ 상사뒤이 ~ 여
 
① 모손을 갈라쥐고 거듬거듬 심어나 보세
② 여기도 ~ 꽃~꼬오~고 주인마님 그 자리도 꽂아나보세
③ 이 농사를 잘 지어서 선영 봉제사 하여나 보세
④ 앞산은 ~ 멀어지고 뒷산은 가까워지네
⑤ 서마지기 논배미가 반달만큼 남았네
⑥ 니가 무슨 반달이냐 초생달이 반달이네
⑦ 이 논배미를 다심으면 장구배미로 넘어들 가세

앞소리 : 자! 이제 첫잠 쉴때가 되았네, 술 한잔들 먹고허세!
뒷소리 : 그러세!

옛날에 모 심을 때는 참 거시기허게 거창혔는디라 잉!
지난주랑 요번 주만 지나믄 모들도 다 심어져 버릴 것 같은디 아조 전쟁 나드끼 흐미 뒤에서 장갑차 들이밀드끼 해부네요. 지가 순창으로 시집 왔을 때는 복흥, 쌍치에서 먼저 오나락을 심기 시작하믄 구림에서 이어 달리드끼 모심기를 시작허고 팔덕, 풍산으로 이어졌든 것 같은디 요새는 항꾸네 후다닥 끝나버링게 핑핑핑 돌 것 같당께요. 여그저그서 들판이랑 꼴짝마다 트랙터 소리 이앙기 소리들이 달달달달 거림서 왼 농촌을 장악해 부렀제요.
거시기허게 반달 같은 논마지기에서 마을 아짐씨들이 나란히 서 가지고 착착착착 모를 심어가믄서 야시런 농담이 오고가믄 허리 구부져라 웃어 제꼈제요.
따악 맞춰서 ‘줄이요’ 하고 외치던 아제들의 목소리가 들릴 듯 한디 벌써 많은 아제 아짐씨들이 저 세상으로 가셨네요. 농사짓는 왼 산과 들판을 떠들썩하게 밝혀 주시던 분들인디라. 잉!
그때는 먹을 것도 겁나게 많이 했었구만요. 요맘 때쯤이면 가장 먹거리 중 실헌 것이 머웃대였제라. 통통헌 놈들만 쓱싹쓱싹 베어다가 살짝 삶아서 껍질을 벗겨내믄, 하얀 속살이 오동통허제요. 들깨랑 쌀을 화똑에다 갈아서 받쳐가지고 넉넉허니 된장끼까정 쬐까혀갖고 끓여주면 둘이 먹다 죽어도 모르는 맛인디 드셔 보셨남요. 지가 헌 것이 맛나다는 게 아니라 울 오정자 마을 아짐씨들 손맛이 고로코롬 맛있었걸랑요. 죽어라 일허고 논두렁에서 먹는 밥맛은 참말로 꿀맛이었제라. 기냥 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무치기만 헌 콩나물도 맛나고 들지름 살짝 둘러서 볶아 놓은 취나물 무침과 멸치 볶음도 맛났었고 조구 대가리는 워쩜 그리도 맛나던지요. 지는 원제나 사람들이 환하게 웃으며 먹는 놉밥을 해 먹일 수 있는 나이가 될까 물어봤었대니까요. 시방은 해주고 자도 항꾸네 일허고 항꾸네 먹성 좋게 먹을 사람들이 없네요.
워쩐일인지 시방은 짜장면이랑 치킨 시켜 묵고 허니께 그 옛날 논두렁에 빙 둘러 앉아 뜨거운 국물에 고봉밥 말아먹던 그 시절이 겁나게 그리워져부네요. 이녁들은 안 급뎌.

우리 집도 일요일 저녁까정 50마지기 농사 다 해치웠어라. 새벽 5시부터 나가서 밤 9시 넘어야 들어오는 냄편도 고생혔고 죽어라 바쁜 날에도 토요일, 일요일, 해설을 나가는 썩을 엄마를 대신해서 겁나게 애쓴 우리 딸들도 고생혔어라. 트럭 운전을 잘 허는 큰 딸내미가 있응께 울 냄편이 지헌테는 콧방귀도 안 뀌고 이래라 저래라 시키는 것도 딸을 통해서 저를 시켜부니 겁나게 서운허구만요. 지 없으면 일이 진행 안 될 때가 엊그제 같은디 유식한 말로 토사구팽 당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근다고 지가 시방 이 바쁜 농사철에 땡가땡가 놀고 있느냐 그것은 절대 아니여라, 거짓뿌렁 안 보태고 지도 헐만큼 험서 일 다녔구만요. 새복부터 못자리 후북허니 물주고 논마당 다님서 마세트 약 손으로 뿌리고 50마지기 모판들 논에 나갈 채비허게 약 뿌리고 어디 상헌데는 없는가 살펴봐야 쓰고, 그리고는 학원가서 10시 넘어서 까정 수업하고 10시부터 해설험서 돌아다녀뿔고 인계 세룡마을 엄니 학상들과 놀꺼 챙겨야 허니께 워쩔 때는 지허고 똑같은 사람 10명만 있었으면 좋겄어라. 기중 진짜 호숙이는 푸욱 쉬라고 험시롱 책이나 읽고 여행이나 댕기라고 혔으면 딱인디.
이 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도 오늘에서야 쬐까 짜투리 시간이 나서 쓰고 있는디 물꼬 보러 안다닌다고 혼나부렀어요. 가끔 거시기 허게 미울 때가 자기 할 이야그만 핑허니 혀놓고 끊어 버리는 거요. 확 성질 같으믄 소리라도 내질르고 울고 자픈디 그러지도 못허고 논두렁길 다님서 울고 다녔구만요. 쓰잘데기 없는 말 인줄 알면서도 요렇게 밤중에 쓰는 거 보믄 지도 속알머리가 없제라잉! 울 서방님도 허벌나게 바쁘게 움직이면서 사는 사람인디도 가끔 지를 외롭게 만들어갖고 잡초랑 무조건 노래나 부르게 헝게 쩌그서 오동나무가 허허허 웃느라 보라색이 되어 부렀나봐요. 미춰부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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